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항생제 내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 안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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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서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으로,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다.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의 대안으로 국내에 출시된 신규 항생제 '저박사'가 급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저박사는 복잡성요로감염과 복잡성복강내감염에 대해 적응증을 가지며,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가 급여로 출시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약제들의 가중 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한다.
 
그렇다면 제약사가 항생제 가격을 크게 낮추면 되지 않을까?
 
이 부분에 있어 저박사는 나름 억울함이 있다. A7의 평균 약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급여 신청을 했던 것. 그러나 저박사같은 신규 항생제는 비교할 수 있는 대체약제가 없어,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리고 있는 기존 카바페넴 제제가 비교 대상군으로 설정된다. 수십년 전 출시된 항생제와 그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실질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시험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의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현 평가 체계 내에서는 신규 항생제의 특수성 및 내성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신약에 대한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
 
동아에스티의 신규 항생제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가 국내엔 출시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근 10(2009~2019) 동안 국내에서 허가 받은 항생제 신약은 저박사를 포함해 총 4품목 뿐. 이중 아직 경제성평가를 통해 급여가 된 신규 항생제는 없다. 시판된 항생제 역시 절반에 그쳤고, 그나마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저박사가 비급여로 출시됐다.
 
기자는 오래도록 `항생제 내성` 문제를 놓고 여러 기사를 다뤄왔다.
 
기사 작성의 발단이 된 것은 WHO의 경고였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의 하나로 규정하고,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쳥했다.
 
WHO는 새 항생제 확보가 가장 시급한 병원균 3종으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넥토박터 바우마니균을 꼽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역시 항생제 내성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은 하루 1,000명당 34.8명에서 이뤄지고 있고, 내성은 OECD국가 중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8년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를 제 3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감수를 시작한 결과, 1년 동안 서울에서만 8000여건의 보고를 받았다.
 
국내에서 CRE는 이미 1만 5천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 외 의원, 요양병원에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 및 지역사회로 이동하면서 내성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에 대한 치료, 대책이 발빠르게 마련되어야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시, 폐렴, 결핵과 같은 심각한 감염의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병원에서는 다제내성균(multi-drug resistant)에 의한 감염 위험이 너무 높아 일반적인 의학적 처치마저도 실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항생제 내성은 입원 기간의 장기화, 고가 치료제로의 대체, 수술 빈도의 증가, 중환자실 입원 기간 증가 등의 추가적인 비용 손실 문제를 야기한다.
 
항생제 내성은 이제 전세계적인 문제다.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의 예방과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항생제가 실제 국내 의료진과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그리고 신규 항생제의 가치는 약제의 선택 폭을 넓혀 기존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는데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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