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미용' 혼동하는 한국‥의사들이 바라본 치료 현실

비만약에 대한 '맹신' 금물‥반드시 생활습관 교정이 함께 동반돼야 하는 보조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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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오래도록 학회와 의사들은 '비만'이 '질병'이라며 치료를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권의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치료를 받아야할 '비만 환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구화된 식사 및 생활습관으로 인해 비만 환자는 소아부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와 관련해 변화가 시작됐다. 의사들이 오래도록 요구했던 '비만대사수술'이 올해 1월부터 급여화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기존의 내과적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 치료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해석된다.
 
그동안 의사들은 '비만대사수술'이 고도비만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 치료법이라고 주장했다.
 
비만대사수술은 음식물의 섭취 제한 및 흡수 과정의 변형으로 체중을 감량시키는 것은 물론, 혈당을 유지하는 호르몬 등을 변화시켜 혈당 관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사수술 이후 약물투여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환자는 50% 수준이며 2형 당뇨병 초기 환자의 완전 관해는 약 80%에 육박했다.
 
그렇지만 수술 전 비만 환자들이 사용하는 약물에 있어서는 여전히 '급여'가 된 치료제가 없다. 현존하는 치료제가 단순히 살을 빠지게 하는 약이라기보다, 여러 행동과 습관 교정을 기반으로 한 보조적인 수단인 탓이 크다.
 
그런데 비만과 관련한 치료제가 거듭 출시되면서, 모순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서 비만은 질병이라기보다 '미용' 쪽에 치우쳐져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출시된 GLP-1 유사체 '삭센다(리라글루티드 3mg)'는 높은 수요 급증을 보이며 일시적으로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환자들이 치료를 많이 받았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서 의사들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개원가에서 정상체중인 사람에게도 삭센다가 처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 E-NEWLETTER의 '삭센다 열풍으로 보는 비만 치료의 현실'에서 성균관의대 가정의학 강재헌 교수는 비만 연구를 하는 외국 학자들이 한국에서 삭센다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묻곤 하지만 "답변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내가 비만 환자 치료를 처음 시작한 20여 년 전만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거의 없어 식사요법, 운동요법과 행동수정요법만으로 고민해야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현재는 비만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여러 개 존재한다. 대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들과 위장관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 등으로 20여 년 전보다는 비만 치료 여건이 크게 개선된 편.
 
이중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점이 있다. 비만 약물은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등의 비약물요법을 실시한 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환자에게만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고혈압 환자에게 고혈압 약과 함께 저염식을 권고하지만, 식사 조절을 못하는 경우에도 약물 요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에서는 생활 습관 교정 없이 약만 복용해서는 치료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에 위장관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비만 약물이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가 수 년 후 처방이 급감한 사례가 있다. 약물에 대한 맹신으로 약물 오남용 현상이 나타났고, 생활습관 교정 없이 약에만 의존한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삭센다 열풍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삭센다를 처방 받으면,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두통, 저혈당, 위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처방 의사가 부작용 여부와 효과를 잘 관찰하고 약물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
 
가능성이 아주 낮기는 하지만 일부 갑상선 종양과 급성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약물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비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약들이 나오고 있지만, 식사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을 등한시해도 되는 약이 나온 것으로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 비만은 정말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생활습관 교정 없이 약물 하나로 조절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만 치료는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건강 문제다. 그러나 새롭게 출시된 비만 약물에 대한 맹신으로 국가 의료비가 급증하고 많은 이들이 비만 치료에 실패하고 건강을 해치는 일이 우려된다. 환자들에게 비만 약물요법의 효과와 한계를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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