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한 약사‥'유죄'→ '무죄'로

약사법 규정,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 방지하는데 목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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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해 약사법위반으로 원심 유죄 판결을 받은 약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약사법에는 약국 개설자 또는 약국 근로자만이 의약품을 조제·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하지만, 해당 조항이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조제 및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기에 전문 자격을 취득한 약사에 의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약사법위반으로 기소된 약사 A씨의 판결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약사면허 취득자로 본인이 개설한 약국인 B약국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약사법 제44조(의약품 판매) 제1항에는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의약품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즉, 누구든지 약국개설자나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26일 오전 8시 41분경, 약사 C씨가 개인 사정으로 당장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며, 본인이 운영하는 D약국을 잠시 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인근에 위치한 D약국을 방문해 약 5분 동안 환자 두 명에게 의약품을 조제·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심은 A씨가 약사법 제44조 제1항에서 정한 D약국의 '약국 개설자'도 '약국 근무자'도 아니라며, A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라는 조항에서 '근무' 여부를 따짐에 있어 "보수의 지급 여부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함으로써 개개의 사안에서 약국 개설자와 당해 약사 사이에 일정 기간에 한한 일시 근로계약 내지 약국 운영 위임계약이 체결되어 약국개설자에 의한 관리관리·감독이 충분히 미치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며 엄격하게 해석했다.

이에 따라 원심은 A씨와 D약국 약사 C씨 사이에 일정 기간 근로계약 내지 약국 운영 위임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씨를 D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사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이웃 약사인 C씨가 출근하기 전 환자가 방문하는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A씨가 약 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환자 두 명에 대해서만 의약품을 조제·판매했고, 실제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재판부가 약사법 제44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A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약사법 제44조 제1항은 의약품의 판매가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그 판매행위를 국민의 자유에 맡기는 것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나 한약사에게만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해당 약사법 규정이 약사나 한약사가 아닌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를 방지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약사법 제44조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의 구체적인 의미나 내용에 관하여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당심 재판부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는 약국개설자를 위하여 의약품의 조제,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약사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약사의 근무형태, 방식, 근로계약의 내용 등에 따라서 '해당약국에 근무하는 약사'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A씨가 D약국의 개설자인 C씨를 위해 D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지위에서 조제 및 판매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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