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 땅에 '돈 안되는' NMC‥현대화사업 15년째 답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 커지는데‥공공의료 목표 없이 '재개발 논리' 등 이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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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명실상부 '국가중앙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 중구 노른자 땅에서 15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노후화된 건물과 열악한 시설 환경 등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등 중요한 국가 사태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최근에는 국가중앙감염병병원이자 국립공공보건의대 수련병원으로, 나아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공공의료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신축 이전을 통한 현대화 사업을 통해 '국가중앙병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15년째 말만 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그 이면에는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적 관심 부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잃어버린 '15년'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958년 한국전쟁 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의 원조로 당시 동양 최대 병원으로 건립됐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실상부 국내 공공의료기관이지만, 지난 2003년에 처음으로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 개편 계획이 수립됐다. 아쉬운 점은 당시 마땅한 재정투입 계획도 없이 현 중구 을지로 부지를 팔아서 재원을 충당하는 '매각, 축소 이전' 방식으로 새 병원 건립 계획이 설계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기, 국립중앙의료원 이전부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건립하는데 따른 인근 주민 설득방안의 하나로 국립중앙의료원을 거래의 카드로 사용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토와 재검토를 반복하다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초구 원지동 이전을 재추진한다. 결국 2014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추진을 위한 보건복지부와 서울특별시간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도장을 찍었다.

당시 업무협약에 따라 현 국립중앙의료원의 을지로 부지는 '서울의료원 분원(200병상 규모)'으로서 서울시에 기부채납 조건으로 민간 매각되었으며,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축이전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과 2016년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이전 사업 진행이 더뎌졌고, 특히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방역체계개편방안'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감염병병원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지동에 추가부지 확보가 검토된다.

문제는 예정에 없던 중앙감염병병원이 원지동 부지에 들어서게 되면서, 원지동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은 2018년 11월 27일과 2019년 2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주민공청회를 개최해,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인근 용도지역 종상향 약속을 이행하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러한 걸림돌 속에 지난 6월에는 서초구 원지동 부지의 국립중앙의료원 건축 설계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발표됐는데, 방음벽은 물론이고, 방음터널을 설치하더라도 주야간 모두 소음환경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음환경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 마디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서초구 원지동 부지에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현대화 계획은 '불가능'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계획 조감도

다양한 이해 얽히고 설켜‥진퇴양난 형국에 처한 NMC

이처럼 국립중앙의료원의 현대화 사업은 15년째 말만 무성하지만, 정작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이해 당사자들은 문제가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먼저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현 정기현 원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한 번 신축이전 계획의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정기현 원장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원지동 이전이 아니더라도, 새 병원 건립을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국가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6월 '새 병원건립 및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준비지원 본부'를 조직했고, 올해에는 정기현 원장을 단장으로 한 미래기획단을 꾸려 5개의 과업 TFT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총괄지원본부를 구성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 및 현대화 사업의 실현 불가능성에 대한 의혹에 대해 일축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가장 최근인 7월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진행 상황에 대한 질의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및 현대화(총사업비 5,709억원) 추진 계획을 설명하며, 당장 눈에 앞둔 국립공공보건의대 설립 역시 문제가 없다고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이명박, 오세훈 시장을 거쳐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문제를 떠맡게 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고,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시를 지역구로 하는 박정 의원을 만나 국립중앙의료원의 파주 이전 문제에 대해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8월 중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린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와 서초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얽힌 문제에서 해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이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서초구 입장에서는 화장장 건립에 따른 인근 주민 설득방안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을 대신할 다른 방안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서울시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방안으로 미군 공병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국방부 소속의 땅으로 이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을지로 부지에 재건축 방안이지만, 복지부는 을지로 부지를 매각 축소 이전으로 국립중앙의료원 현지화 사업을 수행하려고 하고 있어 이도 쉽지 않아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부닥쳤다.

그 이면에는, '공공의료' 관심 부재‥경제논리에 뒷전 된 NMC

중구 을지로의 노른자 땅에 '돈 안 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고립돼 있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 주변은 동대문 패션타운으로 성장했고, 맞은편 옛 을지전화국은 호화 호텔로 변신한 상황이다.

1호선, 2호선, 4호선이 지나가는 황금 역세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현 을지로 부지는 재개발 논리에 따라 급급하게 '신축 이전' 계획이 설계돼 1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시스템 수준은 OECD 국가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이전 사업이 이토록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중앙의료원 새 병원건립 및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준비지원 윤호건 본부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소식지를 통해 "지금까지 문제는 결국 국가사업에 재정을 쓰지 않으려는데 있었다. 을지로 부지를 팔아서 그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중구 및 종로구의 의료보호대상인 의료급여 환자 상당수가 이용하는 병원으로서 한시라도 의료공백이 생겨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공공의료에 관한 관심 부족으로, 15년째 국립중앙의료원은 이용만 됐다. 복지부는 계속해서 그럴싸한 말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을 확신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 등에 대해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꼬집었다.

애초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적 목적의식 없이 설계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계획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해 의지를 표명하며, 필수의료서비스의 국가 책임과 공공보건의료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도 반드시 변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재정적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는 의미 없는 외침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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