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진단받기까지 10년
"제대로 알고 치료하니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질환에 대한 인지도 낮다보니 진단 늦을수도‥"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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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3월의 일기
 
남부산우체국에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치를 받고 관내 및 타 지국으로부터 온 우편물을 1차적으로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편물들은 통상적으로 20kg이 넘을 정도로 무겁다. 그것들을 하루에 100개 이상 선반 위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정리하는 일을 한다.
 
허리에 통증이 심하다. 일이 고되다 보니 일시적으로 허리가 아픈 것일까? 한번 지켜봐야 겠다.
 
# 1996년 8월의 일기
 
방치했던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졌다.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악화된 것 같다.
 
가까운 정형외과에 방문해 진료를 받았는데, '추간판 탈출증', 즉 허리디스크에 의한 통증이라고 진단 받았다.
 
그런데 찍은 엑스레이 사진이 내 눈에도 이상하게 보인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엑스레이 사진이나 척추 모형과 비교했을 때 내 척추는 조금 더 각이 진 모양이다. 찜찜하긴 하지만...괜찮겠지?
 
# 1996년 12월의 일기
 
허리디스크라고 해서 물리치료도 여러 차례 받고, 마사지도 받아봤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고통스럽다.
 
# 2007년 9월의 일기
 
그동안 허리 통증은 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나이 서른 두살.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평소보다 훨씬 심하게 허리가 아파왔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목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는 동안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내가 식물인간이 되는건가? 이대로 죽는건가?
 
# 2014년 4월의 일기
 
내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진작에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았다면 10년이 넘는 동안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을텐데.
 
강직성 척추염을 지금부터 치료한다고 한들,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처방받은 소염진통제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 2018년 7월의 일기
 
40대 초반. 허리에 처음으로 통증을 느꼈던 때가 1996년 21살이었으니 벌써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지도 20년이 넘었다.
 
치료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은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하니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예전에는 손끝부터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스트레칭을 하고,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는 데까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몸을 일으키기만 하면 된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 `허리 통증`을 그저 방치했던 나‥"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자그마치 10년 이상을 참았다. 본인의 허리 통증이 단순히 '허리디스크'라고 생각하고 버틴 시간이다.
 
정성윤 씨<1976년생·사진>는 원인을 몰랐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약 4년 전 처음으로 자신의 증상이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 때문인 것을 알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인대, 말초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점차 척추 마디가 굳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척추의 변형이 발생해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20~30대 젊은 남성에게서 높은 유병률을 보여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거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장년층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시키는 질환이다.
 
10년 뒤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정 씨와 같은 사례는, 사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허리 통증과 둔통으로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 정형외과를 찾게 되는데 보통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단을 받는 강직성 척추염 특성상 진단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직성 척추염은 확진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릴 정도로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허리 통증을 애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운동을 매우 좋아했던 나는 1995년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동아리 활동으로 검도를 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며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하는 일이 고되다 보니 일시적으로 허리가 아파온 것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허리 통증이 워낙에 흔한 증상이다보니 '꾀병'으로 오인을 받기도 했다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정 씨는 "허리가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도 다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괜히 내가 꾀병을 부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유난을 떠는 사람처럼 비춰졌다. 나는 정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을 굽힐 수도 없을 정도로 아픈데,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인의 허리 통증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없자, 공익요원일 당시 무거운 우편물 자루를 탁자 위로 올리는 일을 아예 전적으로 맡게 됐다. 이후로는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 씨에게는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방치된 허리 통증은 가끔씩 너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찾아왔다. 정 씨는 "허리가 지끈 지끈거리는 통증이 계속됐다. 겨우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아예 움직일 수가 없는 날도 있었다. 몸을 억지로 세워야 일어날 수 있고,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15분이었다. 사실 말이 15분이지, 30분 이상 못 일어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각한 허리 통증에도 정 씨는 자신이 '허리디스크'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렇게 본인의 병명을 모른 채 버텨왔던 그는 2007년 9월, 목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없고 움직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 씨는 "당시 심정은 그간 겪어보지 못한 공포 그 자체였다. 더 살고 싶지 않다는 극단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정말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공포일 것이다"고 회상했다.
 
◆ '강직성 척추염' 확진 뒤 제대로 된 치료 시작‥"삶의 질이 달라져"
 
2014년 4월, 부산대병원에 찾아간 정씨의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정 씨의 주치의인 부산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정섭 교수<사진>는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적인 질환이다. 게다가 아침에 통증이 심해지고 활동을 시작하면 나아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강직성 척추염은 20~30대 남성 등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환자의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허리를 이용한 운동에 제한이 있다면 더욱 유의 깊게 봐야 한다. 또한 엉덩이 통증이나 무릎, 발목 통증, 발 뒤꿈치 통증을 비롯해 포도막염과 같은 눈부심, 전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늦은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강직성 척추염'이란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자 정 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제대로된 치료가 시작되니 허리 통증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를 주로 사용한다. 만약 해당 치료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하는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정 씨의 경우도 NSAID로 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없자 생물학적제제를 처방받은 케이스이다. 여기엔 꾸준한 운동치료도 병행된다.
 
이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 방법은 운동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운동치료는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관절을 잘 움직이게 해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물치료의 경우,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줄여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고 팔과 다리, 척추관절의 염증의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소염진통제나 운동치료로도 만족할 만한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강직성 척추염의 발생과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하는 생물학제제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생물학적제제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투약만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급여 문제도 해결돼 비용적 부담도 덜한 편.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정 씨의 사례처럼,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증상을 쉽게 방치한다는 것이다.
 
정 씨는 "내가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만큼, 이 질환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 나와 같은 사례가 없었으면 하좋겠다. 그리고 나처럼 원인 모를 고통에 힘겨워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의사들도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사들 역시 '강직성 척추염' 증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 조기진단이 이뤄지도록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많은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며 정형외과를 찾아오지만, 정작 정형외과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하지 못해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정형외과에서도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강직성 척추염이란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드디어 적합한 치료를 받고 있다. 10년 동안 앓던 허리통증이 이제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게 느껴진다고.
 
정 씨는 "치료를 시작한 이후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한다.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이 부분이 가장 기쁘다. 추후에는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복싱에 도전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아주 격렬하게 다른 사람과 스파링은 무리더라도, 샌드백을 치고 동작을 배우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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