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기기 임상자료 제출 확대의 득과 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예정훈

메디파나뉴스 2018-11-05 05:57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얼마 전 국감에서 최초 개발업체가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득한 뒤 바로 뒤이어 후발업체가 허가를 받을 때 본질적 동등성 평가를 통해 임상도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최초 개발업체의 피해로 인한 불이익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고 이를 식약처에서는 즉시 보완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선발업체와 후발업체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였다.
 
많은 자본을 들여 제품을 개발했으니 이에 대한 충분한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업체의 의견이고 후발업체의 경우 제품 복제로 인한 일정 부분 무임승차의 혜택을 보니 이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임상의 경우 허가 과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방법의 하나다.
 
최소 몇 천만 원에서 불과 30여건의 임상으로도 수억대가 소요되기도 한다. 국감의 지적을 계기로 임상 확대가 미치는 의료기기 관련 산업의 분석과 평가 및 환자의 안전에 대한 평가를 통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냉정히 고찰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면 의료기기 허가에서 본질적 동등성평가란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축적된 기술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어 있고 동등한 사용목적과 작용원리 등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 허가를 득할 때 입증자료와 위험 분석 자료를 통해 허가를 진행한다.
 
의약품에서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하여 오리지널 약과 복제 약의 동등한 효과 여부를 평가하여 대체조제에 활용하고 있고 이 경우 보험약가가 차등 적용되며, 제약뿐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국감에서 지적된 임상의 제출에 대한 형평성은 규제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 동등성에 대한 제도에 기업이 주장한 형평성의 가치를 결부하여 이에 대한 보정으로 임상의 제출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사실관계를 떠나서 허가 시 임상자료제출의 확대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높다. 특히 안전성과 유효성의 평가라는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허가체계의 장벽으로 삼거나 혹은 연관된 산업의 인위적 부양 목적으로 운영 된다면 목적과 실행사이에 부작용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를 개별 회사의 민원이 아닌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더라도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수입과 국내 제조의 비율이 6대4 정도로 수입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실정이다. 수입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아직까지는 많이 나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의료기기 제조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앞으로 갈 길도 아직 먼 상황이다.
 
대부분의 첨단기술은 외국에서 주로 이전해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고 결국 국내 제조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에 뛰어 들기 위해 가장 위험이 적은 연구 개발 분야가 수입대체 제품일 것이다.
 
몇 해 전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중점사업의 하나가 다소비 수입의료기기의 대체에 중점을 두었는데 그때도 역시 선진 기술에 대한 국내 제조사의 개발이 주를 이루었다.
 
현실이 이렇다면 앞서 언급한 동등성평가를 통하여 허가를 받는 제품들은 주로 국내 제조사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의료기기 임상자료 제출의 확대로 가장 큰 부담을 가지는 이해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와 영세 수입업체일 수밖에 없다.
 
보다 쉽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건보재정에 안정성을 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에 대한 제출을 확대하면 일단 비용의 증가를 통한 허가 진입 장벽이 높아짐과 동시에 신규제품에 대한 개발 열의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치료의 선택권이 축소 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이미 시장에서 입증된 제품에 대하여 임상시험을 실시하려는 것 자체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의미 없는 규제 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다국적 회사 입장에서 한국은 의료의 질이 상당히 높고 보건의료에 대한 디지털화가 선진화 되어 아시아에서 항상 우선 진입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 부가하여 허가도 상당한 국제조화를 이루어 신제품에 대한 시장 진입도 일본과 중국보다 더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능해 이런 이유로 성능을 향상시킨 첨단 제품에 대한 소개가 빠른 곳이다.
 
하지만 임상자료에 대한 허가 요건이 강화되면 굳이 한국에 들어올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대비하여 시장이 협소한 점을 감안 할 때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결국 임상자료의 제출 확대는 국내 제조사의 시장 진입장벽은 높이고, 비용을 증가시켜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며, 선진의료기기에 대한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환자와 의사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자체가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현존하는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는 이의를 달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보면 유럽의 경우 임상평가보고서(Clinical Evaluation Report), 미국의 경우 시판 후 조사 (Post Market Surveillance)를 통하여 사전 임상에 대한 보완 방법들을 도입 오래 전부터 운영 하고 있다.
 
더불어 동물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로 인하여 유럽에서는 화장품 개발에 동물시험을 금지 했고, 우리나라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생명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겨 가급적 불필요한 시험 줄이고자 하는데 동물도 아닌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확대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제적으로는 임상시험의 축소를 위하여 대체 방법들을 고안해 나가고 필요한 임상시험의 범위를 설정하여 임상시험이 갖는 위험성과 비용에 대한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실례로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을 이용하여 실세계 자료나(Real World Data), 빅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임상을 대체 할 수 있는 유의성 있는 평가자료를 구축해 나가고 있고 제약에서 활용 하고 있는 모델링앤시뮬이션과 같은 과학적 방법들도 고안되고 있다.
 
국감에서 지적한 형평성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개발을 했다면 이에 대한 우대책을 제공하여 개발 동기를 고취시키는 것이 정부와 사회의 역할임에 동의한다.
 
하지만 최초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과도한 규제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진심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고려한 정책인지 고찰할 필요가 있고 오히려 국내 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사회는 노령화 되고 국가보험이 가지는 보장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으로 신제품의 출시와 비용에 대한 고려가 선행 돼야 하는 정책적 목표가 있는 시점에서 소수가 제기한 형평성을 위하여, 불필요한 임상으로 인한 환자의 위험 증가를 야기하여 전체 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그 효율성에서 깊이 고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이 본질적 동등성평가에 대한 과학적 평가와 더불어 제도상 활용을 하고 있고 임상에 대하여 많은 대체적 방법들이 고민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과거로 돌아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의료기기 산업은 특성상 일부 첨단제품을 개발하여 선도하는 다국적 회사들과 빠른 제품주기와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생명인 중소기업들로 양분화 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부 선도기업의 독주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며 비용부담과 환자의 치료선택에 대한 제한은 오롯이 국민 부담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제조를 육성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사명중의 하나다. 이를 위하여 국제사회에서의 공정성과 무역에 대한 불평등 그리고 과학적 접근 방법 등이 폭넓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규제는 고도의 과학이다. 과학이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변형 될 때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산출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유로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며 정책에 대한 본질적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의료기기 허가에서 임상제출대상의 범위가 확대 된다면 일부 선도적 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 질 수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과 국민의 몫으로 돌아 갈 수 있다. 부디 정책 입안자 분들이 귀를 열어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
[기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예정훈
 
약력
메드트로닉코리아 (유) QRA 이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동국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운영위원
 

-----*-----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2018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 메디파나뉴스
메디파나뉴스
기사작성시간 : 2018-11-05 05:57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전혜숙 의원 "재생의료법 연내 통과..의료기기 허가 단축"
  2. 2 "인터뷰 때마다 5000명의 적"‥이국종, 눈엣가시?
  3. 3 [종합] 동료 구속에 반발한 의사들 6천명 거리로
  4. 4 챔픽스 오리지널-제네릭 1100원… 울며 겨자먹기 수용
  5. 5 약사회가 작심하고 던진 '통합약사' 화두… 공론화 될까
  6. 6 데이터 이용한 바이오의약품 개발 강화..세계적 선두주자로
  7. 7 "횡격막 탈장 놓쳤다고 구속? 의료현장 무지한 판결"
  8. 8 전국의사총궐기대회 D-1, 철야단식 등 마지막 결집
  9. 9 원칙 강조한 최광훈, '한약사·상비약' 해결사 역할 자처
  10. 10 이대목동 신생아부터 인천 마늘주사까지… 사고 대책은?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