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로 상급종병 쏠림 심화‥중소병원, "벼랑 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더 악화시켰다" 아쉬움
정부, 30~100병상까지 의원과 병원 사이 '평화 유지 구간' 지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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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선택 진료비 폐지, 상급종합병원 병실료 급여화 등 문재인 케어의 대표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병원들은 '벼랑 끝'에 몰려있는 현실을 호소하며 당장 해결책을 요청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의지와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9일 대한중소병원협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 중인 대한병원협회 '국제 병원 및 의료기기 산업 박람회(K-HOSPITAL2018)'에서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에 따른 병원계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중소병원협회 양문술 정책부위원장(부평세림병원장)은 발제를 통해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3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들은 배제돼 있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 사이에 끼인 '중소병원'의 애로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장벽이 낮아져 환자들은 상급종병으로 쏠리고 있고, 정부가 의료기관 유형별 수가협상을 하다 보니 의원과 병원급 수가 인상률 격차가 누적되면서 종합병원보다 의원 진료비가 더 비싼 수가역전 현상이 일어나 중소병원은 의원과 병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외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정부 정책에서 배제되면서 점점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서 중소병원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역시 중소병원계의 위기의식을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기관의 90%가 민간의료기관인 상황에서 서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싼 땅값, 화려한 인테리어, 광고, 최신 의료기기 등을 투자하면서 비효율을 낳고 있다"며, "과도한 경쟁에서 나가는 비효율적 지출 역시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고 제도 및 수가 개선을 요청했다.

이들 중소병원들의 목소리는 과장일까?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사진>는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장성강화 정책을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의료전달체계 확립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없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상급종병 지정기준 개편 ▲의료기관 유형별 진료비 차등제 ▲필수의료 책임병원 육성-지리적 균등 배치 ▲전문병원 육성과 분화-급성·아급성·요양 ▲병상 공급에 대한 합리적 규제 ▲혁신을 위한 시범사업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주도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는 1차 의원급 의료기관과 2차 중소병원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중단된 상태다.

김 교수는 "먼저 의료계가 합의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병행 추진해야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여당과 정부 측도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앞서 진행된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의료계의 갈등으로 중단된 점을 꼬집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 전문위원은 "중소병원은 문재인 케어가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문재인 케어의 대 전제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먼저 정상화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료계가 스스로 밥상을 차버렸다"고 지적했다.

조 전문위원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해 재논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왜 깨졌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다시 논의를 하면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계 내에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 역시 의료계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정 과장은 "2년 간의 논의가 무산되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정부는 그 방향성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중소병원은 전문병원 강화를, 의원급은 만성질환 시범사업 통합 모델을 통해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그 기능을 분화하고 있다.

나아가 각 의료기관들 간에 환자 흐름을 조정하기 위한 진료 의뢰·회송 시스템도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 내년부터는 본 사업을 추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과장은 의료계도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대한의사협회의 내부 TF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정윤순 과장이 현 의원급과 병원급의 종별 구분이 모호한 점을 직접 지적한 점이었다.

정 과장은 "2차 병원과 1차 의원급이 유사 환자를 놓고 무한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병원과 의원급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하려면 의원과 병원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29병상까지 의원이고, 30병상부터 병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병원'의 개념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수가로 의원과 병원을 구분할 수 있겠지만, 수가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병원의 개념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30병상 이상부터 '병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에 30에서 100병상까지를 진공상태라고해서 평화 유지 구역으로 정해 의원급과 병원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과장의 이 같은 제안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에서 외과계 의원이 병원이 아니면 '수술'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반발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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