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건이 사건 2주년①
그날, 권역응급센터에 응급 수술은 없었다?

'응급환자' 골든타임에도 불구, 비응급환자·책임회피 때문에 전원 비일비재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벌써 2년 전이 돼 버린 전주 소아외상 환자 민건이의 사망 사건이 병원의 사실 은폐와 복지부의 부실 조사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건 이후 국민청원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중증외상 및 응급체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된 사건의 원인과 분석 없이 해결은 요원하다.

감사원을 통해 드러난 민건이 사건이 사건의 원인을 다시 짚어보고, 그 해결책에 대한 학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골든타임' 코 앞 민건이 수술보다 '응급'했나?
② 그날, 권역응급센터에 당직 의사는 없었다?
③ 권역응급·중증외상센터,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2016년 9월 30일, 무슨 일이 있었나?

2년 전,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중증외상 상태에 이른 2살배기 민건이는 최초 이송된 응급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원 의뢰된 응급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지 못해 최초 이송 후 11시간 뒤 사망하고 만다.

최초 이송된 병원은 전북전주권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 이후 전원 의뢰된 곳은 광주권역 권역외상센터인 전남대병원을 비롯한 14개 병원이다.

사건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에는 이미 2건의 야간 응급수술이 진행되고 있어 수술실이 부족했고, 당직 의사가 호출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환자를 전원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응급실이 부족해 환자를 받을 가용병상과 수술실이 없었고, 당직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는 병원 측의 주장은 2년 뒤 거짓으로 밝혀졌다.

응급수술로 진료 가능한 수술실 없었다는 전북대병원

우리나라는 현 응급의료통합정보망 내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을 통해 응급실 근무자, 당직 응급의료종사자, 응급실의 사용가능 병상 수, 응급수술 가능질환, 응급환자의 수용 및 이송 현황 등 응급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에 응급의료정보관리자가 직접 중증응급질환 11종에 대한 진료책임자 등 수용가능 정보를 파악해 최대 8시간 간격으로 응급의료 자원정보시스템을 입력하되, 전문의 부재와 같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즉시 수용 불가능 메시지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과 정보관리자 간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현실로 인해, 실제 119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정할 때 해당 정보시스템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단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학계는 수술이 가능하려면 몇몇 정보로는 불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훨씬 많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 개의 응급수술이 가능하며, 이를 항상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통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전북소방은 수술이 불가능한 전북대 병원에 환자를 이송해 버리고는 전원을 위한 헬기 출동은 거부하였다. 응급의료 선진국은 특정지역에서 어느 정도 심한 외상환자가 발생하면 어느 특정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상세히 규정하는 구급대 업무지침을 가지고 있다.

이의 실현에는 구급대, 의료기관과 행정기관 등을 포괄하는 지역사회 전체의 약속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구급대는 중환자를 싣고 원거리를 이송하다 발생하는 책임문제를 기피하기 위해, 인근 병원에 환자를 인계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의 약속에 의해 선정된 이송병원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있다. 이에 병원 간 전원이 필요하지만, 병원 간의 의사전달을 조율할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가 폐지됐고, 후계조직이라 할 수 있는 전원조정센터의 기능은 미약하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이에 민건이 역시 일단 119 구급대에 의해 가장 가까운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에 옮겨졌지만, 실제로는 진료가 가능한 수술실 및 전문의가 부재해 전원돼야만 했던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정말 전북대병원에는 진료 가능한 수술실이 없었는가이다.

감사원이 지난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를 전원한 2,882건의 사례 중 병실 부족, 중환자실 부족, 응급수술 불가를 이유로 전원한 건수는 총 711건에 이른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은 사건이 발생한 9월 30일. 어떤 응급수술을 하고 있었을까?
 

그날 병원에는 응급 수술이 없었다?

이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당시 병원에는 유방 재건 수술과 신장 이식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응급수술에 대한 기준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응급의학계는 두 수술이 교통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골든타임'을 코앞에 둔 민건이 수술보다 '응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 응급의학과 교수는 "유방암 이후 실시하는 유방 재건 수술은 일종의 미용성형에 속하는 수술로, 계획 수술에 해당한다. 신장 이식 수술의 경우에도 계획 수술이다. 이미 수술이 진행중이라 해도 방금 이송되어 사경을 헤매는 환자보다도 급한 수술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응급수술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B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경우 마취과 의사들이 전신마취 수술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응급의 개념과 갑자기 응급실을 통해 들어 온 환자를 응급환자라고 생각하는 보편적 개념 간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취과에서는 대학병원에 입원한 입원환자 중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 급하게 수술해야 하는, 계획에서 벗어난 수술을 응급수술로 치부하며, 지연으로 인해 퇴근시간 이후에 시행되는 계획수술도 응급수술로 간주한다"며, "계획에서 벗어난 하루 1~2개 정도의 수술만 해도 힘에 부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계획에 의해 수많은 수술이 진행되는 대학병원에서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응급환자는 기피 대상 1호다.

B 응급의학과 교수는 "마취과 측에서 이처럼 '응급'수술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이미 진행 중인 수술을 보류하고, 또 다른 환자 수술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비응급 환자 때문에· 병원 책임회피 때문에 골든타임 놓치는 환자들

이처럼 '응급수술' 진행으로 당장 수술을 할 수 없었다는 병원의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안타깝게도 병원에서는 지금도 '비응급 환자'들로 인해 정말 '응급 환자'들을 외면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전원을 미수용한 486건 중 130건은 '중환자실 부족'을 이유로 전원을 수용하지 않았으나, 그중 95건(73.1%)의 경우 잔여 중환자실 병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 미수용 사유로 '응급수술 및 처치불가' 163건(34%)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전원 수용을 거부한 병원들의 경우, 복지부가 전원 미수용 사유의 적정성을 사후에 조사하지 않고 있어 '비응급 환자'로 인해 또는 병원의 책임회피 때문에, 민건이 사건처럼 응급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18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 메디파나뉴스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 씨발 2018-10-10 23:32

    병원관걔자들 모두 칼로 목을 잘라야함

  • 어이가없네 2018-11-05 12:35

    어이가 없네 그럼 진행중이던 수술을 멈추고 응급수술을 하라고?이미 수술받고있던 환자는 환자가 아니냐? 응급의학과 교수들 지들 일 아니라고 막말하네 쓰레기들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셀트리온, 약 1조원 규모 국제조달프로그램 장기 공급자 선정
  2. 2 "CSO 수수료 얼마?" 복지부, 전국 2000개 도매상 현황 파악
  3. 3 남북화해의 무술년…급변하는 정책에 의료계는 '몸살'
  4. 4 혁신의료기기법 보험 가격·패스트트랙 등 특례 우려 제기
  5. 5 최저임금 8350원 눈앞…계산기 두드리는 개원가
  6. 6 재생의료법 통과 합의..'악용 가능성' 바이오의약품법 분리
  7. 7 `인터루킨 억제제` 직접 비교 임상 활발‥효과와 지속성 눈길
  8. 8 한국콜마, 에스테틱 디바이스 시장 진출‥내년 4월부터 영업
  9. 9 DTC 항목 확대, 산업계 희망고문 하다 다시 '원점'
  10. 10 "만관제, 주치의제로 전환될 우려 없다‥
    간호사 채용 난항 시 직역확대..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