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개별제품·특장점 통한 정부 설득 "정책 반영 불가"

의료기기산업협회, 김윤 교수 초청한 비공개 토론회 마련
"산업계 '환자 치료효과' 근거 없으면, 정부차원 지원도 어렵다..'최종성과'에 집중"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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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의료기기산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장에 맞는 제대로된 정책·제도 개선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업계에서 정교한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을 제안하는 데 따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세부안을 실무부처가 위임하게 되면서 실제 업계가 제안한 의도와는 다른 정책이 나오게 된다는 것.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한국의료정책의 이해와 보건의료산업의 과제'를 주제로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세부 실행안과 더불어 시민단체부터 상급기관까지의 의견 개진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문재인케어에서 산업진흥에 대한 정책 반영과 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따른 급여체계가 의료기기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 ▲영미 선진권에서 구상되는 의료지불제도 및 보건의료정책 등 크게 3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우선 김 교수는 "의료의 지역 및 소득간 의료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보상, 전달체계, 지불제도가 유기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면서 "전달체계의 개선과 질 향상을 위해서는 1차진료기관의 역할 강화, 환자상태에 따른 진료의뢰·회송시스템 구축, 전문병원 확충 등이 필요하며 동시에 지불제도와 환자안전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1차의료 강화·전달체계 개편에 '혁신 의료기기' 필요·지원 요구? "입증부터"
 
지역별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인공지능, 로봇 등의 활용과 이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술의 발달로 인한 보건환경의 변화에 대해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혁신제품이어도 진료의 용이성, 환자 편리, 또는 치료 성과 향상 등의 측면을 봐야 한다. 특히 혁신기술의 정책적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 조건은 환자의 치료효과"라며 "산업계에서도 이런 면을 고려해 정부 지원을 제안한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다.
 
이어 "근거가 없다면 치료개선 이외에 가치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면서 "개별 제품이나 회사의 특장점을 통한 설득은 정책 반영이 어렵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기반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의료기기 업계의 자료를 보면, 매력적인 단어는 많지만 정책의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
 
김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유럽도 '최종성과'에 기반해서 돈을 주는 '가치기반 시스템'이다. 즉 개별기술이나 개별재료, 개별장비로 수가를 주지 않는 쪽으로 가며, 근사한 기술을 만들어 돈을 받으려고 하면 점점 더 성공 가능성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계가 정책을 제안할 때 반드시 '정교한 세부실행(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장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한 이후 정책 방향은 1차의료기관, 재택의료에 대한 개편 등이 이어질 예정인데, 이에 대한 업계의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세부정책안 마련과 함께 시민단체, 상급기관의 의견개진도 이뤄져야 한다. 만약 세부안을 실무부처에 위임할 경우 실제 제안의도와 다른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업계에서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 반발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그 예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원격에 대한 거센 사회적 거부감은 최초 접근방법 실패 때문이다. 산업적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적극적인 소통과 대안 제시를 하지 않아 현재 원격이라는 말만 나와도 시민사회는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의 경우 공공성 중심의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의료산업이 가장 잘 발달했다. 우리도 의료의 전달체계와 연결해 1차기관 중심의 전문화 기반 지역화 수단으로 삼는다면, 보건의료의 이해관계자나 산업적 측면에서 공론화를 거쳐 모두가 합의하는 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원격의료 외에도 다양한 정책건의시 반대에 대한 이유를 고려한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 보건정책의 중요한 이해 당자자 중 하나가 의료기기산업이며, 특히 제약과는 다른 기술의 혁신성을 통한 높은 성과를 보이는 주체"라며 "모두가 혜택을 받고 더 나은 삶의 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인 만큼,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소통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업계 "시장진입 전 '성과' 제출 사실상 불가능".."분석심사 개편시 기준도 달라질 것"
 
이 같은 제언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정 정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시장 진입 전 의료기기회사들이 최종성과를 마련하고 이를 제시하기는 힘들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의약품과 달리 최종성과가 좋아지는 것과 인과 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특성 등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결과가 아닌 편의성이라든지 다른 종류의 결과를 찾아야 한다. 대만처럼 가격을 자율적으로 가져가고 본인부담금을 올리거나 모두 부담하는 방식을 참조할 수 있다"면서 "제한적 의료기술이나 선별급여 같은 트랙을 이용해서 근거를 만들고 연구비 지원, 새로운 기술 노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시장 통제로 인한 혁신시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분석심사 도입'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임상의에 대한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환자 입장에서 동의 절차에 따른 입증과 자기 부담에 대한 선택을 한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 경우 본인부담 전제 하에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은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쳐 나가는 기전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심평원에서는 유연한 급여 기준의 적용이라고 하는 원칙에 근거해 '분석심사'로 심사시스템을 바꾸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심사뿐만 아니라 급여기준 및 적용방식에 있어서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산업진흥에 대한 이경국 협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사로, 이례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학자가 보험이 아닌 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협회 미용의료기기특별위원회, 산업발전위원회 등 위원회 소속 위원단 약 30여명과 협회 임직원이 참여해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의료기기산업과 협회 소개, 이어 김윤 교수의 주제 강연, 2부는 주제별 토론이 이어졌다.
 
협회 법규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박선주 위원은 "국가보험체계나 보편적 복지를 이해하는 데 유익했으며, 보건의료가 공공재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제도 연구를 하는 학계에서 산업진흥에 대한 입장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최근 문재인 케어를 통한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대한 진정성도 확인하는 기회다 됐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이경국 회장은 "의료기기산업은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더 안전하고 품질 좋은 의료기기를 생산하고  보건의료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구축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좋은 방향, 정책, 사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의 이해의 간극을 줄이고 산업진흥을 위한 업계의 입장이 전달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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