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호수 위의 오리' 의협…타이밍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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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더운 여름, 휴가철 고향을 찾아 기억에 가장 남는 점은 바로 용지공원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의 모습이었다.

청명한 녹음이 우거져 강 위에 만들어진 그늘 안을 벗어나지 않고 오리 몇 마리가 떠 노닐고 있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있자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익히 알려진 대로 강위에 유유히 떠있는 오리의 수면 아래 발은 쉬지 않고 젓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의사 총파업 등 본격적인 행보를 앞둔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케어 제도 수정을 요구하며, 사회에서 존경받는 전문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광화문 거리에 세 차례나 뛰쳐나오는 행보를 보이며 열심히 주장을 관철하고 있지만, 대중과 일반의사회원들의 관심을 점점 더 관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 파격적인 선언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며, 결국에는 감각이 무뎌지는 형국이다.

하물며, 의료쟁취개혁투쟁위원회(이하 의쟁투) 조직과 맞물려 의협 집행부의 단식으로 내부 지지를 결집하는가 싶었지만, 바로 다가온 휴가기간과 일본 무역규제로 인한 불매운동들이 이슈화가 되면서 의사단체의 주장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투쟁의 동력을 발판으로 연내 의사총파업까지 고려한 의사단체 입장에서는 투쟁의 시계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된 셈이다.

의협이 손을 놓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7월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내 총파업'을 골자로 고강도 투쟁을 선언했다.

여기에서 ▲문재인케어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의 6가지를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의협 집행부는 최대집 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 정성균 총무이사 순으로 지난 7월 2일부터 17일까지 16일간 릴레이 단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에서 지지성명서가 쏟아져 나왔으며, 국회의원과 타 보건의약단체, 그리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방문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렇게 모아진 투쟁 열기를 고스란히 담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휴가기간 때문에 전체적인 조직화 템포가 떨어졌다.

의료계 외부적으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등 무역전쟁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여기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협은 지역의사회를 방문하며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긴급 광역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통해 전국의사대표자 대회에 대해 논의했으며, 집행부 자체도 투쟁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급여화를 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과 관련해 국민의 관심은 멀어졌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총파업'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면서 '총파업 투쟁'에 무덤덤해졌다.

그야말로 수면 아래에서는 최선을 다해 발을 젓고 있지만, 물 위에서 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떠다니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이다.

오리가 물속에서 발을 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유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물속에 들어가 있는 배의 모양이 둥글고, 머리 부분이 뒤쪽 꼬리보다 높기에 발을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계의 상황은 물속에 떠 있는 오리와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외부 비판에 중심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리의 발이 밖으로 나와 열심히 움직이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타이밍' 때문이지만, 의협의 투쟁동력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이 보이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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