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마침표를 찍지 않기 위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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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글을 쓸 때 문장이 길면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쉽게, 또 이해하기 쉽게 쉼표를 찍는다. 문장이 끝날 때는 마침표를 찍는다. 때문에 쉼표가 없는 문장은 짧게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삶에 있어서도 쉼표가 필요하다. 쉼 없이 연속적으로 삶이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쉼이 있어야만 육체적인 휴식은 물론 다시금 삶을 되돌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을 생각하는 정신적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쉼 없는 삶은 긴 호흡의 문장과 마찬가지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적합한 모양새는 아닐 것이다. 결국 빠르게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최근 언론에 연이어 의사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보도됐다. 이들은 직책도, 진료과도 달랐지만, 모두 밤샘 근무를 하다가 근무지에서 사망했다.
 
그간 응급의료체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고군분투해왔던 국립중앙의료원 故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아직 그가 주장해왔던 많은 응급의료체계상 문제들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산적해있는 상황인데, 설 연휴까지 병원에 나와 쉼 없이 응급환자들을 돌보다가 '과로사'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격무에 시달렸던 한 전공의도 돌연사로 세상을 등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30시간이 넘게 이어진 그의 근무표를 보면 쉼표 없는 고단한 삶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도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새 간호사가 마약에 중독돼 과다투약을 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마약 중독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쉼 없는 격무가 거론됐다.
 
의료인만 과로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환자안전법 제정의 시발점이 됐던 일명 종현이 사건도 쉼 없는 삶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피곤에 시달리던 인턴이 빈크리스틴 주사 투약 실수로 완치율 90%에 달하는 치료성적을 보였던 정종현(당시 9세)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여기에서 의료사고를 낸 의료인에 대한 처벌과 제재 강화도 중요하나,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현장에서 적정 인력이 근무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금은 1명의 의사, 간호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는 2~3배, 많게는 수십배의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 병원에 종사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심화되고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못했고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높였다고 응답했다.
 
다른 산업군과 달리 보건의료분야는 사람이 중심이 돼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산업이며, 일반적 서비스직에 비해 업무에 대한 책임성이 높고 업무 강도도 상당하다.
 
그만큼 인생에서 많은 쉼표가 필요한 직종인데도, 아이러니하게 '주 52시간 상한제도'를 빗겨갔다.
 
이미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많은 의료인의 죽음과 건강이상, 의료사고를 경험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쉼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만 한다. 더이상 의료인들이 너무 이른 시기에 '마침표'를 찍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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