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적응증 계속 확대 `면역항암제`‥왜 '동상이몽'인가

폐암, 흑색종 이후 급여 지지부진‥그 사이 적응증은 계속 쌓여 불균형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신은진 기자] '댐'이 하나 설치돼 있다고 비유를 해보자. '댐'은 건강보험 재정에 형평성을 두기 위해 만들어진 여러 급여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댐이 보관하고 있는 물은 새롭게 개발되고 있고, 허가받은 신약들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댐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럴 땐 댐을 개방해 수위를 낮춰줘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수문은 입을 꽉 닫고 있다.
 
이 상황은 요 근래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이야기다.
 
2017년, 국내 도입된 `면역항암제`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 급여가 됐고, 이후 흑색종에도 급여가 됐다. 그 사이 면역항암제는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요로상피암, 위암 등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렇게 적응증이 확대되는 사이, 여전히 면역항암제의 급여는 멈춰있다.
 
놀랍게도 면역항암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적응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병용요법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는 이미 여러 학회를 통해, 그리고 의사들을 통해 확인이 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약제급여과 관계자는 "모든 면역항암제가 다른 암종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암종마다 반응률도 다를 것이다. 더군다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계속 늘어날 것인데 그러면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들도 그렇고 이를 컨트롤할 수 방법이 없으면 안된다는 의견이다. 정부도 빨리 급여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것만 해결하다 보면 재정영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당장의 것만 급여 확대를 하다 보면 감당이 안되는 순간이 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메디파나뉴스가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도입된 후,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만난 환우회에서는 '메디컬 푸어(Medical Poor, 의료빈곤·취약층)'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면역항암제의 적응증의 획득 속도와 급여의 속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고가의 치료비용이 감당이 안돼 '포기'를 외치는 사례도 생겨났다.
 
면역항암카페 김태준 대표는 "면역항암제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비 때문에 일시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가 하면, 용량을 줄여서 맞거나, 투약 스케줄을 미루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이어 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의학적으로 결코 권고될 수 없는 것으로, 이는 비급여 치료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Side Effect)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여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면역항암제가 넓은 암종에 사용되고 있는 지금, 기존의 급여기준으로 논의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면역항암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환자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계속되고 있다.
 
◆ 폐암의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사용
 

환자들이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분야는 `폐암의 1차 치료`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PD-L1 발현율 50% 이상이라는 조건으로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진행성 폐암 환자는 1차에서 2차 치료로 넘어갈 수 있는 환자가 극명히 적어진다. 1차에서 이미 신체 상태가 악화될 경우 치료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에 의사들은 더 나은 치료제를 보다 빨리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키트루다가 1차 치료제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키트루다의 1차 치료 급여와 관련해,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두 차례 진행했으며, 제약사와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급여기준을 확대할 때는 제약사에 일정 부분 재정 부담이 있고 암질환심의위원회의 권고도 함께 고려하다 보니 시간이 더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약사가 키트루다의 1차 급여를 신청한 기간을 기준으로 2년이란 시간이 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면역항암제가 등재된지도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폐암과 흑색종에 대한 급여화가 굉장히 빨리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재정 아래 급여 여부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정부의 말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트루다의 급여가 타당한 것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키트루다의 임상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 키트루다는 지금껏 PD-L1 발현율이 높을수록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냈다.
 
1차 폐암 치료의 허가 기반이 된 KEYNOTE-024는 기존 치료 경험이 없고,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으며 PD-L1≥50%으로 확인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연구다.
 
지난해 세계폐암학회(WCLC, World Conference on Lung Cancer)에서 업데이트 된 연구결과, 키트루다 투여군의 생존기간(중앙값)은 30개월, 항암화학요법 투여군은 14.2개월로 생존기간이 200% 이상 개선된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PD-L1≥50%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치료로 키트루다만 권고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RCT 임상보다 더 다양한 암환자들이 있겠으나, PD-L1 50% 이상의 환자에게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자리 잡히게 됐다.
 
그렇다면 키트루다가 1차 폐암 치료제 급여가 될 경우, 재정에 대한 부담은 심화될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PD-L1 50% 이상이라는 조건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2차에서 급여를 인정받았을 때처럼 1차로 키트루다가 사용될지라도 PD-L1 50% 이상인 강양성 환자는 비소세포폐암의 2-30%이기 때문에 별도의 환자의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The National Institute for Care and Health Excellence)은 키트루다를 PD-L1 발현율 50% 이상인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치료제로 최종 권고했다. 이에 따라 키트루다는 항암제기금(CDF, Cancer Drugs Fund) 대상에서 벗어나 일반 환급을 적용 받은 최초의 면역항암제가 됐다. 1차 치료제로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사례다.
 
하지만 복지부는 조심스럽다.
 
복지부 관계자는 "PD-L1 50% 이상이라는 급여기준이 있으니 재정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면역항암제를 폐암 1차 치료제로 사용하게 될 환자는 계속 누적된다. 환자를 선별해 사용한다고 해도 PD-L1 50% 이상 환자가 100%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 면역항암제 '적응증 획득'과 '급여'의 속도 차이 
 

면역항암제의 적응증은 계속 쌓이고 있는데, 여전히 급여는 변화가 없다. 이것이 환자들이 직접 느끼고 있는 불안 요소다.
 
김태준 대표는 "면역항암카페에서는 2018년 8월 성명서를 만들어 복지부 및 심평원, 국회 등에 보냈고, 국회토론회 등의 자리를 통해 복지부 관계자, 환자단체연합 회장 등에게 직접 성명서를 전달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2018년 연말까지는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이 적용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기에 일종의 안도감을 갖고 기다려 왔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 등에 문의를 한 결과 면역항암제 급여는 아직도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암환우와 그 가족들의 상실감이 매우 큰 상태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의 입장은 `급여`는 키트루다만이 아닌, 면역항암제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폐암 1차 급여는 환자가 많은 시장이다 보니 제약사들은 그 부분만 보고 있는데, 보험자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암종 환자들도 면역항암제를 원하고 있다"며 "환자가 많은 폐암 1차 급여 대상만 생각해서 급여를 적용한다면, 후발 타 암종에 대한 보험을 적용할 때 재정 여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복지부는 후발 주자 암종이 재정때문에 보험급여 적용에서 후순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약사가 적응증 별 면역항암제의 급여 신청을 할 경우, 이후 다른 암종에 대한 급여 적용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복지부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임상이 결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드라마틱한 것에 비해 반응률 자체는 높지가 않다. 보험자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한번이라도 일단 써볼 수 있는, 그리고 많은 환자들이 접근해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같다"고 답했다.
 
반대로 환자들은 '항암제'가 생명과 직결됨을 호소했다. 급여가 되기 까지 2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폐암의 생존율은 타 암종에 비해 굉장히 낮다. 2년 동안 환자는 부작용을 견뎌가며 기존 항암치료를 받다가 몸 컨디션이 악화돼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다.
 
환자들은 '희망'을 주기 위해 개발된 면역항암제가 현재 '희망고문'으로 불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김태준 대표는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생명에 대한 희망이었지만, 어느새 희망이 아닌 '희망고문'의 대명사가 됐다. 조만간 암환우와 그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할 계획이다. 암 환자와 가족이 치료에만 전념해도 부족한데, 최선의 치료를 받기 위한 제반 여건이 안되는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 암 환자도 국민이라는 사실을, 암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필요한 때에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제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러한 환자의 목소리에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자칫 정부가 건보 재정만 고려하느라 필요한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소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은 된다. 하지만 급여에 한계가 있는 상황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9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 메디파나뉴스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종합] 교수 폭언·병원장 골프 논란… 부산대병원 질타 봇물
  2. 2 휴온스, ‘오픈 이노베이션’ 베팅… 사업다각화서 전략 변화
  3. 3 첨단기술 사로잡힌 병원계…너도나도 '최초' 도입 이색적
  4. 4 국감서 부각 '비대면 진료' 입법부터?… "의약계 의견 묵살"
  5. 5 삼천당, 부채·차입·영업손실 악화…이면엔 연구 급증
  6. 6 [풍향계] '위드 코로나' 임박… 독감백신 접종 확대 이어질까
  7. 7 디지털 트윈, 가상 건강모델로 치료‧예방‧개발까지 '접수'
  8. 8 미충족수요 '인공각막'… 국내 첫 제품 탄생 '주목'
  9. 9 대웅제약, 1,000억대 전문약 블록버스터 2개 동시 보유 예고
  10. 10 제뉴원사이언스 '몬테리진' 제네릭 수탁 예상 규모 줄었나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