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이송 중 교통사고‥정말 '신속한' 이송 필요했나?

91세 병원 전 심 정지 노인 싣은 구급차‥사망 판정 안 돼 병원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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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최근 광주에서 91세 심 정지 노인을 싣고 병원으로 달리던 소방 구급차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불의의 사고를 일으킨 소방대원이 처벌 위기에 처하면서, 여론은 처벌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처벌 논쟁 속에 근본적으로 해당 소방대원이 사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환자를 병원에 이송해야만 했는지, 병원 전 응급의료의 대처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 지난 2일 광주에서 발생한 119구급차 교통사고 블랙박스(광주북부소방서 제공)
 
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서 119구급차를 운전하던 A소방대원은 심정지가 온 91세 B노인을 최대한 빨리 병원에 이송하기 위해 신호까지 무시한 채 내달리다 반대편 승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운전자 A구급대원은 경찰에 입건되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처벌 위기에 있다.

문제는 B노인의 사망 원인이 A구급대원의 교통사고 때문이었는가 여부다.

B노인은 구조 당시 맥박이 뛰지 않은 심정지 상태였다. 하지만 충돌 사고가 일어나고 1시간 30분 후에 병원에 도착한 후인 낮 12시 24분에서야 의사의 사망선고가 이뤄졌다.

즉, 법적으로는 A구급대원의 교통사고 이후 노인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향후 부검 결과에서 노인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로 밝혀지면 A구급대원은 형사 처벌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사건 이후 그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그 내용은 극과 극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고를 낸 구급대원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처벌 면제 청원과, '불법운행 119구급차는 살인행위이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불법행위가 더 많은 선량한 국민을 죽인다'며 무리하게 운전을 한 구급대원을 책망하는 청원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의료계는 이미 병원 전에 심정지로 사실상 사망한 환자를 의사의 사망선고가 없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병원에 이송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의 부재가 만든 사건이라는 진단이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정지가 온 환자에 대한 지도의사의 역할과 병원 전 이송 신속도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 결과 경광등과 사이렌이 필요한 출동사례는 의학적 관점에서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 교수는 "같은 심 정지 환자라 하더라도 정말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환자와 사실상 가망이 없는 환자가 있다"며 "91세 심 정지 노인 사건의 경우 과연 구급차를 불렀어야 했는지, 현장에서 심 정지 사망 판정을 해야 했던 상황이 아닌 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야구장에서 경기 중 쓰러진 故임수혁 선수 사건의 경우 갑작스러운 심정지에 현장에서 제세동만 제대로 해서 병원에 신속하게 이송했어도 식물인간이 되는 악결과는 막았을 것이라는 것이 응급의학과 등 의료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91세 노인이 가정에서 심 정지가 왔을 때, 아무리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도 그를 살릴 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어떤 생명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의학적으로 골든타임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신고 접수 당시에 혹은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 지도의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환자의 위급 정도를 판단한다면 다른 생명에 위협을 끼치는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광주북부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이미 심정지 상태인 환자를 위해 지도의사와 화상통화까지 하는 등 당시 필요했던 모든 조치를 했으나 환자를 소생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대원들은 무리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A 교수는 "무조건 빨리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신고를 하는 순간 911에서 구급대의 출동 위급도를 정해 위급할 경우 9분 내 도착을, 그렇지 않을 경우 19분 내 도착으로 구분한다"며, "신고 당시에 접수원이 판단하기 어렵다면, 지도의사가 심정지 환자에 대한 위급도를 정할 수 있게 명확한 기준이 있는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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