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보다 더 재밌는 공감‥"병원약사 블로거는 처음이죠?"

[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 ⑧'제1호 병원약사 블로거' 정희진 울산대병원 약사
"왜 병원에 약사가 있냐는 질문 듣지 않는 날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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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유튜브의 시대다. 전문지식을 내세운 의약사들이 앞다투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 시대가 왔다. 텍스트와 사진을 한참 읽어야 하는 블로그의 시대에서 각종 효과가 첨가된 유튜브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대세가 된 유튜브 홍수 속에서도 약사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화제가 된 블로그가 있다. 바로 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사진>의 '병원약사 이야기' 블로그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도 괜찮을까 걱정될 만큼 병원약제부 현장을 생생하고도 활기차게 담아내고 있는 제1호 병원약사 블로거 '정감초', 정희진 약사를 메디파나뉴스가 만났다.
 
아무래도 블로그나 유튜브는 홍보의 목적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 않나. 홍보할 병원도, 약국도 없는 병원약사가 '병원약사'라는 정체성을 밝힌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희진 약사(이하 정) : 늦은시간 근무를 마치고 동료 약사들과 병원에서 택시를 타면 간호사냐는 질문을 꼭 받는다. 아니라고 하면 의사냐고 묻고, 그것도 아니라 하면 대체 무슨 일을 하냐 물으신다. 약사라고 답변하면 "왜 약사가 병원에 있어요?"라는 질문도 당연한 수순으로 받는다.
 
동료 직원들 중에는 가족으로부터 약사인데 왜 병원에서 일을 하느냐, 병원에 약국이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병원 직원들에게도 왜 병원에 약사가 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몇년 동안 그런 얘기를 듣다보니 답답함만 쌓여가는 상태였는데,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한 당시 '약사 느그들 의사 간호사들 밤낮 휴일없이 일할 때 느그 주말쉬고 싶어서 금토일 미리해놨나'하는 댓글을 보는데‥이 사람들은 병원약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욕을 할 수가 있나 싶더라.
 
그 외에도 이대목동사건과 관련, 병원약사들을 욕하는 댓글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슬프고 화나고 힘이 빠졌지만 '병원약사'의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해야지 결심했다.
 

'약은 약사에게', '처방감사일지', '조제과정들' 등 블로그 곳곳에 처방중재와 복약지도 등의 과정에서 겪는 병원약사의 현장고충과 일상이 매우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가끔은 제3자인 기자가 가끔 걱정될 만큼 솔직한 직역 간 갈등 이야기까지도 담겨있는데 이렇게나 자세한 현장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 주위사람에게 병원약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다보니 그렇게 됐다. 약사는 조제만 하는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조제를 한다'는 문장에는 처방이 맞는지 검수를 하고, 수많은 단계를 거쳐 조제를 행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이해하기는 커녕 대해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른데서 일하는 약사 친구들조차도 그럴때가 있다.
 
우리가 겪는 일을 하나하나 자세히 쓰지 않으면 병원약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다른사람들에게 전달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세한 에피소드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생각, 감정 등을 자세히 쓰게된 거 같다.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만큼 질문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질문을 많이 받으시나
 
:전문약사와 관련된 질문이 정말 많았다. 약대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과 기존 약사님들까지도 질문을 많이 해주시더라. 다음으로는 환자들이 이런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하는 질문이 많았다.
 
다른 병원약사님들의 질문도 상당히 받았다. 병원규모가 작으면 약사들이 2,3명뿐이다 보니 관리방법을 알기 어려워 대형규모병원의 관리법은 어떤식인지 물어보신다. 그 외에도 '이런것도 궁금해 하시는구나' 할 만큼 다양한 질문이 들어온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전문약사와 병원약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신다고 했는데 병원약사에 대한 관심변화를 느끼시는지
 
: 블로그를 통해서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블로그를 운영 초기에는 이럴거면 의사를 하지 왜 약사를 하냐는 식의 공격적인 댓글이 많았다. 처음엔 그런 댓글에 '이런 일들은 의사가 아니라 약사가 할 일인데 왜 그래야 하냐'는 공격적인 답글도 달곤 했는데 최근에는 호의적인 댓글이 늘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큰 체감변화는 없다.
 
업무가 바쁜데도 블로그를 통해 적지 않은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블로그 운영이 실제 임상상담에도 도움이 되는건가
 
: 도움이 많이 된다. 약대를 다닌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10년정도 약에 대한 지식이 익숙해진 상태다 보니, 이 약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뭘 궁금해하는지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발사르탄 사태 당시 의사선생님이 발사르탄이 어떤약이냐고 물었을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할 지 싶더라.
 
블로그는 검색어 유입, 댓글 등의 기능을 통해 환자들은, 다른 직역들은 이런걸 궁금해하는구나 알게되어서 굉장히 좋다. 질문을 받으면 어설프게 알고 있던 것들도 답변을 위해 자세하게 알아보게 되는 것도 좋다.
 
유튜브를 시도하셨다가 환자 정보 과다노출 등의 위험이 있어 블로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었다. 개국약사들의 유튜브 진출은 계속 활발해지고 있는데 '병원약사 1호 유튜버' 계획은 없으신가?
 
: 포스팅을 하는데 평균 두시간 정도가 걸린다. 글 쓰는게 너무 오래 걸리다보니 유튜브를 시도해봤는데 일반약을 다룰 수 있는 개국약사 유튜버들과 달리 병원약사들은 처방약, 즉 환자가 선택할 수 없는 전문약만 다뤄야 할 상황이라 한계가 있더라. 처방약이다 보니 복약지도 장면을 찍어보려 해도 환자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는 문제도 있었다.
 
또한 병원약사들은 업무특성상 환자를 보는 시간이 매우 짧고 처방을 하는 의사, 조제약을 투약하는 간호사와 이야기를 많이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들이다보니 분란의 소지도 생길 수 있겠더라.
 
1호 병원약사 유튜버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다. 만일 유튜브를 하게 된다면 병원약사의 특성을 살려 시도해보고 싶다.
 
병원약사로서 소망은 무엇인가. 또, 병원약사 블로거로서의 소원이 있다면?
 
: 병원약사로서 소원이 있다면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라고 했을때 "왜 병원에 약사가 있어요?"라는 질문을 안듣는 날이 오는 것이다. 죽기전에는 그런날이 오지 않을까.
 
병원에 약사가 있어야 환자에게 맞는 처방이 나왔는지, 조제가 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면 좋겠다. 아무리 의사가 진단을 잘해도 환자가 약을 잘못된 방법으로 보관하고 복약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진단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진단 이후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직접 움직이는게 병원약사들이 하는 일이다.
 
또다른 바람이 있다면 약사들이 병원을 기피하지 않고 많이 왔으면 좋겠다. 특히 지방쪽에는 병원약사 부족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이 문제는 병원에서 나서줘야 할 것이다.
 
병원약사 블로거로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약사의 이야기를 봐줬으면 하는 것이다. 블로그에 글이 많다보니 영상위주의 요즘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읽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고민은 늘 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병원약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곳으로 변신한 정희진 약사의 블로그에선 병원약사들의 깊은 공감과 받아온 약에 대한 불안감을 미처 떨치지 못했던 환자들의 안도감이 공존한다.
 
해우소와 같은 정 약사의 블로그엔 업데이트를 앞둔 포스팅이 50개도 넘게 대기중인 상태다. 병원약사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병원약사 이야기 https://blog.naver.com/kieme'의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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