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가인하 처분에서 저가의약품 제외 논란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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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약가인하처분과 관련해 2018년 말 제약사들이 하급심에서 잇단 패소판결을 받았다고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제약사들의 패소판결 내용 중에는 흥미로운 쟁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저가의약품을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의 문제였다. 그런데 이러한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특히 제재처분의 근거 법령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르면, 행정청이 행정처분을 할 때 원칙적으로는 처분당시의 법령을 근거로 하나, 만약 행정처분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처분의 성격을 가질 때에는 처분시점이 아니라 법령 위반행위 시점의 법령을 근거로 한다.
 
따라서 위반행위 시점과 제재처분 시점이 다를 경우 즉, 위반행위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제재처분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법령이 피처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법령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위반행위 시점의 법령에 따라 처분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리베이트 제공을 한 제약사에 대해 제재처분인 약가인하처분을 하는 경우, 법령이 피처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면 처분시점이 아닌 리베이트 제공 시점의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2017년 이후 이루어진 약가인하처분들에 어떤 법령이 적용되는지 살펴보자면, 2014년 이전에 있었던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처분이라면 2014년 7월 이후 시행된 급여정지 관련 규정이 아닌 리베이트-약가연동제 관련 법령이 적용되는 것이다.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된 의약품에 해당할 경우 약가인하처분의 대상이 되는데,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 하의 구 약제조정기준에서는 저가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 대체재가 없는 희귀의약품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약가인하처분의 제외 요건으로 규정하여 구체적인 처분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중 특히 저가의약품과 관련하여, 그 판단 기준이 되는 약가를 정하고 있는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급여목록 고시)가 개정되어 2016년 1월 1일자로 시행되기 이전에는, 약제들이 등재된 방식이 1g,1ml 등 계량단위로 등재되거나 포장단위(병, 바이알, 포 등)로 등재되거나 상관없이 등재되어 있던 약가를 기준으로 저가의약품 여부를 판단하였다.
 
그런데 2016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여목록 고시 개정을 통해 등재단위를 통일하여 포장(생산규격)단위로 약가를 등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급여목록고시의 개정으로 예컨대 1mg에 30원이었던 C약(내복제)은 실제 포장단위 10mg로 등재방식이 변경되어 약가가 300원이 되면서 구 약제조정기준(내복제 70원 이하)에 따르면 더 이상 저가의약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약사에서 2013년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으로 당시 계량 단위로 등재되어 있어서 저가의약품에 해당했던 C약에 대해 2018년에 약가인하 처분을 받게 되면 약가인하 처분의 기준 법령은 무엇이 되고, 이 경우 C약은 저가의약품으로서 처분에서 제외될까.
 
이에 대해 2018년에 선고된 관련 하급심 판결들에서는 저가의약품 해당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처분시점의 약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들이 간과한 점은 저가의약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단순히 저가의약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약가인하처분이라는 제재처분의 구체적 처분기준(제외 요건 또는 소극적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즉 위반행위 당시에는 약가인하처분의 요건상 인하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는데, 사후에 그 요건을 개정하여 약가인하처분을 한 결과가 되므로 법령불소급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는 저가의약품 판단 문제를 단순히 저가의약품의 약가가 얼마인지 판단하는 문제로 파악하였고, 결국 상한금액인하처분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향후 상급심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2018년 9월 28일부터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어 급여정지 제도에서 다시 약가인하 제도로 회귀하였다. 개정법 시행령에서는 과거에 약가인하처분에서 필수적으로 제외된 저가의약품을 행정청이 임의적으로 제외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고, 저가의약품 해당여부를 판단할 때 처분시점의 약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을 신설하였다.
 
따라서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이후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저가의약품 해당여부를 처분시점의 약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겠지만, 만약 개정법 이전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서도 처분시점의 약가를 기준으로 저가의약품 해당여부를 정하게 되면 여전히 법령불소급원칙 위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고|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 대학원 행정법 석사과정
-전)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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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제약회사 cp팀 2019-07-29 09:22

    안녕하세요? 현재 제약회사 cp팀에서 근무중인 실무진입니다. 이번 쟁점 제재처분의 근거 법령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쓰신 기사 잘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점은 너무 가끔 기사를 쓰시는거 같아요. 자주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의료업계 종사자 2019-07-29 17:02

    칼럼을 읽어보니 약가인하처분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겠네요. 약가인하함에 있어서 행정부측에 너무 치우쳐서 판단해서 제약회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아서 소송을 많이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약가인하나 약가제도에 대해 좋은 글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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