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전국의사 총파업 '무죄'‥의사협회 정책 저항 수단 '인정'

당시 원격진료, 영리병원 허용 등 정부 정책 반대에 대한 표현의 자유 '합법적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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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의 대표적인 정책 저항 카드인 총파업(집단 휴진)이 사실상 합법적인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왼쪽부터)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현 의사협회 회장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4년 3월 30일 집단휴진을 주도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방상혁 당시 전 대한의사협회 이사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당시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방상혁 의협 이사는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을 기획하여 의협 회원인 의사들에게 휴진을 종용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이 같은 집단 휴진 종용 행위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이자 사업자 단체인 구성원들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경쟁 제한성'에 대해 재판부는 "경쟁 제한성은 당해 행위로 가격, 품질, 수량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이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서, 의사들 간 경쟁을 제한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의사들이 3월 10일 휴진에 동참하여 공급량이 줄었다고 해서 일부 의사들이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도 없고, 품질이 나빠졌다는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헌법은 시장경제질서 이외에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고, 국가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고, 사회구성원들이 국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표현의 자유와 사상을 자유롭게 개진할 기본권을 수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료전문가인 대한의사협회가 국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적 표현으로 '집단 휴진'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기본권의 행사가 경쟁제한의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절차가 정당하다면 법질서 전체의 차원에서 이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의협이 집단 휴진을 빌미로 의사 수가를 인상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둘째로 의협이 의협 회원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는 지 여부에 대해 "의협이 회원 의사들에게 파업 참여를 직접적으로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고지한 바 없다"며, "집단 휴진의 구체적 참여는 의사들 개인의 자율적 의사에 맡겨졌기에,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다"고 판결했다.

최종 선고에 참석한 당사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과 방상혁 당시 전 의협 이사 그리고 최대집 현 의협 회장은 오랜 법정 갈등이 끝을 맺은 데 대해 후련함을 내비치며, 법원의 정당한 판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이번 선고는 집단 휴진이 발생한 지 약 6년여 만에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노환규 전 회장은 무죄 선고에 감격스러움을 표하면서,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시행할 때 의사들이 저항할 수단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 판결로 '집단 휴진'이라는 저항 수단을 최소한이나마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방상혁 현 의협 상근부회장 역시 "저희 두 사람 대한의사협회 뿐만 아니라 13만 회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날"이라고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방 상근부회장은 "의사들이 부당한 보건의료정책에 있어 제대로 목소리 반영할 창구가 없었던 것은 물론,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부터 일부 정부 친화적 인사들만 참여해 문제가 발생한 적이 많았다"며 "앞으로 보건의료정책을 만드는데 시작부터 현장을 잘 아는 보건의료전문가가 참여해 국민과 의료진이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등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에 저항해왔던 최대집 의협 회장 역시 이번 판결에 의미가 깊다며,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회장은 "오늘 판결의 중요성은 보편적인 국민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점"이라며, "의사의 집단행동을 헌법적 권리로서 인정받고, 기존 법률과 충돌해도 헌법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 회장은 "그간 꾸준히 의사 집단행동 추진해왔던 집행부로서 이번 판결을 중요한 증거로 삼아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계 다양한 문제를 바로잡는데 집단행동을 중요한 의사표현 수단으로 활용해 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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