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모방 로봇 전문가` 되고 싶은 꿈‥
"`크론병` 환자도 가능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어요"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17세 때 크론병 진단받고 2년동안 '휴미라'로 관해 유지‥적극적 치료만 있다면 일상생활 지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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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크론병을 앓다보니 자연스레 아픈 환자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주한(2000년생·사진) 군의 꿈은 의수나 의족 등을 만드는 '생체모방 로봇 전문가'다. 자신은 염증성 장질환을 갖고 있지만,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경우 더 많은 제한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17살에 크론병을 확진받은 주한 군은 `휴미라(아달리무맙)`를 2주에 한번씩 자가주사하고 있다. 그리고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뒤 휴미라 단독요법으로 2년 이상 관해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제가 비록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지만, 오랜 꿈인 생체모방 로봇 전문가가 되어서 크론병 환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학업이 중요해 참고 참았던 17살‥'조기 진단'의 중요성 
 

크론병은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으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 전체에 걸쳐서 어느 부위에서든 발병할 수 있다.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점막층에만 염증이 생긴다. 반면 크론병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및 장막층 등 장벽의 전층에 염증이 침범할 수 있어 경과가 좀 더 심각할 수 있고, 합병증 위험도 더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4%가 증가했다. 환자 중 절반 가량이 10대 후반에서 20대로 젊은 연령대의 환자가 많으며, 소아청소년기 연령대 환자도 적지 않다. 특히 소아청소년기 환자들은 체중 감소나 성장 장애도 특징적으로 보이는데, 성장기에 키나 몸무게 증가가 멈추기도 하고 또래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균치를 보이기도 한다.
 
크론병은 주로 설사, 심한 복통, 식욕 감퇴, 미열 등을 보이며 그 외에도 발열이나 메스꺼움, 체중 감소, 피로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중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배꼽 주위의 아랫배나 오른쪽 아랫배에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며, 별다른 호전 없이 수개월간 지속되고 야간 설사가 동반 될 수 있다.
 
주한 군 역시 증상은 비슷했다. 부천순천향대병원에 내원하기 4달 전부터 구강 궤양이 호전과 악화를 하면서 반복됐고 내원 3달 전부터 복통, 설사를 시작했다. 2달 전부터는 혈변 및 10kg 가량의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주한 군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되자 항문에 치루가 생겼다. 무언가를 먹으면 10~15분 뒤에 배가 아프거나, 입안에 구내염이 생겨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한군은 크론병으로 인한 다른 신체 부위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는 장의 염증 세포들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크론병의 장외 증상으로는 ▲ 눈의 충혈, 통증 및 가려움 ▲ 입의 염증 ▲ 피부의 압통이 있는 혹, 통증을 동반한 궤양 및 다른 상처/발진 ▲ 관절 : 부종과 통증 ▲ 신장 : 신장 결석 등을 들 수 있으며, 건선, 류마티스관절염, 포도막염 등의 다른 자가면역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주한 군은 하지 쪽에 피부 병변이 발진처럼 생겼다. 털이 없어지고 맨들맨들해지며 통증을 통반하는 '결절 홍반(erythema nodosum)'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주한 군은 이러한 증상에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성적 상위권 학생이었던 주한 군은 고등학교 2학년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선뜻 학교를 빠지고 대학병원을 방문하기가 힘들었다고.
 
주한 군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이 증상을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크론병은 조기에 진단될 수록 적절한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 2016년 12월, 부천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유민 교수<사진>가 주한 군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이 교수는 "주한 군은 학기 중 학업 때문에 장염약을 먹으며 참다가, 시간이 지나 방학 때 내원한 케이스이다. 중고등 학생들이 학업 때문에 병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학기 중에는 증세를 참다가, 질환이 좀 진행된 이후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흔히 크론병을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착각하기도 하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몸무게 감소가 없다. 복통과 설사는 있더라도 잘 먹고 잘 자고 쇠약해 지지도 않는다. 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면 증세가 없어진다. 그러나 크론병은 몸무게 감소 및 성장 저하, 이차 성징이 없거나, 빈혈 같은 영양 불량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설사, 복통과 함께 체중 감소, 혈변, 궤양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대학병원에 내원해 정밀검사를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 적극적 치료 한다면 '일상 생활' 가능‥치료 모범생 주한 군
 

크론병은 재발이 흔하고, 쉽게 치료되는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치료하면 증상을 훨씬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한 군은 비교적 빠르게 크론병 확진을 받았기에, 치료 성적이 굉장히 좋은 환자였다. 이유민 교수는 주한 군을 '치료 모범생'이라고 칭찬했다.
 
주한 군의 부모도 처음 '크론병'을 확진받았을 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적시에 적절한 치료로 관해 상태에 도달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민 교수의 설명을 듣고 적극 협조했다. 
 
주한 군은 "크론병은 처음 진단받고 생소한 질환임과 동시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하면 학교도 무리없이 다닐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희망을 갖게 됐다. 크론병은 조기 진단도 어렵고 진단까지 소요기간이 오래 걸린다는데, 나는 발병한지 반년도 안 돼 발견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거 크론병은 메살라진, 5-ASA(5-아미노살리실산) 제제나 스테로이드, 부신피질호르몬, 면역조절제 등의 약제가 고전적으로 사용돼 왔다. 아쉽게도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
 
주한 군도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사용한 바 있으나, 여드름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테로이드는 비교적 빠르게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급성 부작용으로 얼굴이 동그래지고 식욕이 증진되며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장기간 투약 시 부종, 체중 증가, 백내장 및 녹내장 등 위험이 있어 최소한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권고된다. 특히 소아청소년기는 성장기인데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가 성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했다.
 
주한 군의 경우 '완전 경장요법'부터 시작했다. 이는 특수 제작된 성분 식이만을 일정기간 섭취하는 치료법으로, 일반적으로 성인 크론병에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완전 경장요법은 본인이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우의 순응도가 떨어지면 지속하기 어려운데, 주한 군은 이 과정을 제대로 지켜 증상이 금세 호전됐다.
 
이후 주한 군은 `휴미라(아달리무맙)` 투여했다. 휴미라는 2000년 이후 등장한 TNF-α 억제제다.  
 
휴미라를 사용하면서 주한 군은 스스로 몸 상태가 나이짐을 느꼈다. 주한 군을 괴롭히던 장외 증상인 결절성 홍반도 휴미라 투여 후 빠르게 개선됐다.
 
이유민 교수는 "주한 군은 휴미라를 사용하고 1~2개월 이내 임상 증세의 호전, 2~3개월 이내에 내시경 적인 관해에 도달했고, 6개월 이후에는 면역조절제를 중단하고 휴미라 단독 투여로 관해를 유지하고 있다. 6개월 후에 평가한 내시경적, 임상적, 피검사, 대변검사 소견에서 모두 관해를 이룬 것을 확인했다. 관해 상태에서 수능을 봤고 지금까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한 군에게 휴미라를 처방한 이유로 약에 대한 안전성, 그리고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주한 군의 나이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미라는 전세계에서 2019년 6월 기준으로 120만명 이상에게 사용됐을 정도로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휴미라가 소아청소년 크론병 치료 시 효과 면에서 우월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또한 2주에 1번 자가주사가 가능해 관해기에 도달했다면 3달에 한번 정도만 내원하면 된다. 학교와 학원으로 바쁜 소아청소년 환자가 병원에 오는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장 점막 치유 및 관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휴미라는 자가주사다. 환자가 2주에 1번 빼먹지 않고 책임감 있게 자가주사를 할 수 있을지의 의지나 노력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주한 군은 이 교수가 칭찬했듯 '치료 모범생'이었다. 더군다나 휴미라는 '휴요일'이라고 해서 투약 안내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365일 24시간 전화나 문자로 문의사항을 해소해주는 전문 간호사가 상주하며, 2주에 한번 투여하는 시기도 전날이나 당일에 미리 고지해주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올릴 수 있다.
 
주한 군은 "처음에는 자가로 주사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다. 초기에는 주사 시 약간 통증이 있었는데 중간에 휴미라 펜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거의 아픈 느낌도 없다"고 말했다.
 
◆ '크론병 환자'도 할 수 있다‥"제가 증명하겠습니다"
 

휴미라로 치료한지 어느새 2년. 주한 군은 크론병 '관해' 상태를 지금도 아주 잘 유지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주한 군은 "친구들이 정말 환자가 맞냐고 놀릴 정도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유민 교수도 주한 군 같은 관해 환자 케이스가 축적될 수록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크론병 자체가 위장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어서 완치가 어렵고, 항문 누공이 잘 아물지 않거나 협착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재발하거나 급성 합병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주한 군을 포함, 휴미라로 관해를 유지한 채 본인의 꿈과 희망을 이뤄가는 소아청소년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한 군의 사례처럼 조기에 빠르게 치료를 하면, 크론병 환자도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치료가 늦어지면 성장 장애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하면 일상 생활은 물론이고 본인의 꿈을 이루는 데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주한 군도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크론병 환자들이 더 빨리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17세 주한 군은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 청소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점심 시간마다 축구를 하는 친구들을 혼자 바라봐야 했던, 아쉬웠던 기억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있다.  
 
주한 군은 "크론병을 진단받고 고민하는 학생보다는, 크론병을 진단받기 전 학생들이 더 많이 걱정이 된다. 나 같은 경우도 진단까지 오는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병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주한 군은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8월 말에 뮌헨에 가서 축구를 볼 예정이다. 중학교 때부터 배낭을 메고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관리를 잘 해서 꼭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생 주한 군은 크론병 환자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 병을 알게 된 후 꿈이 확실해졌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비행체, 항공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주 분야, 특히 생체모방 로봇을 만드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크론병을 앓으면서 아픈 사람들을 위한 의수나 의족 등을 만드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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