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만난 `포도막염`‥절망보다는 '희망'으로
"생물학제제 치료 후, 더이상 장애물은 없었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포도막염에 `TNF-α 억제제` 급여‥환자의 `삶의 질` 향상 및 `일상생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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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아직 20대였다. 2016년 이초은(91년생) 씨가 '포도막염', 그 중에서도 VKH(보크트 고야나기 하라다병, 이하 하라다병)으로 불리는 희귀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 말이다.
 
증상은 2015년부터 시작됐었다. 헤어스타일리스트였던 초은 씨에게는 손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 자체가 큰 난관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눈 앞이 뿌옇거나 눈이 부신 현상이 계속됐다.
 
그렇게 몇몇 동네 의원을 전전하다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를 만났다.
 
지금이야 진료 때마다 웃고 근황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처음 초은 씨가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절망감이 컸다.
 
"미용을 하던 저에게는 눈은 정말 중요한 수단이었어요. 내 미래가 사라졌다는 좌절감이 컸죠. 부모님도 너무 속상해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 초은 씨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시점에 와있다. `TNF-α 억제제` 치료 후 증상은 현저히 완화됐고, 우울했던 초은 씨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현재 초은 씨는 플로리스트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포도막염', 빠른 치료가 답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눈의 핵심 구조물은 망막, 각막, 수정체 정도이지만, 이들을 돕는 보조적 기관인 '포도막(Uvea)'이 있다. 포도막은 안구벽의 중간층을 형성하며 홍채, 모양체, 맥락막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포도막은 결합된 조직이 많고 혈관이 풍부해 염증이 생기기 쉽다. 또 눈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닌 몸 전체와 연결된 류마티스성 질환이나 혈관염과 같은 전신질환과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
 
`포도막염(Uveitis)`은 비교적 생소한 질환이다. 게다가 증상 자체가 시력저하, 충혈, 눈부심, 심한 눈통증 등 결막염과 비슷해 발견이 쉽지 않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더욱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질환이 그렇듯 조기에 발견해 빠른 치료를 하는 것이 포도막염의 최선의 방법이다.
 
포도막염은 염증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백내장, 녹내장 등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시신경이나 망막의 황반부위까지 손상되는 경우 실명에 이르게 된다.
 

우세준 교수<사진>는 "포도막염은 안구 내 염증성 질환이다. 감염성과 비감염성이 있는데, 비감염성이 대부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은 자가면역질환이어서, 특별한 원인이 없이 류마티스관절염처럼 계속 염증이 반복된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눈의 세포들을 공격하고, 결국 눈 세포들이 망가져 시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포도막염은 흔히 눈 앞쪽 혹은 뒤쪽에 발생할 수도 있고, 눈 전체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초은 씨가 겪고 있는 하라다병은 눈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우 교수는 "앞쪽에서 발생하는 포도막염은 비교적 치료가 잘되고 시력에 영향이 없지만, 눈 뒤쪽, 즉 후반에서 발생하면 망막세포들이 파괴된다. 한번 파괴된 망막세포는 회복이 안되기 때문에, 염증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실명할 수 있다. 하라다병이 그런 면에서 위험성이 높은 병이다. 동양인에게 특히 많이 발병해, 우리나라나 일본에 꽤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 '생물학적 제제`가 염증을 잠재우다
 
포도막염의 치료는 먼저 원인이 감염에 의한 것이지 비감염성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포도막염은 완치가 아닌 병의 진행과 재발을 막아 '합병증'과 '실명'을 막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감염성일 경우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원인이 되는 균을 사멸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균에 대한 치료 없이 염증을 감소시키는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하면 오히려 염증이 심하게 악화될 수 있다.
 
비감염성 포도막염 치료에는 단계적 접근 방법(Step-ladder Approach)이 이뤄진다. 1단계 고용량 코르티코스테로이드, 2단계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s), 3단계 면역억제제, 4단계 생물학적제제, 5단계 세포독소항암제(Cytotoxic agents) 순.
 

하라다병인 초은 씨<사진>는 비감염성 포도막염의 치료를 따라갔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인 경우 염증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제가 첫 치료가 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 시 백내장, 녹내장 등 안구 합병증은 물론이고 부종, 당뇨병, 고혈압 등 전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병의 진행을 보면서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우 교수는 "포도막염의 치료 원칙은 염증을 가라앉혀 더 이상 눈 세포들이 파괴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염증을 줄이는 가장 좋은 약물은 스테로이드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효과가 아주 좋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초은 씨도 스테로이드 치료 때의 기억이 별로 좋지 못했다.
 
"몸에 기운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의욕도 떨어지고, 살도 10kg 이상 쪘던 것 같요.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오르기도 했고요."
 
우 교수가 초은 씨를 직접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연수를 갔다 돌아온 2017년이었다.
 
우 교수는 "1년 간 연수를 갔다가 돌아와보니 초은 씨는 이미 상당히 장기간 염증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동안 스테로이드를 계속 복용했다 끊었다 하면서 부작용도 경험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눈은 계속 나빠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초은 씨에게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잠깐 쓰면서, 장기간으로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 MTX(메토트렉세이트), MMF(미코페놀레이트모페틸)를 같이 처방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만으로는 충분히 염증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면역억제제 역시 장기간 사용시 골수억제나 신장 손상 등의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시도하기로 했다.
 
마침 2017년 11월부터 `생물학적제제(TNF-α 억제제)`가 비감염성 포도막염 치료에 급여가 됐던 상황.
 
우 교수는 "국내에 유일하게 허가돼 있는 TNF-α 억제제를 처방하고 나서부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서서히 줄여 다 끊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환자의 염증도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초은 씨도 치료제가 바뀐 후 빠르게 변화를 느꼈다.
 
그는 "일단 눈이 보인다는 것이 기뻤다. 이전까지는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상태였는데, 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복용했을 때는 맑아졌다가, 약을 점점 줄이면 다시 돌아왔다.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하고 나서는 한달 뒤부터 내 스스로가 눈이 맑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거의 2년 가까이 염증이 없는 상태이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 포도막염을 겪고 있거나, 숨겨진 환자들에게
 

포도막염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 노인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포도막염이다.
 
우 교수는 "대부분의 안과 질환들이 노인에서 생기는 것에 비하면, 포도막염은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하는 연령층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소홀한 편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포도막염의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8~115명으로 추정된다. 감염된 사람의 70%~90%는 20~65세의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대로, 그만큼 유병기간이 길어 질병의 경제적 부담이 큰 편이다.
 
우 교수는 "포도막염이 잘 조절되지 못하면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한창 일 할 나이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직업을 잘 못 가지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교수는 포도막염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잘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할 수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와 사용은 환자의 삶의 질을 월등히 개선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초은 씨는 본인이 포도막염을 진단받은 뒤, 관련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점을 회상했다.
 
"현재 하라다병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온라인 검색을 해도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고요. 이 병이 제대로 진단되고 악화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도록 좀 더 알려졌으면 합니다. 다른 하라다병 환자들에게 제 치료 경험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우 교수도 포도막염이 드문 질환이다 보니 전문가가 더욱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안과 의사 중에서도 포도막염의 기본적인 치료 원칙은 알지만 장기간 치료라든지, 부작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기존에는 스테로이드에 너무 의존해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좋은 약들이 계속 개발되고, 출시되고 있지 않나. 신규 치료제를 잘 활용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우 교수가 의사로서 체감하는 정책적 아쉬움도 있었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들은 다양한 희귀난치성 면역매개 염증성 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심각하고 치료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환자의 약가 부담이 10%로 경감된다.
 
그러나 `하라다병(포도막염)`은 환자 수가 적은 희귀난치 질환임에도 아직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약가의 60%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그는 개인적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보다 앞당겨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 교수는 "생물학제제는 포도막염 초기부터 사용한 임상 데이터가 많이 있고,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포도막염 자체가 염증 때문에 잘 안 보이는 병인데,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줄이는 약의 일종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새로운 치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초은 씨는 플로리스트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결혼을 했고, 배우자는 치료를 받는 동안에 큰 힘이 되어 줬다.
 
초은 씨는 "지금 꽃을 배운지 6개월이 돼 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미용사를 포도막염 때문에 그만두게 됐지만, 생물학적 제제 치료 후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플로리스트로 다시금 새 삶을 살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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