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으로 의료기기업계 피해 속출? "이기회에 국산화"

일본계 의료기기 회사들, 매출 급감하자 직원 충원 계획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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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한국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상대국을 제외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한일간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됐던 의료기기산업계에도 '찬바람'이 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일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의료기기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시키기로 결정한 데 이어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화이트국가 배제시 일반포괄 수출허가(다수 수출건 종합 허가)에서 개별허가(건별 허가)로 전환되며, 허가 유효 기간이 통상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허가신청에 대한 처리기간은 1주일 이내에서 90일 이내로 늘어나고, 허가 신청서류도 2종에서 통상 3종~최대 9종으로 확대된다. 비전략 물자의 경우 캐치올(catch-all)통제 적용대상으로 전환된다.
 
소비재 등 일부 산업계에서는 한일 무역갈등에 따라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분야에서는 산업 특성상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왔다.
 
실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순례 의원, 기동민 의원 등이 현안질의를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수급 중단 문제에 대처하라고 했으나,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다행히 일본이 수출규제에 있어서 헬스케어분야, 특히 인도주의적 분야인 백신은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이미 한·중·일 보건의료장관회의에서 보건위생, 감염, 백신 등 공동대처하기로 했으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계에서도 "의료기기의 경우 "일반 소비자용이든 전문가용이든 건강이나 생명과 연관된 제품이다 보니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변화가 적다"면서 "이 같은 시장의 보수성으로 인해 무역제재로 인한 시장점유율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상과 달라진 모양새..구조조정 논의에 채용계획 취소까지
 
그러나 무역 갈등 1달만에 일본계 의료기기 기업들이 어려움이 빠지고, 이에 따른 한국인 직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모양새다.
 
혈압계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선두하고 있는 한 일본계 회사는 8월 들어 매출 하락률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문제는 해당 회사가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으며, 이사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구조조정 등 대안 마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또다른 일본계 내시경 회사도 신규직원을 충원하려다가 계획을 바꿔 급히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회사 외에도 한국에 진출한 많은 일본계 의료기기업체들이 불매 운동의 직간접 여파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기기시장에까지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의외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의 의료기기 무역수지량이 매우 많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생산실적을 보면 일본수입이 약 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식약처에 보고된 자료에 일본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은 4위 수출국가로 US 2억 1,301만 1,727달러 의 실적이 조사된 반면, 수입은 3위로 3억 7,900만 751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수출량 중 수출 비율은 약 5.9%로 나타나지만 수입은 9.75%로 역시 차이가 크게 나고 있으며, 매년 비슷한 추세로 역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의료기기업계도 정부와 '대응'필요한 상황.."'국산화' 필요"
 
이에 따라 사실상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제는 한국 의료기기업계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일 무역갈등이 위안부 보상을 둘러싼 일시적 갈등을 넘어 아베노믹스와 일본 선거 등에 근거해 이미 장기화가 시작됐고, 이를 염두에 둔 정책·제도적 대응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간 기술격차 역전과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가졌던 시장점유율 우위에 대한 위기감 등으로 한국에 대한 반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의료기기의 국산화 등을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국산화가 필요한 것은 한일 갈등 대응 뿐 아니라, 국민 건강권 확보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기는 독과점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체가 불가능한데, 지난 2011년 한 업체가 보험수가 인상을 위해 공급중단이란 카드를 쓰기도 했다"면서 "당시 복지부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라는 점에서 강력한 경고를 보냈지만, 결국 '백기투항'을 통해 업체가 원하는대로 가격을 인상해줬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고어사태에서도 경제논리로 인해 수술 중단 사태가 이어진 바 있듯이 한일 무역전쟁이 국민생명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재현되지 않도록 식약처와 복지부가 한·일간 갈등에 따른 영향분석을 위해 긴급 업체 간담회와 파급영향 분석을 위한 보고체계 등을 마련했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즉각 업계와 공조해 철저한 분석과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는 "혈압기나 혈당계 같은 가정용 제품은 즉시 대체가 가능하지만, 내시경칼이나 소모품의 경우 대체품이 제한돼 있다"면서 "대체품 파악, 공급선 확보, 제품 공급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을 사전에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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