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해외여행, 안전망은 없다②
사각지대에 놓인 재외국민 안전‥정부는 책임 떠넘기기?

해외 응급환자, 국내 이송 과정에 다양한 정부부처 이해관계 얽혀
'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2021년 시행 앞둬‥논의 시작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예고하고 찾아오는 사고는 없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한 해외여행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만약 해외여행 중 당신에게 응급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신에게 도움을 줄 나라는 어디일까?

당연히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부일 것이다.

하지만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지난해 12월 통과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의무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

왜 우리나라 재외국민의 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걸까?

해외 응급사고 시 제일 먼저 찾는 영사관, 외교부도 책임 회피
 

외국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재외국민이 가장 먼저 SOS를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영사관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공포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외교부는 외국에서 발생한 응급사고에 대해 이렇다 할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못했다.

법적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책임이 외교부에게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재외국민의 응급사고에 대한 매뉴얼이나 지원책 등이 전무한 까닭이다.

그나마 '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오는 2021년 1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제야 뒤늦게 그 이행에 필요한 하위 법령 입법 및 관련 지침을 정비하고 있다.

해당 영사조력법에는 ▲형사 절차 ▲범죄 피해 ▲재외국민 사망 ▲미성년자·환자인 재외국민 ▲재외국민 실종 ▲해외위난상황 발생 등 6개 유형별 영사조력의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말은 거꾸로 하면 그 전까지는 외교부가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일부 대형 해외 응급사고를 제외하고, 위험에 처한 재외국민들은 해외여행지에 위치한 영사관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연말 그랜드캐년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사고를 당한 재외국민들은 국가로부터 도움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했다.

이에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미국에서 수억 원대의 의료비용과 사설 업체의 이송 비용에 당황하여,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겨우 사건을 공론화했다.

결국, 해당 피해자는 사건 발생 후 52일 만에, 외교부와 대한항공 측이 힘을 합쳐 애초 2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이송 비용을 약 2500만 원 선으로 크게 줄여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외교부-법무부-복지부-국토교통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인천국제공항 전경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오랜 기간 정부가 해외에서 발생한 재외국민의 응급사고 등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해외 환자이송과정에 지나치게 많은 정부 부처가 관련돼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외환자 이송에 대한 관련 제도나 법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일반 서비스업'으로 신고만 하면 사설 해외이송업체로서 활동할 수 있어 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의료진과 의료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 업체들이 많고, 각 업체의 서비스 범위와 비용도 달라 그로인한 부작용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재외국민 환자 이송에는 입국 심사는 법무부가, 비자와 관련한 문제는 외교부가 관련이 있으며, 의료가 포함돼 보건복지부가 또 항공사 문제가 관련돼 있어 국토교통부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해외환자이송과 관련해 외교부와 복지부 등에 문의한 결과 관련 부처 모두 "해외환자이송업은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외교부는 "영사조력을 할 뿐 이송을 직접 시행하지는 않는다"고 답했고, 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업은 허가받은 영업지역에서만 수행해야 하는데 해외 환자 이송은 허가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타업으로 간주된다"며, "해외 환자가 국내 의료진을 고용해 이송을 요청하는 것은 환자의 필요에 따른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항공법은 항행의 안전을 규정한 것으로 의료행위는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해외환자 이송 현황 파악도 되지 않는다.

김호중 교수는  "의료인, 환자, 비행기, 공항, 의료장비, 외국, 비자에서 보듯 여러 관련부처가 엮여있고 향후 발생할 예산과 문제를 피하기 위해 서로 주체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다양한 정부부처가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많아, 당장 2021년부터 제 역할을 수행할 지는 미지수다.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산재보험 지연에 휘청이는 의료기관, 의협 "재때 지급해야"
  2. 2 병원 간호사 3교대 절대 다수‥간호사들은 '주간고정' 원해
  3. 3 [수첩]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가 보여준 잠재력
  4. 4 'PA' 검찰수사 본격화에 병원계-봉직의 정면 충돌
  5. 5 메트포르민 불순물 우려‥"위험도 아직 크지 않아"
  6. 6 '비정규직 정규직화' 갈등…금주 최대 분수령
  7. 7 전달체계 개편·일차의료 만성질환수가 마련..병원계 '울상'
  8. 8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의료기기는 무조건 '일회용'?
  9. 9 응급실에서 간호사 폭언·폭행한 환자‥주취에도 '징역 1년'
  10. 10 "불순물 조사 세계적 추세"… 업계로 공 넘어온 불순물 사태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