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코리아 패싱이란 불안감‥고립된 급여제도 개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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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코리아 패싱'.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국끼리만 논의가 진행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신약' 도입 및 '치료제' 급여 신청에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이 코리아 패싱에 대한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립된 급여제도'였다. 새로운 기전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신약의 가치를 적절히 보상해 줄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은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하는 맥락에서, 신약이 10년 전, 20년 전의 치료제와 비교되는 상황에 불만이 컸다.
 
여기에 중국 제약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중국은 의약품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편하고 있는데, 넓은 처방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제약사들은 치료제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선출시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 의약품 보험 목록(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 NRDL)에 포함되면 확실한 이익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의 기초 의료 보험은 2017년 기준 약 13.5억명, 전체인구의 약 95%를 커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의약품 가격이 인하됐을지라도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매출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NRDL에 성공적인 협상으로 등재된 의약품의 경우 평균 37%의 약가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평균 2%의 약가인하 제안으로 협상에 실패한 의약품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둔화됐다.
 
이에 따라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이제 막 FDA 허가를 받은 신약도 빠르게 중국에 도입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파격적으로 의약품 제도를 개편한 중국이 한국의 등재 약가를 참조하겠다고 밝혀왔다.
 
거대 시장인 중국을 신경쓰는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급여에 대한 지연이나 약가협상 등에 부담을 느껴, 국내에서 치료제 '비급여' 출시를 결정하거나, 허가나 출시 자체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위기 속에 그동안 업계는 새로운 급여제도 개편을 요구해왔다.
 
최근의 신규 치료제들은 1개의 적응증만이 아니라 수십개의 질환에 적용이 가능하게끔 개발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적절한 급여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환자의 접근성 확대는 불가하다.
 
게다가 '위험분담제(RSA)'와 같은 좋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신약의 허가가 중국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RSA의 적극 활용이 요구된다.
 
위험분담제 대상 약제 요건의 개선,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을 포함한 재평가 및 급여확대 과정의 간소화 등은 가장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앞으로 신약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전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 약제 선정이 거의 어렵고, 고도의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비용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다양한 유전자 세포 치료제가 출시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신규 기전의 치료제가 도입되더라도 억대의 치료제 급여를 논의할만한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고립된 급여제도를 개편하지 않는다면,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환자들은 치료제 자체를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중국으로 넘어가 치료를 받으려는 분위기가 고조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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