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도 `범부처사업단` 설립, R&D 예산만 늘리면 능사?

복지부·식약처·산자부·과기부 등 의료변화에 선제적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좋은 국산제품 많은데 결국 연구보다는 시장 문제"
"의사의 연구개발 참여 확대하고, 10개 중개임상센터 활용해 해결"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4개 정부 부처가 대대적인 의료기기 R&D(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신약처럼 범부처 사업단 설립에 나선다.
 
그러나 정작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R&D로 좋은 상품이 개발된다해도 허가, 급여 과정의 절차 지연으로 시장성이 악화될 수 있고, 모든 절차적 난관을 뚫고 시장에 나온다한들 대부분 의료기관에서는 국내산 의료기기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1일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본격 추진에 앞서 공청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이번 사업은 4개 부처가 공동으로 2020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총 6년간 1조 2,000억원 규모로 이뤄진다.
 
사업 목표는 현재 답보상태에 높인 의료기기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시장 지향형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기술개발→제품화→임상·인허가 등 전주기,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내역사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 개발 △4차 산업혁명 및 미래의료환경 선도 △의료공공복지 구현 및 사회문제 해결 △의료기기 사업화 역량강화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1내역사업에는 체외진단 정보 표준화와 체외진단 기기 및 플랫폼 마련에 706억원이 투입되며, 레이저 수술기나 조직 검출용 센서, 안과 레이져 수술시스템 등 융복합 광학 의료기기에는 278억원, 고감도 약물주입기, 환자감시기, 병원-환자 간 원격진료정보 교류 등 스마트 환자케어 시스템 개발에 257억원이 투입된다.
 

2내역사업은 지능형 심혈관계용 스텐트 및 카테터에 533억원, 정형외과용 맞춤형 의료기기에 127억원, 두경부 MRI, 뇌 및 전신용 MR-PET 등 분자영상융합 정밀 영상의료기기 개발에 427억원이 들어간다.
 
또한 스마트헬스케어 의료기기 개발에는 735억원, 병원 중심 IoT 의료시스템 개발에는 429억원, 의료기기 맞춤형 소재 및 소자 개발에는 536억원의 예산이 배분됐다. 지능형 수술로봇, 미세수술 특화 로봇 등 신개념 메디봇 시스템 개발에는 589억원, 차세대 마이크로 메디봇 시스템 개발에는 588억원, AR/VR 기술 기반의 실감형 의료기기 개발에는 29억원이 투입된다.
 
3내역사업에는 로봇암이나 보행보조로봇, 인공후두와 같이 신체기능 복원 및 보조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382억원, 장애인 이동과 생활편의를 개선하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180억원, 고령자 질병 예방용 일상 모니터링 기술 개발에 288억원, 고령자 재활 및 인지증강 시스템 개발에는 318억원 등이 편성됐다.
 
의료서비스 소외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의료기기, 예를 들어 비접촉 심장박동 모니터링기기나 원격 심장초음파, 병원 물류 로봇, 의료 및 연구 상호 운용성 시스템, 포터블 복합 관절기, 시력 보완 디스플레이 등에 268억원이 투입된다.
 
4내역사업은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맞춤형 인허가, 의료기기사업화 코디네이션 등 시장진입을 지원하는 것으로, 총 예산 1,800억원이 배정됐다.
 
사업 추진 전략은 △현장 수요 및 최종 산물을 고려한 전주기 지원 시스템 구축 △미래 의료환경 선도를 위한 기술개발 역량 강화 △산학연병 협력 및 효율적 사업화 지원을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이다.
 
사업 추진체는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하는 공익법인의 재단인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가칭)'이며, 30여명의 전문가가 이를 꾸려나가게 된다. 오는 3월까지 사업단장 선임 등 사업단 설립·구성한 후 연구과제 기획·공모 절차를 거쳐 7월부터 본격적인 과제에 착수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박지훈 PD는 "1~3차년도, 4~6차년도로 나눠서 사업 평가와 예산 투입이 이뤄진다. 3차년도가 끝나면 후속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즉 초기 3년간 빠르게, 좋은 성과를 내야만 추후 후속작업도 성공적으로 진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범부처 사업을 통해 의료기기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16년 기준 1.6%에서 2029년 3.6%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기준 36%에서 오는 2029년 46%로 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개발 잘 해도 병원에서 안 쓰면 '말짱 도루묵'
 
현장에서는 이례적 범부처 투자 지원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기는 하나, 국내 병원의 국내 개발제품 활용과 사업단 자율성 확보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업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리브스메드 배동환 이사는 "일단 의료기기 탄생까지는 많은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연구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식약처 허가, 심평원 경제성 평가, 병원 코드등록, 간납사와의 협업체계 마련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구개발만 전주기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시장 진입까지 지원하는 순환구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이사는 "더 문제는 여러 어려운과정을 거쳐 시장에 의료기기를 내놔도 병원에서 쓰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임상 초기부터 현장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번 범부처의 대대적 R&D지원을 받은 제품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광기술원 이병일 본부장은 "미래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넘치는 시대가 될 것이며, 그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래에 대비해 폭넓은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하이테크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네 개 부처가 협업해 연구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단은 한국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이끄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만큼,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특히 밀어부치기식이 아닌, 연구계와의 끊임 없는 소통과 보완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0개 중개임상센터 병원 이용해 개발부터 협업하는 방안 모색"
 
산업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윤경민 사무관은 "이번 범부처 사업은 R&D적 요소만 고려하지 않는다. 비R&D분야에서도 의료기기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부처 중복이 없는 선에서 적극 시행할 것"이라며 "특히 병원의 사용률 제고나 개발단계에서의 임상조언 체계, 시장진입 및 산업화 지원 등도 고민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의료기기 TF팀 남주원 사무관도 "R&D 단계에서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실제 사용까지 연계되지 않는 문제가 매우 큰 상황이다. 일단 복지부에서는 R&D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시행하되, 각 부처별로 비R&D 분야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 개발자와 협력하는 10개의 중개임상센터 병원들이 있는데, 이들과 개발부터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산 의료기기 비활성화는 사용경험에서 기인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우선 올해부터 운영 중인 의료기기혁신지원센터와 범부처 사업을 연계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평가관리원 박지훈 PD는 "정부에서는 R&D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병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의료현장과 연구자 협업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개발 제품의 의료현장 적용을 위한 임상시험 바우쳐 제도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의료기기연구과 임찬열 연구원도 "연구개발이 다 끝난 후에 허가신청을 하다보면 안전성, 유효성 등의 문제로 국내 수용이 안 되거나 시장진입까지 장기간 소용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의료기기 개발이 이뤄질 때 동시에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에 필요한 기준과 시험항목, 표준 등을 같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의료기기업계도 반성 필요..연구하러는 안 오고 팔러만 와"
 
한편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의료기기업계의 지적에 대해 "의료기기를 병원에 판매만 하러 올 뿐, 같이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쓴소리를 냈다.
 
고대안암병원 박건우 교수는 "의사들도 의료기기산업의 중추 역군이다. 갑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진정한 소비자이며, 아이디어를 내는 연구자"라며 "그런데도 의료기기회사들은 우리랑 같이 얘기해서 연구개발을 하지 않고, 물건을 팔 때만 병원에 온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결국 의료기기 사용겸험 전파와 교육 등은 의사가 할 일이다. 그동안 의료기기 국산화가 실패한 것은 의사의 역할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범부처 사업단에서는 아이템 나열식이 아니라 전주기에 맞는 통합적 연구를 추진하고, 의사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부 송영훈 사무관은 "의료기기플레이어로서 의사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산학연병 중 병의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의료기기 국산화를 위해 '혁신형 의사과학자' 사업을 도입했으며, 앞으로도 의료기기 연구개발 전주기에 있어서 의사의 관심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 2020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 메디파나뉴스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87명 발생… 총 433명 확진자 집계
  2. 2 코로나19 확진자 346명으로 급증… 두 번째 사망자도 발생
  3. 3 약정원·IMS헬스에 무죄 판결내린 재판부 '고의성'에 주목
  4. 4 '양날의 검' 코로나19 응급실 폐쇄 조치 ‥정책적 결단 필요
  5. 5 코로나19 확산 우려…제약사들도 확산 방지 방안 마련 분주
  6. 6 바이오시밀러, 마케팅 우려 FDA·FTC 예의주시
  7. 7 진단·검사 대중화 시대… 겁협, 급여화 발맞춰 변화
  8. 8 약사 김상희·전혜숙, 치과의사 전현희… 총선 본선 직행
  9. 9 약사출신 김순례 최고위원, 총선 분당을 출마 공식화
  10. 10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 국장급 승진 발령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