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에 경조사비 0원'…약사법 있는데 따라야 하나?

KRPIA, 세계제약협회 윤리규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판촉물 등 전면 금지 결정
다국적사 "국내사와 다른 영업환경 불만" vs 국내사 "한국법 있는데 수용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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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약협회 규정 개정으로 빈손에 경조사비 제로 영업을 하게 된 다국적 제약사도, 아직은 이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제약사도 갑작스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글로벌 제약사 단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세계제약협회(IFPMA)가 보건의료전문가에게 기념품·판촉물 제공을 금지하도록 관련 윤리규정(Code of Practice)을 개정함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이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크게 ▲판촉물 ▲경조사비에 대한 개정으로, 펜과 메모지(노트패드)를 제외하고는 의약사에게 어떤 판촉물도 제공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이다.
 
또 사회적 관례에 따른 선물(social courtesy gifts) 등 의약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제공되는 일체의 물품 제공을 금지했는데, 즉 결혼, 장례식 등의 경조사비 지급을 금지한 것이다.
 
본래 한국 약사법은 제품설명회 등에서 5만원 이하 기념품 또는 1만원 이하 판촉물 제공을 허용하고 있지만, KRPIA는 약사법 대신 IFPMA 개정안을 선택했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 본사들이 IFPMA 개정안을 따르고 있고 한국지사에도 따르라는 지침을 내린 만큼 KRPIA를 통해 전 회원사가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KRPIA는 IFPMA에 가입돼 있기도 하다.
 
◆ "국내사는 판촉물 있는데 우리만.." 불만
 
당장 내년 1월부터 맨손 영업하게 생긴 다국적 제약사 마케팅‧영업 담당자의 불만은 크다.
 
가장 큰 불만은 국내 제약사들과의 형평성이다. IFPMA의 회원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개정안의 반영 여부를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 상황을 고려해 판촉물 및 경조사비를 규정한 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 부정청탁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이유가 별로 없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원래 한달에 2~3번은 판촉물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맨손으로 방문해야 하니 무기가 없어진 것"이라며 "특히 국내사들은 다 하는데 우리만 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장에서 비교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학술대회 등에서의 톡톡 튀는 판촉물은 의약사의 관심을 끄는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북적거리는 학회장에서 아이디어 판촉물 하나로 의사들이 몰리기도 한다"며 "이젠 다른 다국적사와 똑같이 볼펜과 노트만 제공하니 경쟁력이 전혀 없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경조사비의 경우 기존에도 내부 CP에서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대감 형성에 방해된다는 불만이다.
 
◆ 그렇다고 국내사가 IFPMA 따를 필요 있나?
 
국내 제약사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IFPMA 규정을 수용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각 국가의 고유 규정과 사회규범이 있고, 국내는 약사법, 공정경쟁규약, 김영란법이 동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타당성 검토 없이 세계제약협회의 규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IFPMA 회원인 만큼 개정안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코프로모션 계약 관계의 국내 제약사들이야 해당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법리적인 검토를 통해 시행 중인 국내 법률이 있는데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국적사 제품을 취급하는 코프로모션 관계의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해당 규정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국내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멘붕 상태"라며 "이것저것 규제가 넘치는 상태에서 아예 손발 묶어 놓는 영업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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