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항생제'는 '완치' 개념‥'급여'에 있어 다른 시각 필요

[인터뷰] 리버모어 교수·최정현 교수, '항생제 내성 문제' 주제로 대담
신규 항생제 적시에 쓸 수 없는 상황 우려‥'비열등성' 입증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제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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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은 정말 전세계적인 문제인가.
 
이를 놓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이에 적정한 항생제를 사용해 다제내성 감염 환자를 줄이고, 또 적기에 신규 항생제를 사용함으로써 더이상의 세균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행동'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WHO는 새 항생제 확보가 가장 시급한 병원균 3종으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넥토박터 바우마니균을 꼽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장내세균(Enterobacteriaceae)에 대한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s) 내성이 증가함에 따라 카바페넴의 사용이 증가했다. 예전부터 카바페넴계 항생제는 치명적일 수 있는 다양한 그람음성균 감염 질환 치료에 가장 흔히 쓰이는 약제로 여겨졌다. 그래서 카바페넴 내성이 발생한다면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
 
그렇지만 국내에서 `신규 항생제`라고 불릴 수 있는 제품은 고작 1개만 출시됐다. 나머지는 아직 허가를 받지도 않았거니와, 허가를 받았어도 출시를 미뤘다.
 
신규 항생제는 비싼 비용 때문에 환자가 사용하려면 '급여'가 필수 조건인데, 국내에서는 이 항생제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난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메디파나뉴스는 現 영국 공중보건국 미생물관리국(Public Health England Microbiology Services) 항생제 내성 국장 리버모어 교수<사진·>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現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사진·>를 만나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속 시원히 들어봤다.
 
◆ 항생제 내성은 '왜' 문제인가?

 
`항생제 내성`, 그중에서도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는 현재 세계 공중 보건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은 폐렴, 혈류 감염, 상처 또는 수술 부위 감염, 뇌수막염 등 병원 및 의료 시설 내 감염을 유발한다. 일부 그람음성균은 여러 약제에 내성이 발현돼 다제내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시중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크다.
 
`항생제`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약자원이었다. 그런데 병원체가 점차 변화해 항생제 효과에 저항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면서,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게 됐다.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이 왜 문제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시, 폐렴, 결핵과 같은 심각한 감염의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병원에서는 다제내성균(multi-drug resistant)에 의한 감염 위험이 너무 높아, 일반적인 의학적 처치마저 실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장기 요병병원에서의 감염 4건 중 1건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고 보고된다. 이렇게 되면 사소한 감염과 부상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연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70만명에 이른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만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감염질환은 중대한 세계적 보건 문제이다. WHO도 이 때문에 글로벌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막기위한 노력에 가담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Q. `항생제 내성`이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들었다. 영국과 한국의 항생제 내성 현황은 어떠한가?
 
리버모어 교수 = 영국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샐리 데이비스(Dame Sally Davies)에 의해서도 강조되고 있다.
 
50년 전만해도 이콜라이(E.Coli) 대장균은 암피실린(Ampicillin, 1세대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가 충분한 감수성을 갖추고 있어 문제가 해결됐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는 이미 해당균의 1/3 정도가 내성을 보였고, 지금은 내성률이 2/3까지 증가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들이 개발됐다.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 계열의 항생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미 그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균의 비율이 10~15%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자 카바페넴(Carbapenem) 계열 항생제가 개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내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 개발로 극복할 수 있었다. 내성 문제를 앞서기 위한 시도였다.
 
반면 요즘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느리게 진행돼, 결국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동이 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이중 중환자실 환자나, 이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정현 교수 = 우리나라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도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지금까지 파악된 여러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다.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이 시행된 후,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한 것처럼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전체 사용량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보다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의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단순히 항생제 사용량이 줄었다고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새롭게 개발된 항생제는 물론, 지금까지 가장 강력하다고 믿고 있었던 항생제 내성도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성이 전파되는 속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은 특정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Q. 원초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항생제 내성은 왜 생기는 것인가? 항생제를 단순히 많이 써서 그런 것인가.
 
리버모어 교수 = 항생제 내성 발생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항생제 내성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항생제 내성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현상이다. 항생제 내성이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계 현상으로 보면 된다. 균에 있는 유전자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들이 소위 감염균으로 전파돼 내성을 갖게 된다.
 
두 번째는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서, 결국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감염균 중 내성을 가진 균들만 선택적으로 살아남는 상황이다. 항생제 사용이 늘면 늘수록 소위 내성이 있는 균들만 더 많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전체 균 중에서 내성균이 차지하게 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두 번째 경우는 약제 사용이나 예방을 통해 우리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감염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고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항생제를 더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내성균은 더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내성균의 전파는 더 많이 발생한다.

최정현 교수 = 리버모어 교수의 말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보겠다. 
 
우리가 만든 대부분의 항생제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다. 자연환경에서 오래 살아남은 미생물들은 내성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능력을 그동안 쓸 일이 없었는데, 항생제라는 물질이 균에 스트레스를 가하면서, 균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내성을 획득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항생제 내성은 우리가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결국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부분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전파의 단계다. 전파 측면에서 봤을 때 각 나라마다 의료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염두해야 한다. 2015년 우리나라가 경험했듯, 밀집된 병원 환경과 환자 간의 관리 부실로 인해 병독성이 크지 않다고 알려진 감염균도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니 전파를 제때 차단하는 방법을 써야한다. 
 
Q. 또 한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겠다. 항생제 내성이 위험한 이유가 무엇인가?
 
최정현 교수 =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치료 옵션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성 획득을 위해 유전적으로 변이된 균들은 병독성은 약할 수 있지만, 만약 그 균들로 인해 중증감염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다면 결국에는 환자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내성균을 치료할 항생제가 없어 생명을 잃는 환자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대한항균요법학회에서 개최했던 국회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골수이식이나, 간 이식이 잘 돼도 감염으로 사망하는 케이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다제내성균에 쓸 수 있는 신규 항생제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생명까지 잃게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입원해야 하는 기간 동안 의료비용을 고려했을 때, 국가적으로도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Q. `신규 항생제`가 정말로 필요한 상황인가?
 
최정현 교수 =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에 사용 가능한 항생제는 '콜리스틴'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항생제는 10명이 사용하면 3명은 신장에 이상반응이 생긴다. 효과도 생각만큼 우수하지 않다.
 
특히 중국에서 콜리스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항생제의 특수성이 반영되기 어려운 약가 제도와 같은 정책적 이유로,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다. 의료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리버모어 교수 = 새로운 항생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옵션이 있어야 한다.
 
FDA에서 승인하고 있는 새로운 항생제들을 보자. 그 항생제들 중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카바페넴 관련 내성 등을 총체적으로 해결해 줄 약은 없다. 단지 A 항생제가 이 쪽의 일부, B 항생제가 저 쪽 일부를 해결해주는 약들이기에, 가능한 필요한 모든 옵션들이 허가되고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 결국 방법은 항생제 내성 감염에 대한 `예방`과 `치료`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예방`과 `치료`가 방법이다.
 
이 가운데 예방의 측면에서는 '항생제 사용 줄이기', 그리고 '백신 접종'이 있다. 백신은 감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치료 옵션'이 요구된다. 항생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항말라리아제 등 항감염제의 개발 말이다.
 
전문가들은 내성 발생을 최소화하고 항생제 내성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신규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추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용효과성`을 이유로 신규 항생제 사용이 어려운 상태다.
 
고품질 항생제의 접근성 향상은 제약업계가 갖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FDA에서는 허가를 받았으나 국내엔 미출시되거나 도입조차 되지 않는 다제내성균 치료 항생제만 봐도 그렇다.
 
한 예로 국내제약사 동아에스티가 신규 항생제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를 개발했음에도, 국내엔 출시가 안됐다. 보험 급여의 문을 넘지 못한 탓이다.
 
또 `저박사(Zerbaxa, 세프톨로잔+타조박탐)`와 `아비카즈(Avycaz, 세프타지딤+아비박탐)`는 2018년 국내 질병관리본부에서 개발 및 발표한 요로감염 항생제 사용지침에서 베타-락타마제(ESBL) 생성 균주에 의한 단순 급성 신우신염에 카바페넴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로 꼽혔다.
 
하지만 이중 국내에는 저박사만이 지난 5월 비급여로 출시돼 있다. 
 
아비카즈의 경우도 CRE에서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이기에 빠른 도입이 요구되지만, 하루 약가 90만원 정도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사용이 어렵다. 앞선 저박사나 시벡스트로의 상황을 봤을 때, 아비카즈가 급여를 받을 확률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항생제 사용은 통상 하루 2번 정도에 짧은 사용만이 필요할 뿐이다. 비용효과성을 굳이 따지자면, 신규 항생제의 사용으로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다. 이는 곧 사회경제적 활동에 복귀시키는 것이므로 보다 경제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는 사용과 함께 완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약가 제도에 반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Q. 일차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내성을 감소시킬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인가?

 
최정현 교수 = 항생제를 영원히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조차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무조건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균들이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획득한 내성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균은 생존이 달려 있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내성을 얻는다. 아마 내성을 버린다는 것보다는 내성을 감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리버모어 교수 = 사실 감염 관리는 광범위하다. 우선적으로 병원 위생, 감염성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사용, 그 외에 특정 병원균의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예방책이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 원내 감염을 줄이고 특정한 병원균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백신 등을 통해 특정 종류의 병원균들이 퍼지는 것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전통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폐구균들을 죽이기 위해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많이 하고 있다. 임질도 내성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관계를 통한 전파를 막기 위해 콘돔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예방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지역 사회 또는 원내에서 발생하는 감염을 줄임으로써, 항생제 사용량도 줄이고, 내성을 가진 균들만 살아남는 환경 조성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신규 항생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후의 항생제로 알려진 '카바페넴'을 가능한 늦게 사용하기 위한 것인가?

최정현 교수 = 마지막에 쓰는 항생제가 `카바페넴`이다. 어느 병원이든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 카바페넴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하 CRE)`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CRE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들이 일부 개발이 돼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규 항생제를 먼저 앞으로 당겨 사용함으로써, 카바페넴 사용을 늦추는 것이 주요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카바페넴 항생제 사용을 줄여 카바페넴 내성률을 줄여야 한다면, 새로운 항생제를 더 먼저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규 항생제를 놓고 몇가지 고민을 해봐야한다. 예를 들면 항생제 가격이다.
 
카바페넴은 오래된 약이고, 종류도 많으며, 복제약들도 있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아끼기 위해 고가의 항생제를 앞당겨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료현장에서도 물론 정부에서도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 있는 항생제를 우선 써보고 싶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 경험이 많지 않은 항생제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될 것이다. 
 
리버모어 교수 =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항생제들이 출시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도 몇 년 이내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생제 신약이 카바페넴을 보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뤄주는 중간 단계 옵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카바페넴 내성`에 효과를 보이는 종류의 항생제다.
 
한국, 영국 등 다른 지역 사회에서도 카바페넴 장내내성균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이 CRE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많은 논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오래된 콜리스틴 항생제를 사용했는데, 부작용도 강하고 효과도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콜리스틴을 사용한 이유는 쓸 수 있는 남아있는 항생제가 이것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부 국가에서는 카바페넴 장내내성균 중 일부에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가 출시되고 있다. 한국도 카바페넴 장내내성균이 심각한 문제라고 알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항생제들이 한국에서 출시되고, 의사들이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심지어 출시조차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Q. 영국의 상황이 궁금하다. 신규 항생제들이 꾸준히 FDA 허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출시된 것은 1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허가된 항생제조차 비용효과성이 맞지 않아 출시를 안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한국처럼 비용효과성을 바탕으로 급여를 하고 있지 않나.
 
리버모어 교수 = 영국의 경우 항생제 급여는 큰 문제가 아니다.
 
보통은 급여 여부가 빨리 결정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수 십 만 파운드의 치료 비용이 발생하는 항암제의 경우, 지원 대비 환자의 생존 기간을 상대적으로 짧께 연장될 경우 문제가 된다.
 
하지만 항생제 신약에 지원되는 비용은 수 천 파운드 수준이고, 급여를 통해 항생제를 효과적으로 쓰면 환자의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급여 결정에 큰 어려움은 없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미국 FDA와 유럽 EMA 허가 약은 바로 출시돼 사용할 수 있다. FDA 승인은 받았으나 EMA 승인을 받지 않은 약들은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기도 하지만, EMA의 허가 속도에 맞춰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FDA 승인 후 EMA 승인까지의 6~9개월 정도 격차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다.
 
영국 의료진의 경우도, 새로운 항생제가 등장했을 때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 고려하는 경향이 있기에 원내 감수성 검사 결과를 기다리곤 한다.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지, 실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는데 허가나 급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Q. 영국과 우리나라가 항생제를 놓고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최정현 교수 = 최근 항암제는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겨날만큼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데 다제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암 환자의 생존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암 환자는 몇 %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항암제를 오래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다제내성균 치료는 그 정도의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다제내성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더 비용효과적인 셈이다.
 
결국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선택 가능한 항생제가 이미 있다. 몇 주만 쓰면 그 환자는 완치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약가제도에서 항생제의 '경제성 평가'는 불공정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신규 항생제를 기존의 항생제와 비교해 효과의 우월성을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질환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현 약가제도는 모든 항생제들을 다른 약과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 신규 항생제가 도입되는 것이 어렵고, 보험체계 안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부디 신규 항생제가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제내성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리버모어 교수 = 한국에서 특정 항생제의 가치를 판단할 때, 기존 항생제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의 입증 여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항생제 허가 임상연구가 어떤 디자인으로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항암제의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에는 기존 표준요법 대비 그 치료제가 얼마나 더 우월한지 확인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600명의 피험자를 모집했다면, 절반은 신약을, 나머지 절반은 기존 약을 처방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항생제의 임상연구는 새로운 항생제가 기존 항생제 대비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항생제의 우월성 확인을 임상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굉장히 비윤리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특정 내성균에 대해 항생제 신약이 기존 항생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특정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그 중 절반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마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기존의 항생제를 처방하는 디자인이 설정될 것이다. 상당히 비윤리적인 설계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항생제 관련 임상연구는 우월성이 아닌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성균 뿐 아니라 다양한 균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다.
 
Q. 국내에 신규 항생제 도입과 급여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됐다. 학회 차원에서의 대응은 없었는가?
 
최정현 교수 = 항생제를 도입하고 급여 평가 체계를 바꿔 달라고 많은 요구를 해왔다. 여러 방법을 통해 국회 쪽에도 접촉을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 도입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게 신규 항생제 도입으로 얻는 환자 혜택 및 경제적 이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Q. 국내에 신규 항생제가 제대로 도입되고 사용되려면, 정부의 인식 개선 및 약가 제도에 대한 변화가 요구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최정현 교수 = 먼저 신규 항생제가 내성 발생으로 기존 약제를 쓸 수 없는 환자가 대상임을 확실히 알아주길 바란다. 항생제 신약은 기존 약제에 내성이 발생해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약제와 치료 효과 비교가 아닌, 항생제 신약의 특수한 임상환경을 반영한 현실적인 약가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리버모어 교수가 말했듯, 항생제 신약 관련 임상연구는 기존 약제와 비교해 비열등성을 입증하도록 설계됐다.
 
내성 발생으로 기존 약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열등성 입증은 곧 기존 약제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기존의 경제성평가 제도를 통해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항생제는 합리적인 약가 결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 사용 약제가 있다 하더라도 해당 약제에 대해 이미 내성이 발생한 경우 대체제로 간주하기 어렵지 않은가.
 
중증감염 다제내성 항생제 적정 사용의 사회경제적 영향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중증감염 다제내성 항생제는 인공호흡기 사용 응급환자,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 장기이식 수술 등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서, 또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확인돼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신규 항생제 사용을 통해 환자의 1인실 입원기간 단축 등 추가 의료비용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역사회로의 빠른 복귀로 이어져 생산성 손실 최소화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신규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에 도움된다.
 
경제성평가 특례제도 적용 대상에 중증감염 다제내성 항생제를 포함하는 사회적 합의 노력도 요구된다.
 
현재 정부는 대체제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 근거 생성이 어려운 항암제, 희귀 신약에 여러 특례제도를 마련했다. 경제성 평가가 어려워 급여 등재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항생제 신약도 임상적 필요성은 높으나, 비용효과성의 근거 생산이 어렵다. 그렇기에 해당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 경제성평가 특례제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 향상 및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신규 항생제에 대한 신속 허가 및 급여 등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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