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3년제 '전공의 공백' 코앞‥수련병원들 "2달만 버티자?"

내과 3년제 전환에 따른 인력 공백 대책 병원별 실태조사‥업무 분배 진행 병원 28.95%
저년차 전공의에 업무 폭탄·환자 안전에도 위해‥대전협 "근본적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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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내과 3년제 시행에 따라 2020년 내과 레지던트 인력 공백 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련병원들의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현장 전공의들의 우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2017년부터 내과 수련과정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오는 2020년은 내과 레지던트 3년차와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해로 전공의 수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특히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첫 내과 3년제의 3년차 레지던트들과, 마지막 내과 4년제의 4년차 레지던트들이 동시에 전문의 자격 시험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본격적인 내과 3년제를 맞아 모든 수련병원에서 2개 년차의 공백이 동시에 생기게 된다. 
 
해당 문제를 놓고 수련병원들과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저년차 전공의들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전공의 인력 공백을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그동안 내과 3, 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 저년차 전공의 백업 및 협진, 응급실 및 중환자실, 일반 외래에 이르기까지 병원 입원환자 관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전공의 공백사태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4일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37곳의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가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내과 인력 공백을 앞두고 이들의 수련, 근로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전협이 공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3, 4년차 레지던트들의 주요 업무는 아직도 병동 주치의, 협진, 응급실, 중환자실 주치의 순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일주일 평균 평일/당직 횟수는 각각 1.16일, 0.76일로, 인력 공백을 대비한 업무 분배는커녕, 아직도 주요 업무의 상당 부분을 3, 4년차 레지던트가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 4년차 레지던트들이 올 12월부터 시험준비를 위해 빠지게 되면, 1, 2년차 내과 전공의들이 해당 공백을 모두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들은 1, 2년차 전공의만으로 향후 발생할 인력 공백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내과 수석 레지던트 절반 이상인 65.79%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71.05%가 1, 2년차 인력만으로는 병원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모 수련 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 A씨는 "전공의 한 명 당 30~40명에 육박하는 환자를 담당하게 된다. 업무시간 내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게 된다"고 답했다.
 
다른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 B씨도 "1, 2년차 레지던트가 3, 4년차의 업무를 대신할 수 없다"면서 "중환자/협진 진료의 질도 당연히 저하되며, 입원환자도 충당할 수 없고 따라서 이전보다 환자 케어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일선 전공의들의 우려는 점점 더 깊어가는데, 수련병원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

대전협에 따르면 현재 내과 인력 공백이 논의돼 인력 및 업무 분배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28.95%에 불과하며,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계획이 없는 곳은 60.53%, 전혀 진행된 바 없는 곳이 7.89%로 집계됐다. 완벽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인력 공백 기간을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한다는 곳이 절반(50%)에 달했다. 기존 전문의 인력이 업무 일부를 대체할 예정인 곳은 36.84%, 정해진 계획이 없는 경우는 21.05%. 업무 자체를 줄이기로 하거나 추가 전문의 인력을 고용한 병원은 각각 15.79%로 극히 적었다.

모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 C씨는 "절반의 전공의로 의국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를 맞추라고 하면서 교수들은 4개 년차가 있을 때처럼 일하려고 하니 전공의들의 요구안과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담당 환자 수를 제한하기 위해 병원 전체 입원환자 수를 줄여야 하며, 의사 인력의 로딩을 도와줄 수 있는 대체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련병원의 내과 수석 레지던트 D씨는 "전공의법에 포함되지 않는 펠로우를 쥐어짜려는 얘기들이 벌써 오가는 것 같다"면서 "펠로우 2년 필수, 펠로우 입원환자 관리 및 기존 전공의 당직 보충인력 사용, 중환자 펠로우 맡기기 등등 펠로우에게 로딩 돌리기가 내과 업무 공백의 해결책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가장 효과적이고 적법한 해결책은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채용 공고를 냈으나 한 명도 충원되지 못한 곳이 36.84%, 일부만 충원된 곳은 28.95%, 계획이 없는 곳이 18.42%, 계획은 있으나 채용 공고조차 나가지 않은 곳이 13.16%를 차지했다.

내과의 인력 공백은 입원환자 진료와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병원 진료의 중추가 되는 내과 내 인력 공백으로 인해 협진, 응급상황 대처 등 그동안 내과 고년차 전공의가 수행하던 타과 입원환자 진료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련병원들이 내과 저년차에게 인력 공백으로 인한 업무 폭탄을 모두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전협은 내과 3년제 전환으로 빚어진 인력 공백 문제에 대해 정부와 수련병원, 학회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일선에서는 올해 2달만 버티면 되는 일시적인 문제라 하지만, 기존 4년제로 운영되다 3년제로 단축된 상황이기에 매년 비슷한 시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파트를 묶어 로딩을 늘리는 병동 당직제, 또 다른 희생양을 양산하는 교수/펠로우 당직제, 응급실 내과 철수 등 의국 차원의 근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병원, 학회 차원의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회장은 "정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하고, 병원 차원에서는 환자안전 사고에 대한 대비책과 보완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학회는 내과 3년제 단축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프로그램 및 평가 기준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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