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요양시설 거동 불편한 환자 위해 대리처방 `가능`

법원, 환자 건강상태 더 잘 파악하고 전문지식 갖춰‥가족과 함께 '예외'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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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신해 간호사가 병원을 방문해 대리 처방전을 받아도 의료급여 수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직접 의료급여기관을 방문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환자 가족'의 대리 처방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행정법원은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환자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간호사 역시 예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A의료법인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A의료법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B의원을 개설·운영하던 A의료법인은 지난 2016년 10월경 조사대상 기간을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로 하여 보건복지부로부터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에 대한 현지조사를 받았다.

복지부장관은 해당 현지조사 결과에 따라 4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과 8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쟁점이 된 것은 B의원이 C노인요양기관 소속 간호사가 D씨가 해당 기관 입소자들을 위해 대리처방을 했다는 것이었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외래환자 진찰료-재진진찰료'에서 거동이 어려워 직접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환자 가족이 내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가족이 진료담당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을 발급받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해당 환자에 대해 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를 산정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B의원 의사가 환자 '가족'도 아닌 '간호사' C씨에게 환자의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가 의료법과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리처방전을 발급한 병원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인 A의료법인은 "거동이 어려운 요양시설 입소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이 매번 가족들과 함께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는 어려운 점, 요양시설 입소 환자 본인과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의사에게 환자의 건강상태, 증상, 과거력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고, 오히려 요양시설 소속 간호사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가족보다도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노인복지법 제1조의 2 제2호가 보호자를 '부양의무자 또는 업무 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로 규정한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환자를 보호하는 간호사도 환자의 가족과 유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간호사에 의한 대리 진찰 및 원외 처방전 발급도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B의원은 지난 2003년경부터 지역 마을과 촉탁의 계약을 체결한 후 매년 촉탁의 계약을 갱신하며 매월 2회 지역 마을을 방문해 환자들을 진료해 왔으나, 환자들의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동일 상병, 장기간 동일 처방, 환자 거동불능 등의 요건을 갖춰 간호사에 의한 대리처방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비록 노인요양시설 간호사가 그 시설에 입소한 환자의 가족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그 경우에도 이 사건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이 관련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해당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노인요양시설 간호사가 환자 가족보다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더 잘 알 수 있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입소자의 질환 등을 의료인에게 더 구체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가족의 상담에 의한 진료만으로는 입소자에 대해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할 개연성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대리처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서도 대리처방에 대해서 진찰료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의료법에는 대리처방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었다"며, "그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보건복지부는 '환자 가족'에 한하여 여러 가지 조건 하에서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의료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대리처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며, "이번 사건도 바로 대리처방의 허용되는 요건에 관한 해석상 논란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보건복지부는 대리처방은 환자 가족에 대해서만 인정된다고 본 반면,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의 경우에도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보아 서로 상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현두륜 변호사는 "비록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다른 사례에 있어서는 여러 병원들이 의료법 위반 등으로 부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며, "늦게나마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개정 의료법 시행 이전에라도 대리처방과 관련한 부당한 해석이나 법 집행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그로 인하여 부당하게 제재나 불이익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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