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전화에 타 병원 안내한 응급실 의사‥응급의료 거부?

복지부, 응급의료 거부금지 위반 혐의로‥해당 의사에 2개월 면허 정지 처분
소아응급환자 특수성 고려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안내한 것‥法 "처분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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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119 상황실로부터 응급환자에 대한 수용 문의를 받은 응급실 의사가 환자를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조치했다가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는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사례라며 해당 의사의 면허 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A씨가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건은 지난 2017년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 10시 50분 119상황접수실에 '아이의 목에 장난감이 걸렸다'는 구조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인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영아를 안고 근처 의원으로 이동했으나, 의원으로 도착한 현장 구급대원과 의사의 노력에도 영아의 기도에서 이물질을 제거할 수 없었다.

결국 현장 구급대원이 119 상황실에 기도폐쇄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119 상황실이 오전 11시경 원고인 의사 A씨가 근무 중이던 B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119상황실로부터 15개월 영유아가 기도폐쇄 상태이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C병원 등으로 이송하라고 전달했다.

결국 119구급대는 영아를 B병원보다 거리가 먼 C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으나, 이송 중 해당 영아에게 심정지가 왔고 결국 당일 뇌사 판정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영아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A씨에게 물었다. A씨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 응급의료를 행하지 않거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하지 못한다는 '응급의료의 거부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
 
결국 복지부는 A씨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119 상황실과의 통화내용은 이 사건 영아의 수용 가능성에 관한 문의로서 상담에 불과하고 법이 정한 응급의료의 '요청'에 해당하지 않다며, 본인의 응대가 '응급의료의 거부'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A씨가 간호사로부터 응급상황을 전해 듣고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해당 영아에게 적합한 시설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가라는 견해를 밝혔고, 이것은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의 특성상 타당한 조처이므로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최초 119가 출동한 의원에서 A씨가 근무하던 B병원의 거리는 약 4.1km이고, A씨가 안내한 C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11.4km였다.

A씨가 안내한 C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진료 구역을 따로 마련하고, 연령별 기도확보 장비 및 보조호흡 도구, 소아를 위한 기타 연령별 기구·소모품 등 장비를 응급실 전용으로 구비해야 하며,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및 전담간호사를 1명 이상을 두어야 한다.

이와 달리 A씨가 근무하는 B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서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장비나 인력에 관한 기준이 별도로 없어, 실제로 특화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재판부는 A씨가 119 상황실과 통화에서 '이 사건 영아를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라'고 한 것은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구급대원은 119상황실에 연락해 기도폐쇄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인근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지역응급의료센터인 B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다른 병원들에 해당 영아의 수용 여부를 문의했다.

따라서 B병원으로의 전화는 영아에 대한 1차 응급처치 상태를 고려해 추가 응급처치에 가장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현장 구급대는 아직 이 사건 병원으로 출발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의에 대해 A씨는 해당 영유아 상태에 비추어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응대한 것이기에 이를 응급의료 요청 거부 또는 기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119상황실과 통화 당시 영아는 이미 의사에게 기도 절제술 등 1차 응급처치를 받은 이후, 더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B병원은 소아 기관지 내시경을 다룰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없었기에, 의사 A씨가 소아응급환자 전단전문의가 있는 C병원으로 영아를 이송하도록 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재판부는 "소아환자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 사건 영아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 병원보다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인근의 권역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A씨의 행태를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복지부의 2개월 업무정지 처분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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