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있는데 왜?‥허가초과요법 '사각지대' 놓고 깊은 한숨

'효과'있는 환자들에게서 제도적 지원 방법 절실‥별도의 평가 전문가 단체와 제약사 협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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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항암제 사용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데, 왜 급여가 불가능한거죠?"
 
허가초과 약제를 사용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해당 환자는 이 허가초과로 승인된 약제로 인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으며, 삶의 질에 있어서도 혜택을 봤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을 내기까지는 아주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지난 17일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이하 암보협)은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 제 17차 정기 심포지움 및 총회'에서 '필요한 항암 신약, 치솟는 가격…환자를 위한 현실적인 보장성 강화 방안은?' 특별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허가초과 항암제의 급여화`는 필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약사는 다수 환자가 존재하는 질병과 치료 단계에 대해 허가를 받기 위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임상을 통과한 획득한 '적응증'은 치료제가 사용될 수 있는 '허가증'과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같은 기전(mechanism)으로 치료가 가능한 소수 환자에서의 사용은 금지된다.
 
그렇다고 제약사가 이런 소수의 환자들을 위해, 돈을 투자하면서 추가 임상시험을 하진 않는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이익이 되는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효과가 예상되는 소수의 환자들, 비록 허가범위에 들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대안적 절차`가 `허가초과(off label) 제도`다.
 
하지만 이 허가초과 약제를 사용하기까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해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고자 하는 경우, 식약처에서 지정한 임상시험실시기관 내 암 관련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승인하도록 돼 있다.
 
어렵게 허가초과 약제로 승인됐을지라도, '급여' 문제가 남아있다. 기본적으로 허가초과 약제의 급여는 전액 본인부담을 원칙으로 하며 진료 실적 분석을 통해 급여 전환 등이 결정된다.
 
승인받은 요양기관은 매년 3월 말까지 전년도 사용내역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누적례수가 100례 이상인 요법으로서, 최초 인정일로부터 3년 이상 경과한 요법을 대상으로 한다.
 
만약 근거 수준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급여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지금까지 70여 개 허가초과 항암요법이 급여 전환됐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이러한 급여 전환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보험정책위원장 김봉석 교수(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소위 진료현장자료(Real World Data, RWD)를 어떻게 수집·분석하고, 급여 전환 여부의 근거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환자에서 투여되고 일부 효과가 있는 요법에 대한 급여 전환과 퇴출에 대한 모호성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교수는 효과의 예측 가능성을 최대화해 허가초과 약제라도 급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가초과 약제를 사용하는 이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최소한 이 요법을 통해 '효과'를 보는 환자들에게 만큼은 빨리 급여를 해줘야한다고 요청했다.
 
허가초과 약제에 대한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려면, 또 다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허가초과 항암제의 일정기간 사용 후 반응(response)이 있거나 유지가 된다면 그 시점에 급여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기간 효과를 입증할 때까지의 비용은 환자 보험자 제약사가 분담해 지불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자기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고, 보험자는 가입자의 치료나 생명연장의 가능성에 대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약사는 근거가 확보된다면 그 시장의 확대를 얻게 되기에 나쁜 방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도 허가초과 약제를 사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급여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허가초과는 오남용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걸려있다. 이에 그는 실제 효과가 있는, 개별 근거가 있는 환자에게는 보다 제도적인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해왔다. 여기엔 관련 전문가 단체가 따로 있어야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대호 교수는 "영국, 미국 등에서는 이미 정부에서 허가초과 처방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국가 단위에서 모든 처방 기록을 관리하고 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충분히 참고해 항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매년 체계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김병수 부장은 일단은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허과초과 약제를 사용해 효과를 본 개별 환자들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보고, 여러 지원 제도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권용진 교수는 "현 제도는 허가와 급여라는 의약품 규제 틀 안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1단계인 허가사항에서 이미 조건에 들지 못한 환자들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지 않다. 허가초과 처방 환자들은 가능하다면 본인의 치료 데이터 제공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사가 충분하다. 정부와 제약사에서 좀 더 넓은 범위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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