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사정 여의치 않으면 전원 했어야"‥응급실 '책임'

응급혈액검사 필요한 환자, 일반혈액검사 하느라 12시간 방치해‥"치료 받을 기회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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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어도, 응급도가 높은 환자를 오랜 기간 방치해 치료 받을 기회를 박탈한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병원은 응급실에 도착한 때부터 빈맥 증상을 보이며 응급혈액검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병원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12시간이 걸리는 일반혈액검사를 실시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사망한 환자의 배우자 A씨와 그 자녀들이 2개의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A씨의 배우자 B씨는 지난 2016년 9월경 C정형외과의원에서 손목·어깨·허리 통증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던 중, 지난 9월 15일 치료 부위에 통증을 느껴 D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다음날인 16일 심정지로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오른쪽 흉강에서 삼출성 흉강액이 발견되었고, 오른 폐 하엽의 장측 흉막에서 넓은 범위의 화농성 염증 소견 및 오른 흉강의 벽측 흉막 및 횡격막에서도 화농성 염증이 발견되어 흉막염 및 그에 병발한 패혈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A씨와 그 자녀들은 건강하던 B씨가 갑작스럽게 흉막염이 발생한 배경에 대해 B씨가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은 C정형외과의원의 과실을 의심했다.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C정형외과의원이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B씨가 미생물에 감염되어 흉막염이 발병했고, B씨의 통증 호소에도 C정형외과의원이 적절한 검사 내지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정형외과의원이 밀봉된 주사기 및 주사액을 사용했고, 당시 B씨의 증상만으로 흉막염 내지 패혈증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C정형외과의원에게는 과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통증을 호소하며 찾은 D병원 응급실 의료진의 행태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D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 B씨는 이미 분당 맥박수가 정상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빈맥 증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 경우 의료진은 그 즉시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을 의심하여 2시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에 따른 진료방침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D병원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12시간이 걸리는 일반혈액검사만을 시행했고, 결국 B씨는 12시간 동안 방치된 후에야 패혈증 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결국 손을 쓰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D병원은, 해당 병원 응급실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고, 당시 응급실에 근무한 의사 또한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였다며, D병원 의료진으로서는 B씨에 대해 임상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검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모두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건 당일은 추석 연휴인데다가 의료진의 근무시간 외여서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임상병리사가 근무하지 않아 응급혈액검사를 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수의 응급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대도시에서 D병원 의료진이 필요한 수준의 응급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면, B씨를 D병원 응급실에 입원시켜서는 아니되고 그 즉시 다른 응급의료시설로 B씨를 전원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D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B씨에 대해 정확한 진찰 및 진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B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하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죄가 있다며, 고인의 배우자인 A씨에게는 2천3백여만 원을, 그 자녀들에게는 각각 5천4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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