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던 한 의사의 유지(遺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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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의 영결식과 추모식이 끝이 났다. 그 의사의 죽음이 사회에 남긴 의미는 크다.

그동안 무감각했고 무관심 했던 '의료진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지금도 이에 대한 개선이 각 영역에서 진행 중이다.

13만 의사들이 그렇게 원했지만 할 수 없었던 변화를 '한 의료인의 죽음'이 방아쇠가 되어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는 2018년 마지막날 자신이 진료 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후 의료계는 여전히 상중(喪中)이다.

이와 동시에 '안전'하고 '편견없는' 치료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 그의 길이 조명되며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고 단언하던 그는 오랫동안 사람들 기억에서 오랫동안 '죽지않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임 교수는 생전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는 수필형식의 책을 남겼다. 여기에는 본인이 겪은 우울증을 고백하며 환자의 마음을 가슴으로 느낀 경험을 써내려갔다.
 
임 교수가 유명을 달리한 뒤 해당 도서가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서 그가 느꼈던 감정과 해법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임 교수를 기억하는 동료의사와 환자들은 "평생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진솔했다"고 회고하며 "이런 의사를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죽음이 남긴 의미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되새기게 됐다.

을사오적의 한 사람인 이완용은 글씨를 꽤나 잘 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필이라고 하지 않는다. 서예는 글씨를 얼마나 잘썼느냐 보다는 쓴 사람의 인품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문화재를 감정하는 'TV쇼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사상 초유로 0원의 값어치가 메겨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남긴 '敬天(경천)'이라는 글씨로 당시 감정단들은 감히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생각하면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 글씨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쓴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 교수가 떠난 이후,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료의 안위를 걱정했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없는 치료를 추구했던, 생명과 환자를 소중히 여기고,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 치료의 최전선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자 했던 의사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임 교수는 저서에서 '우울증'이라는 자기 앞에 놓인 뜻밖의 불운을 두고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임 교수 유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정신과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다"며 "그의 평소 신조인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뜻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임 교수의 행보와 유지가 의미 있는 값어치로 사회에 남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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