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책임제 '민낯'..안심센터 무리한 실적 경쟁 "본질 잃었다"

진정한 치매국가책임제로 가기 위해선 의원급·치매보호자 '교육' 필수
약물 외 다중영역 비약물 중재프로그램 및 인지치료 급여화 필요 및 치매 전단계 R&D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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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매 안심하세요. 이제 국가가 책임집니다'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건지 불과 2년여가 지난 지금, 치매안심센터의 무리한 확충과 센터 간 진단 실적 경쟁 매몰 등 각종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급하게 양만 늘릴 게 아니라 치매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치매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비약물 중재프로그램 개발, 보호자 교육 상담 급여화 등 '질'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주최한 성공적인 치매 국가정책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치매학회, 신경과 전문의 등의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맞춤형으로 사례 관리를 하고, 경증치매환자까지 장기요양서비스를 확대하며, 중증치매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증상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확충하고, 치매 예방과 진단, 치료, 돌봄 기술에 대한 R&D를 시행하며, 치매환자를 배려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마련되는 '한국형 치매관리 모델'은 253개 치매안심센터에서 조기 검진, 상담, 환자케어, 가족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중증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치료하며 방문이나 시설 서비스는 장기요양에서 담당하는 형태다.
 
문제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실행주체가 되는 '치매안심센터'가 제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평가 실적에 급급한 '주객전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한양대구리병원 최호진 교수(대한치매학회)는 "센터에서 상반기에는 주어진 사업을 수행하다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검사 실적을 채우는 데 열을 올린다"면서 "담당의사들도 가을부터 갑자기 진료량을 늘리며 연구자들도 단기 과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보여주기식' 실적 경쟁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질적인 발전, 예방 및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안심센터와 지자체들은 어떻게 환자 및 보호자의 고통 절감과 낙상 예방 등을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들은 치매가 아닌 뇌졸중, 파킨슨, 만성질환 등 폭넓은 시야를 연구하면서, 정부에서는 전시행정이 아닌 실질적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양동원 교수 역시 안심센터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양 교수는 "현재 안심센터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검사하고, 치매 의심자에 대해서만 병원에 의뢰해 혈액검사, 뇌파, MRI 등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빨리 환자를 발굴해서 치료하자는 취지인데, 이렇게 되면 환자만 급증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굴,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가족력이 있거나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 치매 위험군을 대상으로 인지치료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매 예방수칙 전국민 대상 홍보 ▲치매 위험도 억제 연구와 전단계 발굴 R&D 지원 확대 ▲해당 분야 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도 국가단위로 장기적으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는 '뉴로바이오뱅크' 사업을 시행해 뇌질환, 인지질환 등 치매 예방을 위한 연구기반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치매 관리 뿐 아니라 치매 치료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전달체계가 붕괴돼 3차병원, 약물 사용 치료에 집중돼 있다는 것.
 

치매라는 질환 자체가 하나의 원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악화되기 때문에 단순히 아세틸콜린분해요소 억제제를 통한 약물 치료와 함께 식단(영양), 인지자극, 운동, 치매 보호자 교육상담, 중재프로그램은 물론 대사 및 혈관위험 인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하대병원 최성혜 교수는 "효과가 규명된 치매 예방프로그램의 확산이 필요하다"면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인지재활과 인지자극 등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급여화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쇠노인, 전노쇠노인, 경도인지장애, 파킨슨, 혈관성치매 등에 대해 운동치료 등 다중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하며,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도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매치료의 '전달체계' 문제점을 지적 고대안암병원 박건우 교수(치매학회)는 "사실상 정부에서 노인케어를 위해 마련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며, 이 안에 치매안심센터와 지역 의사들이 적절하게 스며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달체계가 깨져 3차병원 아래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치매치료가 3차→2차→동네의원이나 요양원 순으로 거꾸로된 전달체계 순서로 가고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제대로된 진료전달체계를 가진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 결국 지역사회 의사들이 치매안심센터와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3차병원 교수들이 지역사회 의사들을 철저하게 교육시켜 커뮤니티케어 내에서 치매가 적정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기된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 민영신 치매정책과장이 어느 정도 인정했다. 민 과장은 "본연의 기능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해 내부에서도 고민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평가지표를 개편해 나가겠다"면서 "안심센터 외에도 오늘 나온 제안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민원과 비판을 듣고 보완점을 찾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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