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새 방어전략 아니냐"… 행정소송 휩싼 우려

특허심판-집행정지-취소소송 세트… 수개월~1년 인하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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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과 행정소송, 집행정지로 이어지는 약가인하 소송이 오리지널 제품의 약값 떨어지는 시점을 최대한 미루는 새 방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가인하 지연 시간 동안 건강보험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동일한 방어 전략을 재생산케 하는 악용 사례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울고등법원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잠정인용 결정(5월 31일)으로 한국노바티스의 면역억제제 '써티칸정'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효력을 6월 28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원래 지난 2월 1일자로 30% 떨어질 예정이었던 '써티칸' 4개 품목의 약값은 최소 5개월간의 인하 지연이 보장된 셈이다.
 
지난해 써티칸 유통판매액(아이큐비아) 55억원을 기준으로 30%를 단순산술하면, 1년에 약 17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비용이 더 나가는 셈이다. 
 
이 사건을 비롯해 유사한 사건들의 시초에는 오리지널 제품의 '만료되지 않은 특허'가 있다. 특허기간이 남아 있는 오리지널 제품에 대해 제네릭 사가 특허 회피 혹은 무효화 성공 후 제네릭을 출시하고, 이로 인해 오리지널 보험약값이 안하되면 오리지널 회사는 인가인하를 단행한 보건복지부에 '고시 집행정지'와 '약제 상한금액 조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동시에 특허심판에 대해서도 항소하며 최종심까지 진행한다.
 
'써티칸'의 경우에도 종근당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1심과 항소심 승소 후 제네릭(써티로벨)을 출시하면서 써티칸 약값이 2월 1일 인하될 예정이었고, 노바티스가 2월 1일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면서 3월 15일까지 약가인하가 집행정지 된 바 있다.
 
특허심판 최종심(3심) 결과가 나오기 전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노바티스의 제소 사유인데, 특허뿐 아니라 특정 사실의 확정 전에 단지 제네릭 출시의 이유로 오리지널 약가를 인하하는 시스템은 잘못됐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에 불복한 복지부가 항고했으나 법원은 지난 5월 8일 복지부 항고를 기각하면서 약가인하 정지 기간이 5월 31일까지 또다시 연장된 바 있다.
 
그러나 본안사건인 약제상한금액조정처분취소소송에서 5월 16일 노바티스가 패소하면서 집행정지가 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밖에도 법원은 잠정인용을 결정하며 6월 28일로 또 한 차례 미뤘다.
 
약가인하 시스템에 대한 법원의 고민이 좀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인 이슈는 특허 등 어느 한 분야에 특정된 게 아니라 약가인하 고시 시스템 문제점 자체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약가인하 집행정지의 대표적인 사건은 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 천연물의약품 '레일라'다.
 
레일라의 약가인하는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지난 2017년 10월 복지부는 제네릭 출시에 따라 레일라의 약가인하를 예고했으나, 한국피엠지제약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작년 9월에서야 약가인하가 단행됐다.
 
피엠지제약이 제기한 약제급여 인하처분 취소청구 재결이 기각되고, 제네릭 사들과의 조성물특허 무효소송에서 특허법원이 제네릭 사의 손을 들어주며 특허무효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노바티스의 또다른 면역억제제 '마이폴틱장용정' 역시 유사한 사안이다. 제네릭 '마이렙틱엔장용정'이 나오면서 마이폴틱의 약가인하가 고시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행정소송으로 약가인하와 환원이 거듭되면서 약국과 유통 현장에 복잡함을 야기했다. 노바티스와 종근당의 마이폴틱장용정 조성물 특허 무효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결국 특허분쟁과 약가인하취소소송을 통해 약가인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일단 행정소송이 인하를 미루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레일라 사건 이후 어떻게든 약가인하를 지연하기 위한 행정소송이 많아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의 대법원 확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약가인하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행정소송으로 어떻게든 질질 끄는 유사 사건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분간 수십~수백억에 달하는 약가인하를 답보하는 유효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는 7월 1일자로 단행될 항응고제 엘리퀴스의 경우도 오리지널 회사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행정소송이 약가인하 시스템의 부당한 점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3심에서 뒤집힐지도 모를 특허심판 1심으로 제네릭이 나와 오리지널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는 시각 역시 적지 않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란자핀 사건도 최종심에 올랐지만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안 나왔다"면서 "제네릭이 출시된다고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인하하는 현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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