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평가, 제약사 불만 고조됐지만, '유지+사후평가' 방향

심평원 "건보 재정 한계로 업계 의견 받아들이기 어렵다..가이드라인은 개정"
환자·정부 측 "약제 급여시 다른 질병 보장성 저해돼 신중한 신약 급여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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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지난 2006년 의약품 선별등재 시행에 따라 신약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보는 '경제성평가'제도가 도입됐다.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만큼, 경제적 측면에 무게중심을 두다 보니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낮추고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지난 21일 의약품 경제성평가 개선 세미나 발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후평가 도입·투명성 강화·위험분담제도 확대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경제성평가는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건보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고가의 신약일수록 등재시 파악하지 못한 불확실성의 충격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등재시 제출되는 임상자료는 대부분 국내 환자들이 포함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라며 "등재시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없거나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약 등재시 계약조건에 임상현장자료(리얼월드데이터)를 통한 사후평가 시행과 그 결과에 따른 경제성결과(ICER) 재계산 및 약가조정, 환급 시행 등이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면서 "현재 시행 중인 위험분담제(RSA)를 보다 확대시키는 것도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특히 면역항암제의 경우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나, 사실상 명확한 연구결과가 아직까지 도출되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사후평가'를 시행해 약가 환급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호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경제성평가와 관련한 자료를 수십건에서 많게는 수백건까지 보기 쉽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 약평위에서 공개하는 경평자료는 이해하기 어렵고 10여건 정도에 그치는 적은 범위"라고 주장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약제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도 한 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약업계 "전 세계적으로 낮은 약가 채택..대체약제 기준 변경·가치 반영 필요"
 
여기에 더해 제약업계에서는 할인율 절감, 대체약제 기준 변경 등도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조영미 상무는 "업계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매우 도전이 필요한 곳이다. 비용효과성을 따지다보면 약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삶의 질, 수명 연장 등 사회적 가치를 보는 퀄리값도 매우 적게 반영해준다"면서 "적정가치를 반영하고 할인율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치게 극단적인 가정을 고려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요구받기도 한다. 입원율 감소 결과를 입증하더라도, 재원상태 민감도 등을 고려하라는 주문이 그 예"라며 "이 같은 엄격한 잣대와 보완 절차가 없는 경직성을 풀고, 비교가 어려운 약제와의 비교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심평원·환자 "'경평 잣대' 반드시 있어야 할 제도..'사후평가'로 급여의약품 관리 강화"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물론 환자단체까지도 경평의 현행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급여 약제들에 대한 '사후평가' 제도를 도입해 건보재정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건보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특정 환자의 접근성만 고려해 몇천, 몇억에 이르는 항암제들을 모두 급여화해줄 수는 없다"면서 "한정된 재정을 함부로 사용할 경우 국민 전체의 생명줄이 붕괴될 수 있으므로 경평이라는 잣대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경평이라는 제도 자체가 불확실성을 바타으로 하기 때문에 '사후평가'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면서 "환자들이 왜 어떤 약제는 급여고, 다른 약제는 비급여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평가 결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최경호 사무관도 "경평을 하는 이유는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적화된 용도에 사용하는 것이다. 제도 운영에 있어서 이견이 있는 부분은 적극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면서 "진입 후 급여 유지가 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평원 연구용역이 끝나는대로 '사후평가'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박영미 약제관리실장은 "경평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2017년부터 환자, 제약업계 등과 TF를 구성해 비교약제, ICER, 할인율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업계가 원하는대로 수정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경평 제도의 포괄적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연말내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박 실장은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RWE 기반의 사후평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RSA 제도 개선을 위한 선등재 후평가 도입 등의 건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투명성 부분은 현재도 잘 지켜지고 있어 수정할 부분이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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