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최대집 의협회장 `투쟁가`가 공허한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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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유, 민주, 민생을 위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 의료계와 국민적 투쟁을 시작하겠다. 이번 2019년 의료계의 총력대전(總力大戰)의 상대는 바로 청와대가 될 것이다."

진찰료 30% 인상을 거부한 정부를 상대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이 지난 2월 1일 전면 투쟁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의협은 정부와 대화 창구를 폐쇄하고, 각 산하 단체에도 공문을 통해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최 회장이 투쟁성이 강한 인사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의사들의 수장이 된 이유도 이런 장점을 발휘해주길 원했던 회원들의 요구가 기반이 됐으며, 정책 카운터 파트너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 느낌은 이번의 최 회장의 투쟁 선언에 대한 대‧내외적 반응과 반향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는 러시아의 시인 네크라소프가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의사회원들이 '조국(의협)을 사랑하고 있지 않아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기' 때문일까?

물론 의사단체에 대한 일반 회원들의 무관심은 잘 알려진 바 있지만, 멀리는 과거 최 회장이 의쟁투 공동대표, 전의총 상임대표였던 시절, 가까이는 지난해 말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추진했을 때 보다 더 이슈화 되지 못하고 관심이 없다는 것을 취재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의사회원들이 이럴지언데, 과연 일반 국민은 얼마나 의협에 공감을 해줄까? 이는 열어보지 않아도 답을 아는 비닐하우스 안의 야채와 같을 것이다.

최대집 회장의 투쟁가가 공허해 보이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세 가지가 꼽힌다.

가장 첫 번째는 반복된 투쟁과 철회로 인한 '최대집'이라는 이미지 소비를 꼽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으로 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사건을 촉매제로 의권 수호를 위해 의료총파업 등을 언급하며 전국총의사궐기대회를 이끌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되려 수가 협상 탈퇴로 인한 낮은 인상율, 정부의 계획대로 MRI급여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가 진행되는 등 '고집만 부리다가 실기를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몇 차례 정부에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정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 '최대집=투쟁'이 아닌, '최대집=투쟁 이후 협상'이라는 굴레가 씌워져버렸다. 따라서 이번 의료계 총력 대전도 결국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생겨져 버린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3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꼽았다. 로고스(Logos)는 주장의 논리를 뜻(메시지)하며, 화자의 감성을 자극해 공감하게 하는 것이 바로 파토스(Pathos 듣는사람)이다.

최 회장의 연설을 현장에서 들어보면 일견 논리가 정연하며 어조에 확고한 의지가 느껴져 충분히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누가 이야기를 하는가' 즉, 화자의 인격과 신뢰감의 영역인 '에토스(Ethos)'에서 최 회장은 약점을 안게 됐다.

의협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조언하는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 자제, 실현가능한 일을 숙고후에 발표 등이 에토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제는 '최대집 회장'의 발언에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이번 선언이 동력을 얻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바로 시기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오면서 의료계가 요구한 심사기준체계 개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확대, 만성질환관리제 2차 시범사업 등의 의미 있는 성과물이 나오기 직전인 이 시기에 의정대화가 단절됐다.

따라서 그동안 논의하고 바라던 각종 사안들이 백지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여기에 참석해 노력해 온 인사들은 밖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한 시도의사회장이 이야기처럼 어쩌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시기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고 의료계를 옥죄는 각종 사안들이 생겼던 지난해 작년 5월~6월이었지도 모른다. 투쟁의 시기를 놓친 현 상황에서 다시 투쟁을 통해 무언가를 얻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아울러 새해 초부터 들려온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 사건부터 故 윤한덕 센터장 과로사까지 의료계에 들려온 비보에 국민이 나서 "의료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안전진료를 위한 실질적 대책과 과중한 업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의 확립이지, 여론과 등지는 투쟁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끝으로 이번 투쟁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구체적인 출구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투쟁으로 돌아선 의협이 다시 협상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의협 기자브리핑에서 박종혁 대변인의 답은 "의정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당연히 "그 신뢰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라는 질문이 나왔고, 이에 박 대변인은 "모든 국민이 제대로 안전한 치료 받을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대전제이다"고 대답했다.

가치나 신뢰는 정량화 할 수 없기에 투쟁에서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명확한 답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진찰료 30% 인상이 거부됐다면 "이를 관철시키기 전에 협상이 없다"던지, 아니면 다른 구체적인 전제조건을 언급해야 정부에서도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신뢰나 국민의 안전한 치료 패러다임은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의협이 투쟁을 마무리 하기 위한 구체적인 출구도, 명분도 잃게되는 표현이기에 자신의 퇴로를 막고 있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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