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약 조제'에 현실적 문제‥'접근성'과 '안전성' 상충

조제에 대한 수가 보상은 해결‥다양한 제형 출시할 수 있게하는 임상 지원 필요
상급종합병원을 의약분업 예외로 하거나, 택배 배송 등 대안도 제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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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음식이 식도 내에서 내려가다가 지체되거나 중간에 걸려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삼킴곤란(dysphagia)` 노인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아·어린이 환아 중에는 필름이나 코팅정으로 된 알약을 복용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이 장기간의 가루약 처방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일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의료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다량의 가루약을 조제해야 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 들어서면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실태‥안전성·노동력의 문제 언급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3회 환자권리포럼`에서는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현황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왜 가루약 조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실태조사는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앙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등으로부터 약국까지 직선거리 1km 이내의 문전약국 총 245개 중 약국 상표가 변경됐거나 없어진 약국, 또는 새로 생긴 약국, 전화번호가 변경된 약국, 병원의 직선거리만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국, 전화번호 로유인 곳으로 제외하고 128곳을 선정했다.
 
우선 이들 약국을 기준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가루약 조제 가능 여부를 물었고, 128곳 중 가능하다는 곳은 70곳(54.7%), 불가능한 곳은 58곳(45.3%)로 확인됐다.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한 사유로는 '처방된 약을 구비해 두지 못해서',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오지 않아서', '가루약 조제 기계가 고장 나서',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서'로 추려졌다.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문전약국 70곳에서의 대기시간도 파악했다. 그 결과, 1시간~2시간 미만이 21곳(30%), 3시간 이상은 20곳(28.6%)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이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와 차이점을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시, 약국에서 가루약 조제 거부는 323명 중 99명(30.7%)로 조사됐다. 환자들이 답변한 거부 사유 역시 '다른 환자들의 조제 대기시간이 길어서'가 주요 이유었고, 처방된 약 미구비, 가루약 조제 기계 미비 등이 뒤를 이었다.
 
다른 조제 가능 약국의 안내 유무에서는 99명 중 83명(83.8%)이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제 불가능 약국의 사유 설명 친절도 부분에서는 99명 중 65명(65.7%)이 '친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루약 조제와 관련해 약사는 보다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꼬집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약사 10명 중 2명은 조제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루약 조제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는 '가루약 성분들이 혼재해 약의 효능이 변경' 부분과 같은 안전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울러 '가루약 조제 관련한 건강보험 보상체계'도 이유가 됐다.
 
설문에 참여한 한 약사는 "장기조제가 많아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가루 조제도 많다. 다른 조제보다 몇배나 오래 걸리는 한 건에 여러 사람이 붙어있다보면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가루약 조제나 6개월 이상 넘어가는 장기 조제는 조제료를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장기 처방의 경우 포장지 값으로 조제료가 다 소모될 지경이다. 가루약은 시간과 정성이 배로 들어가기 때문에 조제료 할증이 필요할 것 같다. 가루약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환자들의 이해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가루약 조제를 놓고 상충된 시각, 적절한 보상과 이해 필요
 

실태조사를 종합해보면, 가루약 조제의 문제점 중에서는 '안전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서는 가루약 조제가 필요하지만, 안전성 부분에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현실적인 면과 이상적인 면이 상충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존하는 법률상 조제약 거부는 엄연히 불법으로 돼 있다. 약사법 제24조에는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조제 요구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조제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복지부 약사법 민원 회신 사례집에 근거해 ▲의도하지 않은 의약품의 부재 ▲의약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해 국민의 건강을 침해하는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의약분업과 관련한 법령을 지키기 위한 경우 등으로 추려진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가루약 조제 거부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기에는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법률은 찾기 힘들고 판례도 찾을 수 없었다"며 제대로 된 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대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장기간 또는 다량의 가루약 처방시 '수가에 가산을 하는 인센티브 제공 체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다행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11월 29일,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가루약 조제를 처방한 경우에 한해 모든 약사의 조제 행위에 대해 30%를 가산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해 2019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안 대표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약국을 복지부가 평가해 지정하는 '가루약 조제 지정 약국제'를 제안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가루약 조제는 조제 기계를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전 의약품 가루 일부가 섞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한 위생관리와 관련한 규정 마련도 요구됐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의사가 장기간 또는 다량의 가루약 처방시 상급종합병원을 의약분업 예외 지역으로 지정하는 대안도 제기됐다.
 
안 대표는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상당수가 가루약 조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의료기관평가인증이 필수적이다. 결국 의약품 조제 관련 안전성이 일정 수준 담보될 수 있고,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약제실에 가루약 조제 기계를 갖추고 있기에 의약분법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원내 조제를 허용하는 것이 실효적일 듯 싶다"고 말했다.
 
대한약국학회 김예지 약료위원장은 가루약 조제에 있어 DUR 활용을 생각했다. 그는 "현재 DUR을 통해 병용금지 약물을 확인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갈아서 복용하면 안되는 약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가운데, 이 리스트를 만들어 가루약 제조가 불가한 약을 DUR에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약사가 분제·현탁액 등의 추가 출시를 고려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의료기관에서 빈번하게 가루약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을 때, 다양한 형태로도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제도 도입이 고려돼야한다고.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제형을 바꿔 출시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점이 많다고 답했다.
 
엄 상무는 "제약사가 치료제 임상을 할 때, 다양한 안전성을 시험한다. 그런데 제형은 결국 최적의 상태로 약물이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되므로, 이를 가루약으로 조제했을 때의 안전성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국에서 가루약을 조제할 시, 기기에 가루약 성분들이 혼재해 의약품의 효능이 변경되거나 의약품이 변색·변질될 수 있다. 또 의약품의 흡수 표면이 넓어지거나 코팅 성분 등이 변경돼 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정해진 약의 제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약사는 새로운 약의 개발 과정을 그대로 밟아야한다. 단순히 가루약을 출시할 시, 정제 가격의 몇 %를 더 준다고해서 회사들이 모두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엄 상무는 "외국의 경우 소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은 별도의 지원책이 있다. 고령화, 소아 등 소외계층을 고려한 임상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있다면 제형을 변화시켜 출시하는 것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루약 조제와 관련해 '택배 배송'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는 약사법 제 50조 제 1항에 위반되고 있고, 판례상으로는 약국 내에서 이뤄진 경우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고 돼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안 대표는 "환자 또는 보호자들이 가루약 조제 대기시간으로 1시간 이상 걸렸다는 응답을 볼 때, 일부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를 택배 배송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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