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간호계 "중단하라"

국공립대학에 한정돼 고가장비 및 시설 지원 중심‥"기초 장비‧인력‧기본 운영체계 확립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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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간호대학생에게 양질의 실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이 현장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간호대학의 임상실습 및 실기교육 강화를 통해 신규 간호사의 병원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해당 지원사업이 오히려 간호교육 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간호계의 목소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 선정 공모 안내문을 게재했다.

해당 지원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정부는 23개 국공립 간호대학 중 부속병원이 있는 표준형 대학 지원 3곳에 6억 원, 부속병원이 없는 교육형 대학 5곳에 2억 원을 3년간 매해 지원하게 된다.

총 28억 5천만 원 규모로 진행되는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8곳의 대학들은 해당 지원금으로 시뮬레이션 센터 설치 또는 확장, 평가 모니터링 장비 등 각종 시뮬레이션 및 실기 교육을 위한 기기 및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고도화된 실습교육 여건을 갖춘 간호대학들은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및 교육이 가능한 교수진을 확보하여, 부속병원을 갖춘 대학들은 인근대학 학생 및 교수진, 인근병원 간호인력 등에 실습시설 이용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얼핏 간호대학 학생들의 실습 교육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으로 전폭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간호계는 이 같은 방식의 실습교육 지원사업은 간호대학 간 위화감 조성, 사립대학을 배제하는 데 따른 불평등, 실습을 위해 타 대학으로 이동해야 하는 간호대학생들의 안전문제 등으로 간호교육 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21일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내부 논의를 통해 전국 16개 시도간호사회와 10개 산하단체가 공동으로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에 대한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간협에 따르면, 그간 협회는 정부의 이 같은 지원사업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간호교육인증평가를 통과한 모든 대학으로 공평하게 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해 왔으나, 정부가 2018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협을 필두로 성명을 발표한 간호계는 특히 정부의 지원사업이 국공립 간호대학에만 한정된 것이 대학 간 위화감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에는 203개 간호대학이 존재하나, 그중 국공립대학은 단 23개로 전체 간호학과의 1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80개 사립대학은 예산 지원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상태며, 예산 지원을 받은 국공립 대학과 그렇지 못한 사립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본래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임상실습 교육여건이 취약한 대학에 재정지원을 추가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의 지원방안은 부속병원이 있는 여건이 우수한 간호대학을 우선으로 더 큰 폭으로 재정 지원하는 방식이다.

간호계는 이를 두고 '국가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며, 부속병원이 없거나 인근 지역에 의료기관이 부족해 임상교육에 취약한 대학을 우선 지원하여 간호대학 간 실습교육의 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금에 대한 사용 방식 역시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간호계는 "간호대학 교수들은 시뮬레이션 실습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학에 1억 원이 넘는 외국산 고가장비를 추가로 마련해주는 것보다 모든 간호대학에 표준화된 시나리오 개발과 이를 운영할 인력, 시뮬레이션 교육자의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더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일부 대학에 시뮬레이션 실습 여건을 조성해 학생들이 이를 위해 타 대학으로 원정을 가야 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안전 및 교육권 침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전국에서 임상 실습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수도권 50%, 지방에 50% 분포돼 있지만, 간호대학생 정원은 수도권에 20%, 지방에 80% 배치돼 있어 약 4만여 명의 간호대 학생이 임상실습을 위해 전국 각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간호계는 "간호대학생들에게 타 대학에서 시뮬레이션 실습을 하라는 것은 고시원 등의 숙박으로 인한 안전문제와 교통비, 식비 등의 추가비용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타 대학 실습기관 이용으로 인한 학습의욕 저하와 실습 중 발생할지도 모를 사고에 대한 불명확한 책임소재 등으로 인해 간호대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간호계는 현장과 괴리된 간호교육체계로 인해 신규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 왔으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이례적으로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을 발표해 통해 간호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간호교육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되는 잘못된 정부지원은 오히려 간호교육체계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계는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교육체계를 왜곡하고 있는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의 예산과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사업 중단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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