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유보·중단 증가‥임상 현장 '윤리적 갈등'도 늘어

말기환자에 대한 사회적 의료·복지 제도 불비, "의료비 부담 문제로 왜곡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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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료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시행하는 의료진들의 윤리적 갈등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결정에서 환자 본인의 의지와 결정권이 가장 강조되고 있지만, 사회복지 제도 미흡으로 말기 환자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큰 현실에서 의료진들은 환자와 가족의 의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갈등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5개월 만에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한 환자가 6월 말 현재 5만3,9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 뿐 아니라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생명만 무의미하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도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게 되면서, 연명의료 유보·중단 환자의 수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법', '안락사법' 등으로 불리며 인간의 생명과 죽음과 관련된 법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도 기존의 DNR(심폐소생술 거부)과 달리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여 환자들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연명의료 유보·중단에 있어 환자 개인의 자기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현재까지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은 환자의 직접적 뜻보다는 가족의 합의와 결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나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8천775명(34.8%), 1만7천387명(32.3%)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1%에 달했다.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 10명 중 7명꼴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아직까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국민 정서상 건강할 때부터 임종기에 대해 논의 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실제 환자의 임종기를 지켜보는 의료진들은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윤리적 갈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관계자는 "국가의 의료비 지원이나 가정간호를 위한 공적 부조가 매우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자신의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실제 환자의 의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경제적 이유로 이 같은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암 등으로 인한 '재난적 의료비'가 심각한 수준이고, 말기 환자에 대한 돌봄 인프라도 부족해 환자 또는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로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을 하도록 내몰리는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해당 간호사는 "연명의료 계획 수립 관련 논의가 의료비 부담 문제로 왜곡되지 않도록 보건·의료 복지 제도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견 충돌의 조정을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윤리위원회의 부족 등으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의 윤리적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요청했다.

그는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하기 힘든 다양한 상황이 있다. 실제로 생애 말기의 의료행위가 '무의미'한 지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 여부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는 우려가 들 때가 있다. 이때 윤리적 고민을 충분히 논의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원회 설립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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