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약물 과민반응으로 환자 사망, 병원 경영진도 과실

약물 과민반응 환자에 확인 없이 처방‥法, "병원이 약물 부작용 확인 시스템 마련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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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과거병력 등 조사 없이 주사제를 처방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사뿐 아니라, 그 병원 경영진도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사전청취 및 문진 등을 부실하게 한 의사의 사용자로서의 책임도 있지만, 병원 측이 사전에 환자의 약물 부작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갖추지 않은 데 대한 잘못도 있다는 판단이다.
 
 
청주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원고 A씨에게 2억3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09년 무렵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치료하던 중 의사로부터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약물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항상 주의하라며 디클로페낙이라고 적힌 쪽지를 평소에 항상 지니고 다녔다.

이후 A씨는 오른쪽 발목을 다쳐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을 내원했는데, C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D씨는 A씨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 등 검사 후 주사약으로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 로페낙-주를 처방하고, 먹는 약도 별도로 처방했다.

의사 D씨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는 A씨에게 디클로페낙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염진통 주사제인 유니페낙을 주사했다.

A씨는 C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후 처방약을 조제하기 위해 병원 가까이에 있는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쪽지를 보여주면서 "처방전에 있는 약과 위 쪽지에 적힌 약의 성분이 같은지"를 묻고, 약사가 성분이 거의 비슷하다고 하자, "나는 이 약을 먹으면 큰 일 난다"고 말하며 동행했던 A씨의 동거인과 함께 처방전 변경을 위해 C병원으로 돌아갔다.

A씨가 동거인과 함께 C병원으로 가는 사이, A씨는 동거인에게 "주사에도 그 약이 있었나보다. 지금 신호가 온다"고 말하고 쓰러져, 곧바로 C병원 응급실로 가게 됐다.

A씨는 같은 날 C병원 응급실에서 전신경직 및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디클로페낙 과민반응에 대한 약물 투여 및 석션카테터, 기관내삽관술, 심폐소생술 제세동술 및 전기적 심조율전환, 산소흡입 등의 처치를 받았으나, 결국 심근 경색 및 과민성 쇼크 의증으로 사망했다.

A씨에게 과민반응이 있는 약물이 포함된 주사제를 처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D씨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D씨가 재판 도중 사망함으로써 그 무렵 위 형사사건에 대해 공소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실제로 A씨가 과민반응을 갖고 있는 디클로페낙의 경우 매우 드물지만 학계에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에 의한 사망) 반응'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A씨에게 주사제로 투여된 유니페낙(상품명)의 경우 디클로페낙을 주성분으로 하는 주사제이며, 드물게 쇼크 증상과 위장관 증상으로 소화성궤양, 위장출혈, 식욕부진,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케 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 약제의 부작용 등이 의학계를 통해 알려져 있을 경우, 환자에게 해당 약제를 처방하여 주사하게 하거나 복용하게 하는 의사는 그 환자의 과거병력 및 과거 의약품의 사용내역, 그 의약품 사용에 따라 겪게 된 증세 등에 관해 문진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상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의사로서는 해당 약제를 처방하거나 주사하게 하기 전에 환자에게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관하여 미리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해당 약제를 주사하거나 복용하도록 한 후에는 사후 관찰을 하고 의학적으로 기대되는 적절한 사후치료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상적인 약제라거나 환자의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매우 드물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주의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 D씨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의사 D씨가 진료 당시 A씨가 복용하던 약과 과거력에 대해 질문했지만, A씨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A씨가 예전에 의사로부터 받은 쪽지를 지갑에 넣어가지고 있었던 사실, 약국에서도 해당 쪽지를 보여준 사실 등을 바탕으로 A씨가 D씨의 과거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묵묵부답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 D는 자신의 잘못된 주사약 처방으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는 그 사용자로서 망인에게 위 D의 과실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사 D씨의 주의의무 위반이 A씨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개인의 책임만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 D씨가 소속된 C병원 경영진인 B의료법인은 적절하게 병원 운영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내원한 환자에게 정형화된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거나 처방한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문서를 비치, 작성하여 교부하거나, 간호사 등 위 병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환자의 과거병력이나 약물사용 내역 등을 물어 이를 진료의사나 주사처치 간호사에게 전달하게 하는 등으로 진료 및 주사처치 시스템을 운영했어야 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B의료법인으로 하여금 A씨의 유가족에게 상속대상금액, 장례비, 위자료 등을 포함하여 2억3천여 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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