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말이야"‥전공의 폭행문제, 제도보단 문화 개선

꼰대식 수련 문화에서 전공의 폭행 여전‥"자율징계, 전문가 평가제 통해 개선 강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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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공의 폭행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전공의 폭행 사건은 어디서나 늘 있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론을 통해 전공의 폭행 문제가 다뤄지며 해결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꼰대식' 수련 문화에서 전공의들은 여전히 약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A교수가 지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공의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A교수는 지난 2017년 부산대병원 등에서 전공의 폭행 문제가 입방아에 오른 기간에도 아랑곳 않고 폭행을 저질러 왔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피해자인 4년차 전공의 12명이 그간의 사례를 모아 병원측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실을 접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해당 교수를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 제보하고, 세브란스병원 수련교육부에 관련 조치 진행 상황과 추후계획 등을 확인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한양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 폭행 문제에 대해 의료계는 입을 모아 이 같은 전공의 폭행 문제가 해당 병원만의 독특한 사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의 폭언과 폭행은 오랜 기간 대를 이어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종의 '꼰대식' 수련 문화에서 당연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련의 전공의 폭행 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당시, 일부 의사 선배들은 "우리 때는 더 심했다", "나 때는 그런 일은 문제도 아니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 중 만난 한 정형외과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기강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맞으면서 배워야 제대로 배우는 게 사실이다"라는 등 가해자를 옹호하며, 전공의 시절의 폭행이 하나의 '역사'와 '전통'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사들의 수련 문화는 도제식 수련 방식과 폐쇄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이 합쳐져 군대보다 더 군대 같은 꼰대식 수련 문화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전공의 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협회 민원 창구 및 대한의사협회 폭행 신고 센터를 통해 전공의들이 꾸준히 폭행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병원 안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 협회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힘없는 전공의들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손해 입을 것을 우려해,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직접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전공의 폭행 사건들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 수련과정에서 전공의의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성희롱과 성추행 경험에 대한 조사도 함께 실시하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최근 2017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수련과정에서 전공의의 신체적 폭력 경험률은 20.3%, 언어폭력 경험률은 71.2%, 여성 전공의 성희롱과 성추행 경험률은 각각 45.5%, 21.1%로 나타나는 등 폭력 피해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일련의 사건 이후 국회 유은혜, 인재근, 윤소하, 권미혁 의원 등이 폭행 등을 한 지도전문의에게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복지부 장관이 수령병원장에게 이동수련을 명령하며, 폭행발생시 수련과목 지정을 취소하는 등의 4건의 전공의 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지난해 12월 27일 통과됐다.

또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폭행과 성희롱 등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전국의 수련병원으로 하달했으며, 병원들은 해당 지침을 준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지도전문의에 대한 처벌과 수련병원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신설되는 등 법적 변화를 통해 경각심은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공의 폭행 문제는 법적인 레벨뿐만 아니라, 문화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것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며, "수련병원이 해당 법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재평가하고, 실제로 문화가 변화했는지 피드백을 통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 집단 내에서의 자율징계, 전문가 평가제 등을 활용해 엄중한 잣대로, 개선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아무래 피해자인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선배와 교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되기 어렵다"며, "일부 선배들은 '우리 때는 더 맞았어'하며 이런 꼰대 마인드로 접근하면서, 왜 일을 크게 만드냐고 야단을 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변했고, 선배들이 특히 병원장이 스스로 문제를 문제라고 바라보고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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