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지도의사, 소방 '위해' 존재?‥전문가로서 정체성 "없다"

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사회 회칙 위반으로 대의원회 및 총회 무산
유인술 회장, 지도의사 역할 정립 더불어 소방과의 명백한 관계설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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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병원 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구급대원에 현장 지도를 제공하는 응급의료 지도의사가, 소방으로부터 당직비를 받는 아르바이트로 전락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이뤄진 응급의료지도의사들이 스스로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회장이 직접 '응급의료지도의사'의 정체성에 대해 '당직비를 받는 소방의 아르바이트생인가'를 자문할 정도로, 응급의료지도의사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홈페이지
 
지난 4일 열린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이하 지도협) 대의원회 및 총회 이후 유인술 지도협 회장이 지도협 홈페이지에 '회원제위-지도협을 다시 생각하자'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이번 대의원회 및 총회가 회칙위반으로 성립될 수 없음을 선언하며, 지도의사로서의 정체성 등 작금의 문제에 대해 암담한 심경이 담겼다.

지도협의 대의원회 및 총회 소집권은 회장에게 있다. 하지만 이날의 대의원회와 총회는 유인술 회장이 소집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사회가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었다.

심지어 회칙에 총회 소집 1주일 전 회원들에게 목적, 일시, 장소를 공지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나, 총회를 소집하면서도 소집의 목적 등이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술 회장<왼쪽 사진>은 이번 대의원회와 총회와 마찬가지로, 과거 이사회가 회칙을 위반하거나 회장단 및 감사를 배제한 채 이사회 등을 운영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유인술 회장은 이사회와 소방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개최된 대한응급의학회 학술대회 '2019 EMS Korea'에서 지도협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소방청의 일정에 따라 이미 공지된 학술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당시 "이것은 소방의 행사가 아닌 대한응급의학회가 주최하는 학술행사로서 회원들에게 이미 공지된 학술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달라는 소방의 요청은 무리한 요구이며 변경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협 집행부에서는 갑자기 학술프로그램 일정을 변경하여 시행하였고 대한응급의학회가 주최하는 학술행사를 소방의 행사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방의 이러한 행태는 소방이 저희 지도협을 생각하는 의식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라며, "물론, 소방과 저희 지도협은 긴밀한 상호협조관계가 매우 중요하나, 상호협조에는 상호존중이 전제되어 한다. 과연 소방이 저희 지도협과 대한응급의학회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되어있다면 이러한 일방적인 요구가 가능했을까 생각해본다"고 덧붙였다.

유인술 회장이 지적한 소방의 일방적인 행태는 실제 소방이 병원 전 응급의료에서 자신들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앞서 소방이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휴대용 초음파기기를 구급차에 도입했다가 문제가 된 바 있고, 최근에는 구급대의 업무범위 확대에 대한 시범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어, 의료 면허와 자격체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방의 저변 확대 노력 속에, 구급대의 질적 관리 및 병원 전 생존율 향상을 위해 상호협력해야 할 지도의사와의 관계는 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지도의사 스스로 지도의사가 Medical Director인지, Medical Advisor인지, Medical Counselor인지, 아니면 Medical Controller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유인술 회장은 메디파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사실 응급 지도의사는 명칭만 있지 구급대 내에서 지도의사의 위치, 역할, 명확한 권한 및 책임 범위가 전혀 설정돼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혹시 문제가 생길 때의 법적 보호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소방의 당직비를 받는 아르바이트생인가 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경우, 지도의사가 구급대에게 교육 명령도 내리고, 교정이 안되면 패널티도 주는 등 응급의료 전문가로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권한은 커녕 권위조차 제대로 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유인술 회장은 "이제는 정체성을 명백히 하고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하며 소방에도 그에 걸맞는 요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지도협을 만들때의 그 목적에 맞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방과 지도협이라는 조직간의 관계는 명백한 관계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건강한 관계설정을 위해 지도협이라는 조직도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이와같은 현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추후 날짜를 잡아 먼저 대의원회를 개최하고 논의된 사항을 가지고 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 협회는 전체 회원의 것이지 일부 몇몇의 소유물이 아니다. 회원의 권리는 참여로서 획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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