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인증평가 불만 폭발한 한 해‥내년에는 다를까?

[테마로 보는 의약계 결산⑥] 보여주기식 '의료기관 인증평가' 불명예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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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올해는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한 해였다.

일회성, 눈속임평가, 보여주기식 평가라는 지적 속에, 병원 현장에서 인증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소진까지 심각해지면서, 그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하반기 3주기 인증평가를 앞두고 쏟아진 불만 속에 의료기관에 요구되는 감염관리, 환자안전 등의 항목은 늘어나면서,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 개선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 4월 5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일회성, 눈속임 평가‥"의료 질 향상 목적과 달라"

먼저 지난 4월 5일에는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총대를 메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하반기 시행되는 3주기 급성기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개편하라"고 농성을 벌였다.

본래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올해로 3주기째를 맞이하고 있는 의료기관인증평가는 해가 거듭될수록 일회성 반짝 평가, 국민 눈속임평가, 보여주기식 평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들이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해당 평가 기간에만 평가 기준에 맞춰 의료기관 운영 방침을 개선하는 등 각종 편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에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인증평가를 위해 허위·조작 행위 등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인력이 부족해 평소 지키지 못했던 매뉴얼을 준수하고 있다고 거짓 증언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될만한 물품이나 기록 등을 숨기거나 폐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인증평가 기간에만 외래 환자와 수술 건수를 의도적으로 줄여,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꾸미고, 업무 조정을 통해 그 시간에 일하는 직원 수를 늘리거나 환자 수를 줄이는 등의 조작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간판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조차 인증평가를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드러나면서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간호관리료 차등제 3등급 미만인 간호인력기준 위반의 의료기관들이 의료기관평가인증을 통과하고 있으며, 인증원은 의료기관의 인력기준 위반과 편법적 인력운영을 묵인해주고 있다.
 
특히 최근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문제로 집단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도 의료기관인증을 받았고, 사건 발생 후에도 4년간 유효한 인증이 부여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통과한 병원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좌)간호사 커뮤니티 제보 (우)서울대병원 노조의 시위 장면
 
인증평가 '포비아(phobia)'까지‥간호사 퇴사 사유 되기도

이 같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뒤에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소진이 있었다.

3주기 인증평가가 시작된 하반기에는, 인증평가로 인한 업무부담을 호소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증언이 쏟아져나왔다.

모 간호사 및 간호대학 커뮤니티에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앞두고 살인적 근무 스케줄표를 공개해 간호사들의 공분을 샀다. 인증평가를 위해 간호사들이 서류작업과 환경미화 등으로 퇴근과 휴일을 반납한 채 무수당 초과근무를 강요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 종사자들 사이에는 인증평가 공포증, 즉 인증평가 기간만 되면 받는 공포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실제로 이직과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6개월에 이르는 평가인증 준비기간 동안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수많은 규정을 외워야 하고, 시험을 봐야 하고,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풀뽑기와 침상 광내기, 사물함 정리, 창틀닦기, 담배꽁초줍기, 환경미화 등의 업무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환자를 위해 일해야 할 인력들이 환자를 돌보는 업무가 아닌 불필요한 업무에 내몰리고 극심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서 오히려 환자안전이 위협받고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부담으로 휴직이나 사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무려 73%에 이르며, '인증유목민', '인증메뚜기' 등 인증을 회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일컫는 용어가 생겨났다.

▲지난 8월 31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개최한 '3주기 급성기병원 인증기준 설명회'
 
의료기관 감염관리·환자안전 강조 속 인증평가 개선될까?

이 같은 비판 속에 정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도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 평가인증의 본래 목표인 의료 질 향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의 비판 속에 인증원도 의료기관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한 개선된 인증 기준을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형식 TF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의료기관 감염 사고 및 환자 안전 사고 속에 공개된 3주기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준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주기 인증평가 기준에는 이대목동병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감염관리' 부분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구의 세척·소독·멸균과정·세탁물 관리·환자치료영역의 청소 및 소독 등 환경 관리 항목이 늘어나면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우려를 샀다.

또한 재활치료실 수치료 구역, 치과, 투석실의 물관리와 음압격리병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실, 수술실 등의 공기관리가 더해지면서 관리의 영역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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