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찬밥'이던 감염관리실, 코로나19에서 '히어로'

원내 감염 및 병원 간 전파 차단에서 감염관리실 역할 수행
코로나19 이후 역할 확대 기대‥"정부 차원의 관심·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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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큰 교훈은 그간 소홀했던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이었다.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소홀하기 쉬운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정부 정책에 따라 설치된 '감염관리실'이었다.

하지만 메르스가 끝난 이후 의료기관에게 감염관리실은 다소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투여해야 할 인력과 비용에 비해 병원들이 얻는 실질적 수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020년, 5년 만에 찾아온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이하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기관 감염관리실은 드디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방문한 대형병원들이 메르스 사태와 달리 대대적인 집단 감염을 일으키지 않은 배경에는, 평시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감염관리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 중인 병원들

메르스 이후 반강제로 설치된 '감염관리실'‥평시엔 '찬밥 신세'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 등을 통해 의료기관 내 감염 문제 해결을 위해 감염관리실 설치를 비롯한 각종 정책을 시행했다.

메르스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감염관리의 필요성을 가르쳐 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지만, 메르스가 끝난 후 평시로 돌아온 병원들은 감염관리 활동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감염요인 차단을 위한 시설 기준 및 운영·관리 기준, 무균조제시설 및 투약 준비 공간 확대 등의 시설 투자를 요하는 대책을 포함해, 종합병원 및 15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감염관리담당자를 지정 및 교육 등의 기준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감염관리실 설치 및 담당자 지정에 대한 감염예방관리료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1등급이 2,770원, 2등급 병원의 경우 2,250원, 3등급의 경우 1,580원에 불과해 1회용품 구입만 해도 빠듯했다는 점이다.

사실 감염관리는 수익성과 관련이 없고, 감염병 유행 등의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이에 재정상황이 좋지 못한 일부 병원들은 패널티를 두려워해 반강제로 감염관리실을 마련했고, '무늬만' 감염관리실과 감염관리담당자를 마련하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정부는 요양병원을 감염관리실 설치 의무 기관에서 제외하고, 감염예방관리료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19 사태에서 요양병원은 그야말로 감염관리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라고 하더라도 감염관리실을 설치한 종합병원과 150병상 이상 병원들은 감염관리 활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감염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온 몸으로 체득해 나갔다.

모범적인 감염관리실 운영 병원,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빛나

정부 지원 및 병원의 관심 부족 속에서도, 병원에 설치된 감염관리실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에서 그 역할은 빛이 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과 요양병원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원내 감염 및 병원 간 감염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양성 환자가 거쳐가 응급실 등을 폐쇄해야 했던 고대안암병원, 은평성모병원, 서울백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체계적인 감염관리실 운영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초기에 막을 수 있었고, 현재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입구를 일원화 한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19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감염관리센터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병원 폐쇄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고, 그 이후에도 원내 감염은 '제로'를 달성했다.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관계자는 "메르스 대처의 경험을 토대로 신종감염병 발생 시 대응체계를 점검해 놓았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마자 원내에 감염병 위기대응 조직을 신설했고, 진료총괄은 감염관리센터에서, 행정총괄은 진료행정팀에서 맡으며, 감염병에 대한 대처가 막힘없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침을 정하고 실행하는 데에는 수반되는 행정업무들이 많아 감염관리팀에서 모두 주관하기에 어려운데 우리 병원은 조직 구성이 잘 되어 있어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 감염관리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2015년에 원내 감염이 1사례도 없이 무사히 이겨냈다는 경험으로 환자 접점 부서에서도 적극적으로 전담인력 지원, 검사 협조 등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병원 폐쇄 후 재개한 은평성모병원

신생 병원은 은평성모병원 역시 코로나19로 2주 간의 병원 폐쇄를 겪었지만, 감염관리실과 병원의 발빠른 대응으로 2차, 3차 감염을 막았다.

은평성모병원은 지난달 20일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다음날인 21일 권순용 병원장과 최정현 감염관리실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즉각 병원 전면 폐쇄 결정 및 의료진 및 재원환자 대상 선제조치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신생 병원의 전향적인 결정과 이후 진행된 발빠른 감염관리 활동으로, 은평성모병원 모든 교직원은 코로나19 PCR 검사에서 전원 음성을 받았으며, 2주 간의 병원 폐쇄 시기 동안 은평성모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환자 안전 및 감염관리 분야 시설 및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원내 감염병 발병 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은평성모병원은 출입 동선을 정문 1층으로 단일화하고, 모든 내원객을 대상으로 출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문진을 실시하며 동시에 DUR을 활용한 발병지역 방문력, 해외여행력을 스크리닝해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병원 진입, 진료 대기 등 이동 동선 단계별로 발열을 체크하여 이중 삼중으로 감염관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별도의 감염관리감시단을 구성해 외래, 병동 등 병원 전 구역에 걸쳐 24시간 감염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환자 분류, 보호구 착용, 손위생 및 호흡위생, 장비 소독, 환경 및 폐기물 관리 등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2중 전실을 갖춘 2개의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 중 감염 의심환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동식 음압기를 활용한 1개의 읍압격리병상을 추가로 설치했고, 최근에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은평성모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실제 병원 내 감염을 2명으로 막아냈으며, 진료 재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감염병과의 전쟁‥향후 감염관리실 강화를 위한 대책은?
 
▲병원 입구에서 문진을 실시하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사실 감염관리실은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사태 및 특정 감염병 유행 시기가 아닐 때는 병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일선 대형병원들은 평상 시에도 감염관리실을 철저히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향후 재차 반복될 수 있는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단순히 병원에게 의무와 책임만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의료기관들은 정부 차원의 감염관리실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4개의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을 갖추고 현재도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중앙대병원은 메르스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감염관리실을 철저히 운영했다.

중앙대병원 감염관리팀 최지연 팀장은 평소에도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보호구 착탈의 훈련이나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주기적으로 시행하여 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침착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서도 단 한 건의 원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종 감염병 유행 시 가장 큰 걸림돌은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라며, "지침이 수시로 바뀌거나, 지침별 내용이 상이한 부분이 없도록 관리해 일선 의료기관의 혼선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응 지침을 확대 적용하여 현장에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어, 안전성과 정확성에 대한 검증을 병행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난 보호구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평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최지연 팀장은 "보호구 수급을 위한 재원과 제조원 마련은 향후 발생할 신종감염병 유행 사태에 대비하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보호구의 적정한 수준을 과학적으로 확인하여 지나치게 과하거나 안일한 보호구 착용으로 인한 손실이 없도록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과연 레벨 D급 보호구만이 만능인 것인지, 이것에만 의존할 것인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호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합리적인 확인을 위한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명지병원 음압격리병실 전경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병상 부족 문제, 인력 문제 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와 감염의심환자를 분리, 격리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압격리병상이 부족하고 개방형 중환자실 형태가 많아 감염예방에 취약하다. 이것을 보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인재 양성을 통한 감염관리전문가 확충이 필요하다"며,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인력 및 자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자원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비용관련 문제로 원내에서 모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므로 수가 신설 등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를 위한 간병, 면회 문화 개선 등을 통해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전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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