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술이 들어간다? 속이 타들어간다

대전선병원 김기덕 건강검진센터장

메디파나뉴스 2019-12-27 05:55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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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맞아 곳곳에서 술자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다 취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억지로 마시다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개인차가 심한 주량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폭음의 기준을 남성은 소주 7잔과 맥주 5잔, 여성은 소주 5잔과 맥주 4잔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도한 음주를 하다 보면 다음날 속이 타거나 배가 아픈 증상으로 종일 고생하기 쉽다. 또 장기적으로는 지방간이 발병할 위험도 있어 술자리에서 폭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술자리 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대표적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괄약근이 있다. 괄약근의 압력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가 닫혀 있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지 않고,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트림할 때 열린다.
 
그러나 괄약근의 압력이 줄어들거나 자주 열리면 위 속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고 식도 점막이 손상돼 염증이 발생한다. 술과 기름진 음식이 괄약근의 압력을 줄여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들이다.
 
과식으로 위 안 내용물이 증가해 십이지장으로 채 배출되지 못할 때도 역류할 수 있어 술과 안주를 많이 먹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도에는 위와는 달리 위산을 보호할 수 있는 점막이 없어 위산에 더욱 취약하다.
 
주요 증상은 속이 쓰리는 것, 트림을 자주 하고 신물이 넘어오는 것,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있는 것 등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 할 수 있다.
 
전체 역류성 식도염의 50% 정도가 내시경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내시경 검사에서도 확진되지 않을 때는 식도로의 위산 역류 여부를 검사하는 식도 산도 검사로도 판별할 수 있다. 위산분비 억제제나 제산제, 장운동 촉진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치료 기간 동안 기름진 음식, 과식, 취침 직전의 음식 섭취,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을 피해야 한다.
 
`지방간`도 연말연시 조심해야하는 질환이다.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인 경우를 지방간이라고 하며, 술은 지방간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간의 무게를 실제로 재는 것은 어려우므로 초음파 상 밝기를 이용해 지방간의 정도를 판단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간질환을 앓게 되는 것도 아니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불리는 지방간을 앓을 수 있다.
 
술은 자주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이 부족해지고 체내의 영양 부족을 일으켜 지방간 등 간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잦은 횟수로 술을 마시고 폭음할 위험이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간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방간은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으로 지내기 쉬우며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피로감과 전신 권태감, 오른쪽 윗배의 통증이 느껴질 경우 지방간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방의 축적 정도와 기간, 다른 질환의 동반 유무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지방간을 가볍게 여겨 장기간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단순 지방간에 염증이나 섬유화가 더해져 발생하는 지방 간염은 치명적인 간경변(간경화)으로 진행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음`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폭음은 건강에 전혀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폭음은 중성 지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죽상경화라고도 부르는 동맥경화는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 등 각종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말한다. 노폐물이 계속 쌓여 심장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면 협심증이,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면 음주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도 폭음은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해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며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술자리를 가진 이후 복부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경미한 복통으로 시작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복통이 심해질 경우 췌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과음이다. 또 만성 췌장염 환자는 음주 후에 급성 췌장염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어 췌장염 환자들은 특히 음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연말연시에 음주량을 지켜 폭음을 예방하려면 술자리 일정과 횟수를 미리 확인하며 어느 정도 마실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술자리가 두 번 있는 경우 한 자리에서 4잔 이하로 마시도록 계획하거나, 갑자기 술자리가 잡혀 8잔을 마시게 됐다면 남은 6일간 술자리를 가급적 피하는 식이다.
 
알코올은 화학반응을 거쳐서 대개 일정한 속도로 제거되기에 술을 빨리 깨는 방법은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인 남자의 알코올 제거율은 보통 시간 당 1잔인데, 새벽까지 음주를 하거나 10잔 이상 마시면 다음 날에도 지장이 있을 확률이 높다. 알코올을 제거하는 화학반응에는 몇 가지 재료들이 필요한데, 술에 곁들이는 안주를 통해 이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다만 기름진 안주는 음식물과 섞여 알코올 분해를 방해할 수 있어 삼겹살보다 목살을 먹는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빨간 국물이 있는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술로 이미 자극받은 위장을 더 심하게 자극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위장 자극을 줄이려면 음주 30분 전 쯤에 탄수화물을 간단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은 이뇨작용으로 탈수와 갈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술 한 잔에 물 한 잔꼴로 수분을 섭취하면 체내 알코올이 희석돼 알코올 체내흡수율이 낮아진다. 과일 안주를 함께 먹으면 수분 보충에 도움이 돼 탈수와 갈증 예방에 좋다.
 
[기고] 대전선병원 김기덕 건강검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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