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건 육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 안착 임무"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사무총장에서 수장으로‥"제도 안정화 소임 최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수요 기대 이상 불구 예산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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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항구가 생활 안전망이라면 생명과 관련된 윤리는 생각의 안전망이자 사회안전망이다. 국가생명윤리원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16일 김명희 신임 국가생명윤리원장<사진>은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3년차를 앞두고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취임 간담회를 통해 기관장 취임소감과 향후 기관 경영에 대한 방향을 밝혔다.
 
김명희 원장은 2012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구부장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기반을 마련해 온 인물 중 하나다.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와 따듯한 죽음을 정착시키기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안정화와 조직기반 마련이라는 소임을 다하고 싶다는 김명희 원장을 전문기자단이 만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지 3년이 되어간다. 그간 이행된 연명의료중단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는 얼마나 되나
 
김명희 원장(이하 김) : 2018년 2월4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23개월 동안 80,003명이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53만건, 연명의료계획서 3만5천건을 넘어서고 있다.
 
전년대비 의향서는 4.3배, 계획서는 1.43배, 연명의료중단 이행건수는 1.52배 급증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건수는 70만건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측했던 수준의 추세인가?
 
: 예상을 뛰어남은 수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이루어졌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2020년도 작성 예상자를 24만명 정도로 예측하고 예산을 책정했는데 2019년도 하반기에만 4~5만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금 속도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건수가 70만건으로 예측돼 예산이 일찍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예비비나 추경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명의료제도 참여자가 급증한 이유가 무엇인가
 
: 공식통계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 및 이행이 가능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의료기관은 252곳이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은 161곳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단 사전연명의료등록기관이 증가한 영향이 있다.
 
등록기관은 지정제로 운영되다 보니 초창기에 비해 활동기관이 증가했고 보건소도 2년 사이에 50개까지 참여기관이 늘었다.
 
2017년 제도시행 전 보건소 담당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인력도 예산도 지원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지역에서 수요가 높아지면서 보건소 참여율까지 증가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카드 제공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가생명윤리원의 예산이 적다 보니 홍보를 활발하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후 받은 카드를 당사자들이 굉장히 자랑스럽게 주변에 이야기하며 홍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연령은 70대 이상의 비중이 높은데 이분들이 노인정에 가서 자랑을 하시면 또 다른분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실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들은 실물 카드를 발급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가족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거나 주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사실을 알리는데 등록카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카드를 들고 있는 김명희 원장
그렇다면 예산은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 것인가
 
: 현재 추산으로는 2020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건수가 70만명에 달할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등록카드 제작 및 발송을 위한 비용만 6억원 정도 더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24만명을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어 확보된 예산은 1억6,500만원 뿐이다. 연간 최소 3~4억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여야를 떠나 예산확보를 위해 굉장히 많이 도움을 주셨지만 이러한 추정이 예산에 반영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연명의료 실무를 총괄할 인력 부족문제가 제기됐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임금문제는 해결된 것인지
 
: 올해는 연명의료결정제도만을 담당할 연명의료센터장을 공모한다. 하지만 올해도 인력충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2019년과 마찬가지로 연봉 4천만원에 의사를 구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제도지만 실제 결정수행 과정은 의료인이 참여해야 하기에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의료인이 매우 필요하고, 의료인 교육을 위한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역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있다.
 
예산마련을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인가
 
: 수익사업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시도하기엔 정책원이 할 수 있는 시장이 굉장히 작다. 수익사업을 한다고 해서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더라도 전체 국민 대상이 아닌 특정직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를 예로 들면, 관련 기관이 20명쯤인데 이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인력과 시스템을 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 현장에서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수가 책정은 어떻게 되어 있나
 
: 현재 시범사업을 통해 연명의료결정을 위한 양식 작성 단계에 따라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 상태다.
 
수가는 심평원의 영역이긴 하나 윤리위원회에서 대리인 지정, 무연고자 문제 등에 대한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도로와 항구가 생활 안전망이라면 생명과 관련된 윤리는 생각의 안전망이자 사회안전망이다. 국가생명윤리원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사회가 되고 사회적인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1인가구, 비혼 가족구성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처럼 가족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은 굉장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기문제를 자기가 결정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의료인들도 사회적인 변화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환자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결정의 상대가 당사자일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이해해야 한다. 의료인들은 미리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서 환자를 보는 과정이 원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게 복지부나 기재부 등 부처는 나라살림을 해야하기 때문에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생명윤리원은 특정업무를 부여받은 기관이니만큼 국민들에게 제도를 잘 알리고 관련된 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 제도가 안착될 수 있게 하겠다. 제도가 안착되어 국민에게 도움될 수 있게 하는게 우리기관의 임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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