응급실 의사 폭행-이대목동 사건…의료계 대응 유사

성명서를 시작으로 1인 시위 확대…결국 국민 여론 얻는 것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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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지난 1일 전북 익산 소재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사 폭행사건으로 의료계가 공분에 차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연일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과 더불어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나서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상황. 

'문재인 케어'를 제외하고 의료계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의료진 구속 사태일 것이다.

당시 의료계의 대처와 현재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에 따른 성토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 익산 소재 병원서 발생한 의료진 폭행(CCTV) 캡처

◆ 쏟아지는 성명서, 의협 주도 시위 통한 공론화 작업

시기와 사건의 주체, 법적인 판단 등은 각각 다른 사안이지만, 의료계의 대처 방안은 비슷한 양상이다.

바로 사건과 관련된 의사회와 학회에서 먼저 성명서가 나온 다음 이것이 전 의사회로 확산되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후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협을 중심으로 한 1인 시위 및 집단 시위로 확대되면서 사법부나 경찰청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게 되는 모양새다.

먼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17일 사건 발생이후 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중심으로 "신생아 사망사건 발생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제하며 "의료진의 개인 책임보다는,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온건한 기류였다.

하지만 올해 초 의료진 구속수사가 검토된다는 전망이 나오자 의료계 내부 긴장감이 높아졌으며, 마침내 3월 30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전 의료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구속영장 신청 이후 의협을 비롯해 16개 지역시도의사회가 앞을 다투어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신생아학회, 중환자의학회, 소청과의사회 등 관련학회와 전공의, 병·의원협의회 등 병원계 단체들까지 거의 모든 의료계가 입장문을 내고 반발에 나섰다.

나아가 지난 4월 3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영장 심사 당일 아침에는 당시 의협 회장 당선자 신분이었던 최대집 회장이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선량한 의료진을 마녀사냥 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움직임이 이번 익산 소재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한 매체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고 관련 동영상이 공개되자, 의협을 중심으로 전북, 전남, 경북의사회 등 지역의사회와 응급의학회의 성명서가 바로 나왔다.

이를 통해 "응급실 의사 폭행은 또 다른 환자들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알렸고 동시에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의협은 오는 8일(일) 오후 2시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 규탄' 집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유력장소는 서대문경찰서 앞이 꼽히고 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의료계의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며 향후에도 전 의료계에서 앞다투어 성명서를 내고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3일 법원 앞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최대집 회장

◆ 그때는 구속 '반대', 지금은 구속 '촉구'

비록 양 사건의 피해주체와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의료계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해 '구속수사' 반대, 이번 응급실 의사 폭행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 소속 4명의 의료진에 대해 "신생아중환자실 내 의료감독 및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의협 뿐만 아니라 병원계 대표인 대한병원협회도 나서 "이미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제도적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의료계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결국에는 의료진 3명 구속이 결정됐고 이후 4월 15일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바 있다.

이번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에서는 의협이 반대로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북 익산 소재 응급실에서 의사를 폭행한 주취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형사적 처벌을 요구하며, 즉각적인 구속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의료계가 구속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중에 의료인 폭행 관련 처벌조항이 있기 때문.

구체적으로 의료법 제 12조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제 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ㆍ협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되어 있다.

아울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 12조에는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ㆍ이송ㆍ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僞計), 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ㆍ기재ㆍ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器物)을 파괴ㆍ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있다.

이에 대한 벌칙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즉 범죄의 중대성이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

최 회장은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중벌에 처할 수 있는 법령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 검찰의 수사, 기소 의지와 관행, 법원의 판결 관행이다"며 "관련법을 법령대로 적용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관건은 국민 여론…"의료진 보호하자" 이번엔 공감대 형성
 
법률의 잣대는 엄격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명 '국민감정법'이라는 또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양 사건 모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기에 과연 의료계가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는 사실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의료계가 지적하는 '의료 시스템 문제'가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동조를 했지만, "신생아가 사망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제 식구만 감싸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유가족들이 의료진을 옹호하는 의료계의 반응에 "말 바꾸기만 하면서 본질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의료계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달은 바 있다.

이 같은 여론의 영향 때문인지, 결국 의료계가 반대하던 이대목동병원 교수의 구속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응급실 의사 폭행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의사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폭행을 당하면 다른 환자들도 피해가 갈 수 있으며, 의료진도 두려움에 진료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 국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라는 글에 청원 시작 이틀만에 4만 명을 돌파하며 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원 기간은 한달로 20만명이 넘을 경우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로 응급실 내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CCTV영상을 통해 의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사이버 상에서도 "해당 주취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모아지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강화된 현행법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힌만큼 경찰의 명확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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