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수준 전공의 근무환경 만천하에 드러난 한해

[테마로 보는 의약계 결산⑧] 전공의법 시행에도 개선 더뎌‥재발방지책도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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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3년이 됐지만,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했다.

특히 지난 2월 아까운 젊은 인재가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 세상을 떠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간 말만 무성했던 전공의의 살인적 수준의 근무환경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해당 전공의는 결국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인정받았지만, 형식적인 전공의법 적용과 병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주 3일 당직에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살인적인 스케줄 견뎌

지난 2월 가천대학교 길병원 당직실에서 만 31살의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인 故 신형록 전공의는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청년으로, 해외 의료 봉사를 다니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의 꿈을 키웠다.

건장한 청년이었던 고인은 사건 수일 전부터 주 3일 당직을 섰고, 평상 시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던 정황 등이 밝혀졌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과중한 책임감과 높은 정신적 긴장업무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있기 1주 동안에는 업무시간이 113시간, 발병 전 12주 동안 주 평균 98시간 이상(발병 전 4주간 주 평균 100시간)으로 업무상 질병 과로기준을 상당히 초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전공의 특별법에서 정한 주당 80시간 근무 제한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고인과 그 동료들은 병원의 묵인 하에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을 견뎌야만 했다.
 
 
병원 가짜 당직표로 법 준수‥사과 없는 병원 측에 유가족 분노

현재 시행 중인 '전공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근무 시간은 36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교육 목적으로 8시간의 연장수련이 가능하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즉시 과도한 근무량과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병원 측이 공개한 당직표에는 고인이 전공의법을 준수하여 근무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병원 측이 전공의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가짜 당직표를 마련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류 상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도 고인이 DNR 처방을 했던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사건 직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돌연사'를 운운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건 이후에도 유가족 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와 유가족은 고인의 명예 회복과 진상조사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산재로 인정됐지만...재발 방지 대책 유효한가?

대전협과 유가족의 노력 속에 지난 7월 30일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산업재해를 인정 받았다.

고인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내인에 의한 사망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심장에서 초래된 치명적인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원인과 청장년에서 보는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를 일컫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가능성 등이 언급돼 있다.

공단은 고인이 주 113시간이라는 과도한 근무시간에 더해 올해 1월부터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과중한 책임감과 높은 정신적 긴장업무에 시달렸다고 밝히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과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가천대학교 길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주 80시간 근무 등 전공의법의 거의 모든 항목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병원은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과 유가족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끝에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故 신형록 전공의 사건을 공론화했다.

윤 의원은 복지부가 전공의 사망 6개월 전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2018년도 수련환경평가를 시행했으나, 길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법 수련규칙을 이행했다"는 내용만 제출받았을 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당직표 등 근거 자료를 제출받거나 확인하지 않아 수련규칙 위반 여부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 이후 정부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고 엄격한 처벌을 약속했지만, 정작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할 병원들이 의사인력이 부족해 전공의법 준수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어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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