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종합계획, 기존의 약가 조정과 비슷한 방식 재현?

이재현 교수 "부정적 평가 보완해 신중한 도입 필요"
정부여당 "약가 효율화 불가피..반대만 하지 말고 방향성 및 대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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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올해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시행 30년만에 처음으로 종합계획이 발표됐으나, 약제비 관리 방안에 있어서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일괄약가 인하, 기등재목록정비, A7 약가 기준 재평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만 강화됐을 뿐 혁신이 빠진 약제비 관리 방안은 사실상 제약업계 등 의약품공급자와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는 2019년도 보건행정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과거 약가제도와 건보종합계획의 약제비 관리 방안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의 보장률 향상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했고, 효율적인 의약품 사용과 국민건강 향상을 도모하는 '약제비 관리 방안'도 포함됐다.
 
약제비 관리방안으로는 ▲허가제도와 연계한 제네릭 의약품 산정체계 개편, ▲만성질환 치료제, 노인성 질환 치료제 등 약가를 해외와 비교·조정, ▲임상효능, 재정영향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약제 재평가 제도 도입 등이 담겨 있다.
 
또한 ▲합리적 사용 유도를 위해 약품비 절감 장려금, 그린처방의원 제도 개선, ▲약제비 지출 구조 분석을 통해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지출구조 개선 등의 내용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문제는 종합계획에 담긴 약제비 관리방안이 과거 약가 조정 제도와 유사한 방식들이라는 점"이라며 "A7 기준 약가 재평가부터 기등재목록정비, 일괄 약가인하 등은 모두 제약업계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제시해온 정책들"이라고 밝혔다.
 
실제 2000년 이후 약가조정을 통해 총 3조 4,483억원, 연평균 약 1.8%의 재정이 절감돼 총 28조원의 재정이 절감되는 데 기여했으나, 산업계에서는 '이중고'를 겪어왔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우선 실거래가 표본조사에 대해서는 표본이 전체의 0.1%에 불과해 대표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도매 저가 거래분까지 약가인하에 적용되고, 조사자료 외 인위적인 조정산식까지 대입한 후 인하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성토한 바 있다.
 

A7 기준 약가 재평가에 대해서는 조정가가 부정확하며 환율영향이 크다는 업계 지적과 함께, 감사원에서는 해외 참조국가와 참조가격 선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일괄약가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만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났을 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투약일수와 투약강도가 증가하는 등 사용량 요인으로 약품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특정질환의 경우에는 사용량과 약품비가 모두 감소했으나, 약가 미인하군의 경우에는 약품비가 증가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장기적인 효과를 보이면서도 부정적 평가를 보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약제비 관리방안 종합계획에 대해 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중복적, 과도한 약가 인하를 우려하고, 다국적제약협회 역시 규제만 강화됐을 뿐 신약 가치인정과 등재제도 혁신은 빠져 적정관리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제도 수용도를 제고해 합리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 과정 문제는 인정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약제비 효율화' 추진 불가피"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여당은 다소 소통이 부족한 문제가 있었으나, 제도 지속가능성과 국민 안전, 경제적 부담 절감 등의 측면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전문위원은 "현재 제약구조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완제의약품 수가 540여개인데, 도매상이 3,800곳에 달한다. 상위 30%가 전체 생산의 60%를 맡는다"면서 "내수중심의 제네릭 생산에 집중하다보니 영세화,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계에 직면했다"며 "문재인케어를 성공하면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험약가의 효율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즉 적정 약가를 위한 제도가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 실패했던 정책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추진을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이해당사자들이 한국 산업구조에 긍정적이면서도 보험재정을 합리화할 수 있는 '한국형 약가제도'를 정부에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종합계획으로 제시한 방향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나, 무조건 업계에 감수하라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합리성을 점차 줄여가는 방식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도의 큰 틀의 측면에서 흔들림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곽 과장은 "지금처럼 특허만료 오리지널의 처방, 고가의 제네릭, 제네릭 난립 등이 그대로 가면 건보제도의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격, 사용량, 유통 등 의약품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개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에는 약제비의 효율화와 합리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네릭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업계가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불합리성을 줄여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종합계획에 대한 논의가 건정심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업계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한다"며 "앞으로 세부추진 과제 설계와 제도 시행에 있어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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