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의료계 `아틀라스` 故 윤한덕 센터장
응급의료 떠받치던 '영웅' 하늘로‥환자 위한 '꿈' 이뤄지길

정부 응급의료 관심 부족 속 격무 시달렸던 고인‥"응급환자 제때 제대로 치료받도록"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민족 대명절인 설날 연휴에 들려 온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부고 소식으로 의료계가 슬픔에 잠겼다.

지병도 없던 그가 51세의 젊은 나이에, 집무실에서 세상을 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온 사회가 그의 사망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윤한덕 센터장의 그간 성품과 소신, 개인의 삶보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며 근무에 힘 쏟았던 지난날들이 조명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외된 응급의료 정책의 문제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현실은 4평 남짓 방에서 쪽잠

故 윤한덕 센터장은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전남대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를 수련한 후 2002년 보건복지부 의무사무관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획팀장을 맡았다.

당시 윤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이 특수법인화되면서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체가 보건복지부 산하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복지부 산하로 들어갈 경우 조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대신 공무 조직의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응급의료 업무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중앙응급센터는 공사화(公社化)된 국립중앙의료원에 남았고, 윤 센터장 역시 그 자리를 지키며 2012년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역임하게 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판을 짜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그는 ▲국가 응급의료정보망 구축 ▲권역외상센터 및 닥터헬기 보급 ▲24시간 대규모 재난 대응체계 구축 ▲가정내 응급처치 교육 개발 ▲선한 사마리아인법 ▲심장자동충격기 ▲119구급대 전문성 향상 ▲병원 임상수련 교육 등의 업적을 남겼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전경
 
정부의 관심 부족 속에서도,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홀로 동분서주했던 윤한덕 센터장의 업적 뒤에는 그의 희생이 있었다.

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로 60년 된 낡은 국립중앙의료원 건물 4평 남짓 방에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매일 같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였다.

그의 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고, 업무가 적으면 토요일 밤, 업무가 많으면 일요일 밤이 그의 퇴근 시간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이면 다시 의료원으로 출근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8개의 팀을 이끌어야 했고, 재난과 응급의료 상황실을 총괄하며, 상황실장까지 겸하게 됐다. 비상시에는 직접 전화를 돌려 환자를 전원할 병원을 찾기도 했던 그였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근무했지만, 그의 의료원 급여는 대학병원 의사들에 비해 낮았고, 환자 진료를 직접 보지 않아 진료수당 등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의 가족은 경기도 안양시의 지은 지 25년된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처럼 격무에 시달렸던 이유는 정부의 응급의료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윤한덕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중앙응급의료센터가 하는 일이 환자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 "응급실 의사들을 도와야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에도 업무를 끌어 앉고 집무실 책상에서 눈을 감았다.
 
성실하고 소박하던 윤한덕, 생전의 그를 추모하며
 
 
그의 사망 소식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끈 것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의 역할도 컸다.

이국종 교수는 윤한덕 센터장의 부고 소식에 "말도 안 될 정도로 응급의료에 이바지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라고 표현하며,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슬퍼했다.

10일 열린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윤 센터장을 응급의료 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인 '아틀라스(Atlas)'라고 표현하며, 그를 잊지 않기 위해 닥터헬기 기체 표면에 윤 센터장의 이름과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윤한덕 센터장은 이국종 교수의 닥터헬기 구상에 유일하게 귀를 기울여준 인물로, 이를 현실화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의 대학 선배인 허탁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도사를 통해 "나의 자랑스러운 대학 후배 한덕이"라며, "응급의료 모든 정책 기획과 수행은 2002년 응급실에서의 6년간 뼈저린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발 디디고 독립투사처럼 살아온 윤한덕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국민은 20년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한 것을 윤한덕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국가유공자로 보답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추도사를 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그의 동료 의료인들도 그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7일 윤 센터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의사가 진료 중 환자의 칼에 찔려 살해를 당하고, 과로 속에서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못한 채 병원에서 과로사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의료계의 실정"이라며, 준법진료 정착을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앞서 회원을 잃은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대해 추모 성명을 발표하고, 영결식 당일에는 직접 조준필 학회 회장이 참석해 추도사를 발표했다. 

학회는 "그 숭고한 뜻을 잇고 받들어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정계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낙연 총리, 문희상 국회의장 등이 직접 장례식장을 찾았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해 윤한덕 센터장의 '순직'을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은 정말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으며,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며 "진심으로 국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싶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며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숭고한 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오"라고 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산재보험이 적용되며,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되는 절차가 법적으로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앞 장면 (실루엣 처리)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고자 고민했던 그의 꿈, 이뤄지길

응급의료를 떠받치던 영웅의 마지막 고민은 '응급의료 지역화'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역 내 응급 환자를 지역 내에서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윤한덕 센터장의 유지가 과제로 남았다.

유족대표인 윤형찬 군은 마지막 영결식 추도사에서 "응급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고자 하는 아버지의 평생 꿈이, 아버지를 통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소망했다.

홀로 외롭게 응급의료를 떠받치던 영웅, 故 윤한덕. 이제 그의 꿈은 혼자가 아닌 의료계 모두의 꿈이 될 것이다.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유틸렉스, NK/T 세포림프종 1/2상 임상 중지 공시
  2. 2 H제약 대표 아들, 10년 간 여성 30여명 불법촬영 적발
  3. 3 첨바법 발목, 사실상 국회·시민단체 아닌 '식약처'가 잡았다
  4. 4 "인보사, 제2의 황우석"..환자 3400명 임상시험 당했다
  5. 5 183개 제약기업, 매출 27조 9,940억‥5.9% 성장
  6. 6 엇갈린 식약처-코오롱, 인보사 원인규명 과정 난항?
  7. 7 인보사 투여 환자, 코오롱생명과학 대상 공동소송 '본격화'
  8. 8 23개 제약기업 CEO들, AI 기반 신약개발 추진 의지 재확인
  9. 9 P-CAB 등장 영향 위식도역류질환 시장 '지각변동'
  10. 10 손발톱무좀약 시즌 돌입… '파격 약가'-'학술 마케팅' 활발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