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신법, 가족·의사에 환자치료 책임전가‥"공권력 투입돼야"

엉성한 정신건강시스템에, 제때 치료 못 받아 병 커지는 환자들‥"가족도, 의사 책임도 아냐"
정신과 환자 의사(意思)에 반하는 강제 입원 및 치료 명령 필요‥"사법입원제도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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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정신과 환자의 건강과 인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현 정신건강복지법이 故 임세원 교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현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과 환자에 대한 치료의 책임을 가족과 의료진에게만 부과하면서, 가족도 의료기관도 손 쓸 수 없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KBS 뉴스 보도
 
지난 9일 경찰은 故 임세원 교수 살해범인 박 모(30)씨에 대한 조사 결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이 범행의 동기라고 결론 내렸다.

박 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강한 폭력성을 보이며 10년 가까이 게임에 몰두했고, 앞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퇴원한 뒤 1년여 동안 단 한 차례도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들도 그의 폭력성을 막을 수 없어 지난해 2월에는 여동생에게도 폭력성을 보이며 협박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이력이 있었다.

지난 10일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의 '안전하고 편견 없는 정신건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유진 학회 총무이사는, 살해범인 박 씨의 정신질환이 제 때 치료되지 않고 나빠져 살인이라는 중죄를 저지르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무이사는 "그를 방치한 가족과 보호자의 잘못일까? 그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의료진의 잘못일까?"라며, "현재 우리나라 법은 민간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비자의 입원'의 책임을 모두 가족과 의사에게만 지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학회는 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의 자신의 의사(意思)에 반하는 강제 입원(비자의입원)에서 가족과 의료진의 동의 등 그 절차와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정말 필요한 환자의 치료가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가에서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 중 필요한 경우 외래 치료를 강제로 명령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가족 등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무이사는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생각하면, 그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의 책임은 공공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정신질환자들이 시의적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회는 현재 스스로 치료 받기를 거부하는 환자들의 강제 입원을 위한 '외래치료명령제'와 '비자의 입원'의 책임을 가족과 의사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닌, 객관성을 담보할 사법부가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최준호 법제이사<왼쪽 사진>는 먼저 외래치료명령제에 대해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정신 질환 의심 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언제 어디서든 의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강제력을 사법부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정신과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급성기 병동을 갖춘 응급정신의료기관이 구축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비자의 입원에 대해서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한 곳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교차 진단이라는 이중 절차를 통해 입원 방법만 복잡해 필요한 환자의 입원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성을 담보한 사법부가 환자의 입원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퇴원 후 지역사회 사례 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법제이사는 "현재 퇴원 후 지역사회에 활동하고 있는 환자의 명단을 제출하는 데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지역사회에 넘겨지는 퇴원환자 명단이 채 20%가 안 된다. 즉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권준수 학회 이사장은 "학회는 일찍부터 사법입원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사법 입원은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고, 의료진의 안전한 진료까지도 보장해 준다. 일각에서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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