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유족에 배상' 판결…醫 "정치적 판단" 반발

"전문가 의학적 판단 무시, 권력과 여론의 압박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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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좌), 백선하 교수(우)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지난 2015년 경찰 진입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이후, 10개월 만에 사망한 故백남기 씨와 관련해 서울대병원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학적 검증 없는 법원의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결과는 정치 판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 내 임의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다발성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 사건'에 단 한 번의 의학적 검증 없는 법원의 일방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린 정치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8부는 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이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에 4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고인의 사망 종류가 외인사임이 명백한데도 피고는 '병사'로 기재해 의사에게 부여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고,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 교수 측 변호인들은 "의학적 증거를 제출할 기회도 주지 않은 재판부의 결정에 강하게 항의한다"고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의총은 "법원이 선고를 하면서, 당시에 언급되지 않았던 '서로 연결되지 않는 4개의 골절 선이 보이는 다발성 두개골 골절'이 있었다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의사라면 물대포에 의해서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 판결 전에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법원은 의학적 검증을 요청하는 피고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물대포에 의한 사망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할 것을 선고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판단은 여론에 움직임에 따른 판결로 마치 중세 법정에서 갈릴레오에게 천동설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했다.

전의총은 "지금의 판결이 중세의 재판과 유사하다"며 "백선하 교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것을 주장하며, 중세가 아닌 현대의 재판정에 의학적 검증의 기회를 달라고 청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에서 또 다른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환자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주치의이므로, 주치의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철저히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존중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인 판단을 끌어들여 잘잘못을 따지면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배상책임을 물었다"고 반발했다.

이어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단순히 판결 자체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의료 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와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의사가 자신의 의학적인 소신에 의거해서 진단서를 작성해도 그 내용에 대해서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생겨 버렸다는 것.

결국 재판부의 정치적인 판결로 의료 현장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법적 분쟁이 늘어나서 의사들은 수시로 법원 출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병의협은 "현재 많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재판부의 경솔하면서도 정치적인 판결로 인해서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침해되고, 사회 혼란만 가중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해서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이 존중받고 법에 의한 처벌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지면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또 다시 재판부가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의료계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저항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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